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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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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627호를 읽고

등록 2006-09-30 00:00 수정 2020-05-03 04:24

콜라를 좋아하는 친구를 떠올리다

내게는 콜라를 참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근 일주일째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파서 집에서 쉬겠다고 하더니 결국 병원에 가본 모양이다. 자세한 병명은 얘기 않고 위와 십이지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627호를 보다가 딱 눈에 띄는 문구. “탄산가스는 소화기능 저하에 한몫한다. 위장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탄산가스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곧장 문자를 날렸다. 얼마간만 콜라를 줄여보는 것이 어때? 그전까지 나와 한창 문자질을 하던 친구는 그 문자를 받은 이후로 답문이 없었다. 이어령씨가 한 말이 떠오른다. “콜라 맛밖에는 모르는 아들이여! 인간의 생활은 맹물과도 같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그것은 무의 액체다. 다만 생의 갈증을 느낀 자만이 그 맛없는 액체에서 경이의 미각과 향기와 푸른빛을 맛볼 것이다. 콜라와 같은 채색된 생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물맛을 발견하기 위해 먼저 생의 조난자가 되어라, 아들이여.”

이민영

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에 따뜻해지네

첫 회부터 최규석씨의 만화를 좋아하게 돼서 늘 기다려서 잡지가 배달되면 처음으로 읽게 된다. 최규석씨의 만화는 ‘정말 우리 어릴 때도 저랬는데’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하더라도 그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는 거 같아서 늘 만화를 보고 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한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어린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현재의 화자 모습이 그려질 때다. 앞으로도 좋은 그림, 좋은 글 부탁드린다.

caf69

의사 결정의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경제면에서 유종일 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가 열린우리당에 깊은 애증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80년대 초기에 대학 운동을 경험한 나 또한 유종일 교수가 한 “통치 스타일과 인사 과정의 의사결정 방식을 보고”라는 말에 공감한다. 어둠 속에서 민주화를 찾아 거리로 나선 운동권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운동 과정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그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배신과 회유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안팎의 적과 치열하게 투쟁했고, 남에 대한 배려와 대화가 들어설 자리가 부족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ksc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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