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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표지를 장악한 ‘국정원’, 자존심이 되는 ‘최저임금’, 도심의 ‘핵’… 964~969호 종횡무진 들여다보기
등록 2013-07-24 13:47 수정 2020-05-03 04:27

제25기 독자편집위원회 네 번째 모임의 리뷰 대상은 964~969호 다. 네 번의 표지가 국정원 정치 공작 관련 이슈다. 표제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964호 ‘삭제공화국’, 967호 ‘님의 침묵’, 968호 ‘51.6%의 비 밀’, 969호 ‘고발장 재중’이다. 국정원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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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은커녕 못 지워서 안달이라니

구 혜 림 ( 이 하 구 ) 읽으면서 좋은 게 표지이야기에서 다룬 걸 칼럼니스트가 다시 언급하는 식으로 문제의식이 연결되는 것인데, 국정원이 지면을 장악해버리니 애독자의 이런 내밀한 기쁨 이 사라졌다. 국정원 문제 상황이 심각하게 지속되고 있다.

K 군 드러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사안인데, 마치 누군가에 의해 길게 늘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번져나가는 동안 중요한 사안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슈에 질려 버리지 않도록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끈기 있게 다루어야 할 것 같 다. 이런 접근법이 좋았다. 예를 들어 969호의 ‘제대로 메스 들이댈 수 있을까’는 긴 호흡을 끊지 않고 잘 짚었다.

임 성 용 ( 이 하 임 ) 964호 표지이야기에서 보듯, 디가우싱이 업무 의 연장이 되고 있다. 조선시대 화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그 자체로도 유려하지만 화성성역의궤의 정교하고 상 세한 기록에 있다고 들었다. 덕분에 복원 역시 가능하다고 하더라. 하물며 조선시대도 그런데 지금은 보전은커녕 못 지워서 안달이라 니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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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진 희 ( 이 하 정 ) 국정원이 여러 가지를 잘못했지만 그중에서 증 거인멸을 한 게 근원적인 잘못이다. 그것을 콕 집어서 표지이야기로 했다는 게 좋았다.

박 가 영 ( 이 하 박 가 ) 페이스북의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서 짧은 영어로 알려주면 진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걸 믿기지 않아 하더라. 964호 특집 ‘국정원 대수술, 대통령이 결단하라’ 는 표로 내용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대선 전부터 오랫동안 지속된 상황이라 방대한 양이 감당이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있었지, 잊고 있 었지’ 하며 짚어보게 되더라.

박 선 희 ( 이 하 박 선 ) 다른 시사주간지에 비해 이슈가 빨랐다. 김 무성 이야기도 그 전주에 다 했는데, 이후에 다른 시사주간지 표지 로 다뤄지는 식이었다. 좀 앞서나가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 르겠다. 좋은 부분이 훨씬 많긴 한데, 덜 와닿게 된다. ‘이거 큰 문제 지’에서 끝나고 만다. ‘이걸 어떻게 해야지’까지는 안 된다. 969호에 송 호균 기자가 쓴 부글부글 ‘국정원개색희야’는 매일 페이스북에서 공 유되는 것을 보았다. 이 호의 고발장이라는 형식은 기획력도 좋았지 만 이런 식으로 회자되는 글이 필요하다. 969호 고등학생 시국선언 기사나 968호 한홍구·서해성 대담 기획은 뭘 해야 되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획이 반향이 큰 듯싶다.

967호 일선 경찰의 고발문은 조직 내부에서 느끼는 현 상황에 대한 감정을 거침없이, 또 술술 읽히게 잘 쓴 듯하다. 경찰 지휘부 때 문에 잃었던 신뢰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갖게 되는 글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낸다. 당연히 모 르지 않을 텐데. ‘나는 고발한다’가 시민이 더 많이 참여한다든가 해 서 적극적인 방식으로 발전해나갔으면 한다.

