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키데스카~’의 영화 <러브레터>.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사랑과 겨울 풍광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내겐 주인공이 사용한 신기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다. 그러다가 2003년 지인이 일본에서 카메라를 구입해줬다. 그때 처음으로 그의 이름이 ‘sx-70’이고 70년대에 생산된 클래식 폴라로이드라는 걸 알았다. 그는 요즘의 전자동식과 다르게 열고 닫는 법부터 모든 게 참 까다로웠다. 나는 곧 그를 사랑하게 됐고, 나름대로 옷(?)도 입혀주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이직을 고민했던 내게 2004년은 힘든 시기였다.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난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 회사 근방을 걸어다녔다. 남산 한옥마을, 명동성당 뒤의 삼일로 창고극장 등은 사진을 찍으며 알게 된 장소다. 동료들은 “수연씨 밥 안 먹고 뭐하는 짓이야” “그건 필름도 비싸다는데 그렇게 찍고 다녀도 돼”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줬지만 그 당시 내 맘에 위안이 됐던 폴라로이드는 돈 이상으로, 밥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낡은 간판, 소박한 꽃집, 도심의 나무, 쏟아지는 햇빛, 자전거 표지판. 무심코 스쳐지날 수 있는 그런 것들이었다. 힘든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작은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고나 할까. 누군가 내게 “마음을 찾는 연습을 하는구나”라고 말했는데 실제 그랬다. 요즘은 그때만큼 열정적으로 찍지 못하지만 여행 같은 소중한 순간에는 늘 함께 있다. 지난해 타이 여행 땐 사진기 모양새가 신기해서 그런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언제나 그가 아름다운 사진만을 안겨준 건 아니다. 가끔 고장이 나도 수리하기가 어려웠고, 사진이 잘 안 나와 실망한 적도 있다. 이 카메라를 만나면서 찰나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는 법, 또 포착 못했을 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 대 사람의 만남만이 아니라 사람 대 물건의 만남도 그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걸 알려준 나의 폴라로이드. 그가 내게 안겨준 경험들은 영원할 것이다.
김수연/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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