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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질투의 결말을 좇아

등록 2005-06-10 00:00 수정 2020-05-0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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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 소설 <빙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어느 날 지리 수업 시간에 담당 선생님이 수업에 못 들어오셔서 교감 선생님이 대신 우리 반에 들어오셨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기독교 학교였고, 교감 선생님은 흰 머리가 꽤 멋있었던 여자분이셨다. 그분은 한 시간 동안 그 당시 인기가 높았던 소설 <빙점>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 어찌나 맛깔스럽던지 우리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여학생 딸과 계모. 그 딸을 좋아하던 한 남학생과 그를 질투하는 새엄마. 그 뒷얘기가 궁금해서 버스비를 아껴 당시 600원이었던 이 책의 상·하권을 구입해서 읽었다. 그 뒤 돈만 모이면 책을 사는 습관이 생겨 <데미안> <폭풍의 언덕> <어린 왕자> <광장> 같은 책을 사서 읽는 재미를 알게 됐다. 지금 내 책장에는 그때 샀던 책들이 거의 다 꽂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빙점>은 나의 가장 오래된 책이다. 이젠 색깔도 바래고 겉표지도 낡고 찢어졌지만, 세월의 흔적과 함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

장명숙/ 인천시 남구 학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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