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영 경남 양산시 웅상읍 매곡리
살다 보면 하루에 꼭 뭘 한 개씩 사게 된다. 고로 지갑은 소비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필수품 중 하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갑에서 내가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10년 된 악어가죽 같은 오래된 명품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갑이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쯤이었다. 동생이 생일선물이라며 장지갑 하나를 쑥 내밀었다. ‘얘가 웬일이야?’ 선물을 받은 기쁨보다 의아함이 앞섰다. 둘째의 특징인 돈에 대한 욕심, 자기 물건에 가지는 애착으로 동생에게 사랑의 메마름 따위를 강력히 느끼고 있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의아함이 나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크게 바라지는 않았지만 나는 생일선물을 하는데 동생은 그렇지 않아 억울하고 분한 일이 많았다. 그리고 처음 받아본 선물이니 동생이 새롭게 보였다. 이렇게 한 살 터울인 자매의 사춘기 시절을 감싸안았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잘 담긴 것이 이 지갑이다.
한번은 공중 화장실에 갔는데 체구가 작은 나에게 장지갑은 볼일을 보기에 거추장스러웠다. 잠시 화장지대 위에 놓고 그만 깜박했다. 다음날 학교 가는 길에 들러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지갑을 얼른 주웠다. 역시 돈은 누가 가지고 갔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원래 없었던 돈인 셈쳤다. 그나마 지갑을 찾아 다행이었다. 동생이 자성의 의미로 준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처음 제대로 받아본 선물이 아닌가! 이 역사적인 물건은 앞으로 나와 동생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얘기해야 할 ‘소재’로 가치가 충분했다.
벌써 지갑은 7년째 내 손에 있다. 지금은 닳아서 실도 튀어나와 있고 겉은 찢어졌다. 그래서 바꿔야 할지도 고민이다. 하나 쉽게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은 요것을 보면 처음으로 언니를 위했던 동생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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