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정 광주시 북구 신안동
꿈 많던 고3 시절. 이 실반지와의 인연은 강산을 한 번 바꾼 10년하고도 2년을 더한 12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여고생 시절에 모든 것을 함께하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매일 만나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을까?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부터 쉬는 시간, 매점 가는 시간, 점심시간, 청소시간, 하교시간 등 매분, 매시간 만나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리고 수업시간 쪽지까지. 교실 저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전달하며 언제 들킬지 모르는 엄청난 공포를 감수하며 주고받았다. ‘쉬는 시간에 뭐 먹을까?’ ‘공부 잘되냐?’ 등등. 중요한 내용은 없지만 그것 자체가 우정의 표현이었다.
고3 겨울 그 단짝 친구와 마지막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몇 년 동안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때였을까? 연인처럼 단짝 친구는 우정의 징표라며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쌍실반지 두 개였다. 나보다 체구가 작았던 친구가 작은 사이즈를 골라 꼈다. 돈도 없는 학생이 갑자기 어디서 이 반지가 생겼단 말인가? 당시 친구 부모님은 금은방을 하고 계셨고 친구는 오래전부터 그 반지를 욕심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가져왔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친구 부모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을 거다. 쌍실반지 두 개가 없어진 것을….
세월이 지나며 얇은 실반지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남에게 뺏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쌍실반지 중 한 개만 내 손가락에 남아 있다. 이렇게 나와 함께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너무 얇아 가끔은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힘들 때도 있다. 사람들은 이거 금 아니라 구리로 만든 거 아니냐며 괜히 우기기도 한다. 조금 구부러진 거 외에 과거와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지금도 나와 함께하고 있다. 그때 이후로 10년 넘게 그 친구와 떨어져 지내지만 우정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내 손가락에 남아 있기를 기원하며. 친구야 보고 싶다.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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