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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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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아직도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네

등록 2006-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결혼을 앞두고 집에서 더 가져갈 것이 없나 살피던 중에 발견한 요구르트 제조기입니다. 누구나 묻지 않아도 무엇인지 딱 알아볼 수 있도록 아주 큰 글씨로 요구르트라고 적힌 단순명료한 제조기입니다. 중학교 시절 아침밥을 잘 먹지 않고 학교에 가는 제가 걱정되어 부모님이 큰맘 먹고 구입하신 건데 한동안 부지런히 유산균을 발효시켜서 아침마다 먹고 간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언제부턴지 아예 집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발견됐네요. 찾자마자 요구르트를 만들 수 있는가 싶어 사용해보니 8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딱 먹기 좋은 요구르트가 되더군요. 신혼집에 가져가려고 깨끗하게 씻었는데 어머니께선 청국장 만드는 것까지 가능한 걸 새로 하나 사서 가져가라고 하시네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침마다 만들어주시던 게 생각나서 잘 사용 안 할 걸 알면서도 가져가려고 한 것인데, 어머니께 그 말은 못하겠네요.

중학교 때가 92년 즈음이니 14년가량 된 건데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결혼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고. 시간을 조절하는 것 외엔 별다른 기능도 없는데, 아직까지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는 걸 보니 생긴 만큼이나 튼튼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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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구르트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8시간이 소요되고 유산균이 없기 때문에 떠먹는 요구르트와 우유를 사서 토키 물통에 넣어야만 요구르트가 완성된답니다. 발효통을 잃어버렸는데 다른 통들은 크기가 맞지 않아요. 꼭 먹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분들은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요구르트 제조기임을 꼭 밝히라고 제 예비신랑이 말하네요.

박재경/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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