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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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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오래된물건] 엑스포의 열기, 기억하세요?

등록 2006-03-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장진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는 둥그런 구리 쟁반과 색 바랜 손수건. 이것이 바로 엑스포 기념 쟁반과 손수건이랍니다. 대전 엑스포가 열린 지 13년이 되어가네요. 그해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받은 신나는 여름휴가였거든요. 엑스포가 뭐하는 행사인지도 모르면서 연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대전 엑스포의 홍보에 열을 올리기에 저도 그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 첫 휴가를 받아 대전으로 발길을 당당하게 향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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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하고 몇 년 만에 타보는 기차. 기분이 들떠서 행복해하며 연방 창밖의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 차곡차곡 채우면서 무사히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나도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마구마구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죠.

대전 엑스포장으로 씩씩하게 향했어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멋지게 치장한 다리 같은 것을 통과하니 드디어 도착했구나라는 실감이 나더군요. 나라별로 예쁜 통역관 언니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고 저도 신나게 구경했어요. 재미있고 진기한 물건이 많아 시간이 빠듯해 모든 나라를 둘러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멋들어진 기념품 하나는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코스로 기념품 가게를 택해 손수건 두어 장과 구리 쟁반을 샀어요. 여러 해를 거치는 동안 손수건은 너덜너덜해져 색이 바래버렸지만 여태껏 버리지 못하고 장롱 한구석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대전 엑스포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려고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치며 은근슬쩍 자랑을 일삼기도 했는데. 그해 구입한 엑스포 쟁반은 마루 한켠에 여태껏 걸어두었는데 볼 때마다 그때의 즐거운 기억에 행복해지곤 합니다. 첫 직장생활이라 기쁨과 즐거움, 눈물과 콧물까지 빼던 그때 함께했던 팀원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는지, 그들은 날 기억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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