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년쯤 된 졸업 사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몇 장 안 되는 사진 중의 하나지요. 시골 학교라 졸업 앨범은 달랑 두 장이랍니다. ‘졸업 기념 제35회 ○○국민학교’라는 글자, 학교 전경, 직원 일동, 교가, 졸업생 사진이 전부고요. 학생 수는 두 반 합쳐 총 60명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답니다. 흑백 사진에 촌스러운 옷들, 70년대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늘따라 친구들이 몹시 보고 싶습니다.
제 옆에서 사진을 함께 보던 여덟 살 난 아들은 처음에는 사진 속 엄마를 찾지 못했습니다. 12명의 여학생 중 일곱 번 만에 겨우 찾아내고선 “엄마 왜 이리 촌스러워요?”라고 묻더군요. 정말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햇빛 때문에 찡그리고,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옷은 언니에게서나 물려받은 듯한 추리닝. 지금과 너무나 다른 제 얼굴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전 7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새 옷이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 영향 때문인지 우리 아이도 옷 얻어 입는 데 아주 익숙합니다. 못 보던 옷을 입힐 때마다 “엄마, 이 옷은 누가 준 거야?”라고 익숙하게 물어봅니다. 남의 옷 입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해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부분의 시골 학교가 그랬듯이 제가 다닌 학교도 참 가난했습니다. 전 높이뛰기 선수였는데 매트리스가 얇은 것밖에 없어서 가위뛰기를 했을 정도니까요. 긴 다리로 경상남도 대회까지는 나갈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지요. 두꺼운 매트리스만 있었다면 가위뛰기가 아닌 배면뛰기로 전국대회까지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장윤영/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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