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수줍음.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이 많고 과감하고 독특함. 모범생 소리를 곧잘 들었음. 그러나 모범생은 아님.
독자 허정익(27)씨가 회상하는 고교생 허정익의 모습이다. 그 시절 그에게 정기구독의 시작은 일종의 독립선언이었다. “저희 가족이 을 창간호부터 보고 있었어요. 구독 권유 전화를 받았는데 부모님과 상의해 받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때 아버지 이름이 아닌 제 이름으로 신청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정치적 소신의 독립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이름을 정기독자 명단에 올린 뒤 “꽤 뿌듯했다”고 한다. “자랑할 사람은 없었으니 알고 보면 자기만족이었던 셈이죠.” 논술시험 준비서로 시사주간지의 효용성이 언급될 때면 ‘논술 따위를 위해 읽는 게 아냐’라고 속으로 흥분하기도 했다.
그가 요즘 즐겨보는 코너는 만리재에서·반이정의 사물읽기·대한민국 원주민·시사넌센스·이슈추적 등이다. “날림 독서의 냄새가 나죠?” 바로 자평이 잇는다. “최근엔 615호 ‘이마트의 나라’를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학기에 ‘마케팅 관리’라는 수업을 들으며 마침 할인점과 재래시장을 비교하는 과제를 받았다. “전 소비자가 할인점을 원하고 할인점이 재래시장과 동일한 가치를 줄 수 있다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으며 재래시장의 변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답을 내렸습니다.” 뒤늦게 기사를 보며 지역 커뮤니티나 노동운동, 환경과 결부해 할인점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차가운 쇠를 다루는 기계공학도지만 여전히 감성이 풍부하다. “인생에서 가장 큰 꿈이 달에 가는 것, 시인의 시라고 부를 만한 시 한 편 쓰는 거예요.” 지난해 6월 군에서 제대한 뒤 비즈 공예를 취미로 삼아 섬세한 손을 놀려 팔찌 5개, 휴대전화 줄 1개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줬다. “이 잊혀진 역사들을 발굴해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인 모습이든 아니든 다르게 본 역사들이 많이 담기면 좋겠습니다.” 공예가 못지않게 열심히 손을 놀려 기사를 쏟아내는 노트북 앞 기자들에게 과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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