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가끔 친한 사람들과는 공명을 한다. 상대가 전날 잠자리에서 떠올린 기삿거리를 내가 점심식사 시간에 제안한다든지, 따로 부탁받지는 않았지만 그가 무척 먹고 싶어했더 간식거리를 사들고 간다든지 하는 그런 경우다. 성일수(50)씨도 <한겨레21>과 주파수가 맞았다. 그가 꺼낸 언론과의 옛 추억은 마침 이번호 ‘만리재에서’에서 고경태 편집장이 말하는 그것과 유사하다.
1974년 그는 아버지가 경영하던 동아일보 지국에서 배달 및 수금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겨울철 어느 새벽 이상한 신문을 받아보게 됐다. 4면과 5면 하단 광고난이 텅 빈 12월26일자 동아일보였다. 바로 8쪽 ‘만리재에서’에서 언급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이었다. 성일수씨와 고 편집장을 포함한 우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체험한다. 아무튼 그는 배달 학생 중 수금 실적이 1위인 성실한 아들이었다. 새벽 배달길에 개에게 물려 광견병에 걸릴 뻔한 일도 있었다.
청년은 아버지가 됐다. “<한겨레21>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행정직에 근무한다. 그도 아들도 한겨레신문사 주주이다. 종종 아침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가 한겨레모임 사람들과 문화답사를 다니기도 했다. <한겨레21> 1년 구독권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구독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보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네요.” 형제나 단골 식당 주인에게도 권해본다. 요즘 독자들은 까다롭고 변덕이 많은 듯하다며 “맘에 안 들면 질책을 해야지 구독을 끊어서야 되겠냐”고 한마디 한다. 맹세컨대 그는 <한겨레21>이 경주에 파견한 판매요원이 아니다.
<한겨레21>을 향한 잔소리를 부탁하자 “기사 게재 뒤 나 몰라라 하지 말고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 끈질기게 추후 경과를 다뤄달라”고 말한다. “기사량이 적어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독자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건 물론 사회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주파수가 맞았다. 이번호 ‘보도 그 뒤’에선 584호(2005년 11월15일) 표지이야기 ‘이혼의 매너’ 후속으로 이혼 관련법 제정 움직임을 다뤘다. <한겨레21>, 앞으로 더욱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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