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광희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보기만 해도 소박함이 묻어나는 이 상은 친정어머니의 혼수용품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족히 50년은 된 듯하다. 지금은 상다리가 휘청거리고 상 둘레 칠이 벗겨져 초라해 보이지만, 내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정겨운 밥상이다. 이 작은 밥상을 가운데에 두고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오빠와 나, 어쩔 땐 삼촌까지 모두 동그랗게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싶어 남편, 아이들과 함께 재연해보기도 하면서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와 어머니는 상 아래 따로 밥을 두고 식사를 하셨던 것 같다.
추운 겨울엔 화로 위의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함께하던 밥상으로, 한여름엔 텃밭에서 방금 따온 고추와 가지무침, 오이, 호박잎 등 채소에 빙 둘러서 먹던 그 정겨운 저녁 밥상이다. 담장과 돼지 막사 지붕 위의 애호박을 따다가 송송 썰어넣고 할머니께서 콩가루를 넣어 방망이로 손수 밀어 만드신 칼국수. 매운 고추를 듬뿍 넣어 땀 흘리며 드시던 할아버지의 모습. 할머니는 간식이 없던 시절에 칼국수 끝자락을 뚝 떼어 아궁이에 던져 과자처럼 만들어주셨다. 별것 없이도 능숙하게 계절마다 한 상씩 차려내시던 할머니의 놀라운 솜씨가, 그 음식들이 이 상을 볼 때면 정말 그리워진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 댁에선 이 밥상이 본연의 의무를 초라하지만 묵묵히 지켜가고 있었지만, 93살의 연세로 할아버지께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신 뒤 오래된 화로와 밥상이 우리 아파트 거실로 이사오게 되었다. 차를 마시거나 신문을 읽거나 지금처럼 무엇을 쓸 때 이외에는 거실 한쪽에서 조용히 지난날을 추억하는 이 밥상이 어쩌면 시절을 서글퍼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이든 밥상이든 세월이 지나면 어쩔 수 없는 것을. 그저 지난 것들을 나도 밥상도 추억할밖에. 하늘에서 평안하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아버지. 그곳에서도 모두 모이셔서 그때 그날처럼 정겨운 식사를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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