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색의 흔한 목도리. 2002년 1월, 그해 겨울에 난 이등병이었다. 내 또래들이 벌써 전역했거나 말년병장일 때, 난 칼바람 부는 경기도 겨울에서 이등병이 되었고, 이 목도리를 받았다.
이등병에게는 자신에게 온 소포도 마음대로 풀어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법. 하루가 다 끝나고 내무실 청소까지 마친 뒤에야 난 선임병들의 허락하에 소포를 풀어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는 손수 짠 이 목도리가 나왔다. 번거로운 일은 귀찮아하는 여자친구가 나를 위해 이것을 짜줬다니. 그 전까지 난 그녀가 뜨개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군대! 난 바로 선임병들의 야유와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갈굼’이었다. 그리고 목도리는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관물대 구석에 던져져버렸다. 그 뒤 한참 시간이 지나서 선임병이 되어서야 난 목도리를 꺼내어 여기저기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목에 한번 걸어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 후임병들은 내가 전역하는 그날까지 자랑에 시달리면서 강요당한 “부럽습니다!”를 연발해야 했다.
2005년 2월. 그녀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내 목도리를 볼 때마다 자기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흰소리를 늘어놓는다. 다른 것도 짜달라고 했지만 이젠 영 만들어줄 것 같지 않다.
11월이 되면 스크린쿼터제처럼 목도리쿼터제가 실시된다. 그해 겨울이 춥든 춥지 않든 11월부터 2월까지 120일 중 최소 90일은 목도리를 해야 한다는 것. 스크린쿼터가 마땅히 유지되어야 하듯이, 나만의 목도리쿼터제도 나 죽는 날까지 계속됐으면 좋겠다.
박승범/ 광주시 복구 오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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