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30년 가까이 된 싱가포르산 롤라이35SE 카메라가 있다. 담뱃갑만 한 크기에도 셔터스피드와 노출 조절이 가능하고 내구성도 좋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아버지가 70년대 후반 건설노동자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오면서 사오셨다. 당시 중동 파견 노동자들 사이에선 귀환길에 홍콩을 경유해 홍콩 공항 면세점에서 오디오 세트 같은 ‘사치성’ 전자제품과 함께 롤라이를 사오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키가 크시다. 커다란 덩치에 말씀도 없고, 잘 웃지도 않으신다.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3년간 계셨다. 그때의 수고를 말씀하신 적은 없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수분을 보충하느라 냉수를 너무 많이 들이켜 위장병을 얻으셨다는 이야기로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할 뿐이다. 아버지가 돌아오신 뒤 우리는 인천 간석동에 집을 샀고, 동생과 나는 안정적인 성장기를 보낼 수 있었다.
주말이면 목에 카메라 걸고 가족과 나들이하는 게 행복한 중산층의 이상이었던 시절, 우리 집도 식구끼리 수영장에 다녀오자고 해서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늦게 출발해서 송도 풀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그 가족 나들이가 좌절된 이후 함께 어딘가 놀러가서 가족의 행복한 한때를 카메라에 담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버지는 이제 칠순이 다 되어가신다. 키도 줄고, 어깨도 많이 굽었다. 롤라이로 아들 녀석을 찍어줄 때면 가끔 아버지 생각을 한다. 손바닥에 절반도 차지 않는 조그만 카메라를 주머니 속에 넣고 3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탄 젊은 아버지. 그땐 벙긋벙긋 웃음이 나셨을까. 내년 여름에는 부모님 모시고, 손자 손녀 대동해 송도 풀장에 다녀와야겠다.
차창원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절차적 공정’에 민감한 청년들, 정쟁 선 긋고 ‘참정권 침해’ 경종

선거 이래놓고 당권투쟁 돌입한 여당…“대통령 대 대표 힘싸움 안돼”

전국 곳곳 저녁까지 빗방울…돌풍·천둥·번개 동반 최대 30㎜
![마음은 콩밭 [그림판] 마음은 콩밭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610/20260610503649.jpg)
마음은 콩밭 [그림판]

‘이재명 명예훼손’ 모스 탄, 출국정지 취소 소송 재판부 기피 신청

지방선거 져도 ‘계속 친윤당’…원내대표 ‘7표차 신승’이 쇄신 지렛대 될까

선관위 “‘1900매’ 투표지 보관상자, 폐기 뒤 증거보전 결정문 전달받아”

민주 이지은 “이 대통령, 윤석열처럼 하시나?” 발언 논란…대변인직 사퇴

이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겸허히 받아들여”…9.4%p 하락

태국 창고 덮친 국정원, 7억명분 마약 원료 50t 찾았다…첫 국외 단속




![[단독] “스타벅스님, 제발 와주세요”… 임대료까지 깎아준 도로공사 [단독] “스타벅스님, 제발 와주세요”… 임대료까지 깎아준 도로공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530/53_17800819829355_2026052850375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