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롱 구석에서 앨범을 꺼내 보다 친구들과 야영 가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잠시 눈길을 멈췄다. 앨범에 꽂힌 모든 사진 속에 여러 가지 추억들이 담겨 있지만 유독 웃음을 많이 안겨주는 사진은 우리 독수리 5자매의 사진이다.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에 만나 서로의 행동과 생각에 유난히 영향을 주고받았던 우리들이다.
1995년, 은행나무 가로수가 예뻤던 충주여자중학교에서 우리는 만났다.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고, 처음으로 머리를 ‘귀 및 2cm’로 잘랐다. 처음으로 학생주임이라는 무서운 백발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다섯은 이 많은 ‘처음’을 함께 겪었다.
하루는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이홍렬 쇼’에 비디오를 찍어 보냈다. 어린 마음에 당선작 상품이었던 하와이 여행권을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함께 비디오를 찍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나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찍어서 보내는 코너였는데 우린 전혀 새롭지 않은 ‘떡볶이’를 지극히 평범하게 찍어 보냈다. 물론 우리의 비디오는 채택되지 않았다. 맛있어 보이지도 않고, 특이하지도 않은 걸 뽑아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 우린 정말 많이 웃었다. 그리고 그날 내 부탁에 흔쾌히 함께 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금은 다들 24살의 어엿한 숙녀가 됐지만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연예인 얘기, 선생님 얘기로 수다를 떨었던 그때와 달리 취업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는 점 외엔 세월의 변화가 무색하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우리 앞날을 생각한다. 김다정, 손지영, 심예현, 정효정 그리고 나. 우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수리 5자매로 남을 것이다.
김자영/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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