사장이 자기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주다니

박 선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 모니터링을 했는데, 기사 내용은 그 게 아닌데 제목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하루에 서너 면씩 있다. 북 방한계선(NLL) 기사가 실린 날은 6면을 다 털어서 왜곡됐더라. 전문 도 실었는데 가 다르다. 전문마저 편집한 것이다. 968호 ‘언론사에 길이 남을 치고 빠지기’는 언론 문제 를 짚어줘서 고마웠다. 청와대 등 보수언론만 볼 것 같은 곳에 보내주기 캠페인을 하면 좋겠다. (일동 웃음)

966호 특집으로 최저임금을 다뤘는데 그게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아직 사용자의 입장에서 교 육을 받았던 프레임에 갇혀 있나 싶더라. 생계비 문제로 다가가보면 어떨까.

박 선 최저임금은 적어도 1만~2만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여유로운 애들이 있는데 과 외를 한두 탕 뛰는 애들이다. 과외비가 최저 시간당 1만5천원 정도 된다.

966호 홍기빈의 W 경제에 ‘화폐경제의 핵심이 배제’라는 말이 있다. 화폐경제에서는 인간의 가치가 좋은 대학, 좋은 회사, 내가 받 는 돈에 있다. 최저임금이 자존심의 값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5210원 을 받으면 자존심도 5210원이다. TV 오락 프로그램 에 서 개그맨이 2시간 일하고 난 뒤, 사장이 자기 지갑에서 1만원을 꺼 내 봉투에 넣지도 않고 주더라. 놀이공원 인형탈을 쓰고 일한 것에 대한 가치가 사장 개인 지갑의 1만원이라니. 돈을 다루는 것에 정신 적인 평가가 들어가 있다.

박 가 그래서 안 올려주는 것일까. 노동가치가 이만큼의 대우를 받 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부리기 쉽도록 싸게 매겨서.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동의하냐고 물으면 대학생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많이 대답한다더라. 969호 ‘2013 만인보’ 이응이씨 인터뷰 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노동을 바라보게 한다.

박 선 그 글에 “월급명세서를 보면 짜증이 났어요”라고 나온다. 이응이씨처럼 깎이는 건 아닌데,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면 시간을 판다는 느낌이 든다. 노동을 판다는 기분이 아니라. 이런 기분이 강 해진다. 최저임금은 당연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왜 오르지 않는가에 대해 거꾸로 접근해보기도 한다.

K 군 올라야 함에도 오르지 않는 데는, 오 르지 않아도 된다는 소극적 지지가 적지 않 기 때문인 것 같다. 큰 프랜차이즈보다는 동 네 편의점이 힘든 것처럼, 영세업자일수록 힘들 것 같다.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생기는 이런 반대급부를 어떤 식으로 보완할지 고 민도 필요하다.

우리가 몰랐던 동네, 숨은 보물 찾기

965호는 핵패밀리 이야기인데 기시감 이 든다. 2011년 핵 관련 산업의 회전문 인사 가 다뤄졌는데 그때와 프레임도 비슷하다.

박 선 969호 하승수의 오, 녹색! ‘핵의 핵 대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시에 살면서 전 기만 아껴쓰면 된다는 식으로 남들한테 위 험을 미루고 있었는데.

재작년 스마트그리드 하다가 상업성이 없어서 프로젝트가 없어졌다. 전기 위기는 심각하다지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기 로 했나보다.

박 가 시도별 전력 수급을 보면 서울과 대 구는 다른 도시가 없으면 아예 살 수 없더라.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작은 도시와 고압 전 송선이 예정된 경남 밀양 같은 데가 없으면 도시가 안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 기 없이 하루를 보낸 968호 레드 기획을 재 밌게 읽었다.

968호 통계 뒤집기 ‘단전의 심리적 간극’을 보면 놀랍다. 놀이공 원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곳이나 싸게 전기를 쓰는 대기업 공장부터 끊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주택·아파트가 먼저다.

박 가 ‘우리가 몰랐던 동네’ 시리즈 966호 마포와 970호 해방촌 편 을 보고 이사가고 싶었다. 주민들은 숨은 보물을 찾아서 터뜨린 거라 꺼리지 않을까 싶던데.

집이 부동산으로서 교환가치를 지닌 곳이 아니라 사는 곳, 관 계를 맺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보는 게 좋았다. 시리즈가 부정기적이 라는 게 더 떨린다. 언제 놓칠지 모르니.


사회·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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