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매뉴얼로 익히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더위에 열기를 더한 25기 독편위 세 번째 회의… 저축하는 법과 수사·재판 받는 법 오려두고, 공공병원·고공생태보고서에 여러 번 울다
등록 2013-06-18 10:27 수정 2020-05-03 04:27

김밥이 쉬었다. 저녁 7시에 배달돼온 김밥이 회의를 끝마친 밤 10시께 쉬어버렸다. 여름의 더위에 열기를 더하는 초능력자들, 그들의 화끈한 회의를 공개한다.

965호 독편위

965호 독편위

기사로 설명하고 칼럼으로 해설하는 흐름

박가영(이하 박가) 963호는 하나도 안 빼놓고 다 재밌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누군가에게 잠자리에서 펴들었는데 재밌어서 잠을 못 잤다는 말을 들었다. 기획 ‘쇳물도 식히는 사과의 기술’을 특히 재밌게 보았다.

구혜림(이하 구) 한국 정치는 삼류구나 싶었다. 시사주간지에서 사과하는 법까지 가르쳐줘야 하니. 이슈추적에서 ‘홍기빈의 W 경제’까지 흐름이 좋았다. 사실 위주의 기사가 나온 뒤 칼럼으로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준다.

K군 조세회피처·탈세 이야기를 읽어도 엄청난 범죄행위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홍기빈의 W 경제’에서 지금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정진희(이하 정) ‘크로스- 이주의 트윗’ 최서윤씨가 쓴 ‘일베’ 글을 보고 충격받았다. 10대가 일베를 이렇게 받아들이는 줄 몰랐다.

박선희(이하 박선) 일베에 교수도 있고 임용고시 본 교사도 있다더라. ‘신우익’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글에서는 너무 축소해서 말하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을 10~20대의 장난질로 보면 안 된다 싶다.

표지이야기 ‘돌아서면 재보선’을 보면 정치인이 막상 하는 일이 뭔지 한심스럽다. 사퇴하고 출마하고 사퇴하고 출마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다. 한 해 동안 그렇게 많은 선거가 있었다니 놀랍다.

박선 수치가 충격적이었다. 닷새에 한 건꼴로 선거를 하다니, 비용으로 치면 얼마나 되는 건가.

‘하승수의 오, 녹색!’은 다른 사람이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모를 일을 정확하게 잘 짚어주었다.

K군 보통 삼성 기사를 읽으면 많은 감정이 일어났는데, 특집 ‘그후 20년, 삼성은 국가가 되었다’는 평범하게 읽히더라. 내가 무감해진 건지, 아니면 무던해진 건지.

‘만리재에서’에서 유럽의 협동조합 발생이 우리와 달랐다는 점, 우리의 협동조합은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없다는 점을 이야기했는데, 혜안이었다. 소셜은 넘치지만 정작 사회는 없다.

962호 맨 앞에 나오는 ‘눈’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박선 표지와 기획, 윤창중의 손에서 손의 귀환으로의 흐름이 기발했다.

박가 ‘부글부글’에서 진드기로 시작해 진드기로 끝나는 것도 재밌었다.

박선 기획 사이드 ‘죄의식 없는 그는 사이코패스?’를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 선정적으로 다룬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의 이런 특성을 가지고 성폭행 문제를 해석하다보면 구조적 문제를 놓칠 우려가 있다.

기획 메인 ‘윤창중들은 계속될 것이다’란 말과 사이드 ‘죄의식 없는 그는 사이코패스?’는 두 개의 주제가 일관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가 죄의식 없는 사람인데, 사이코패스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공감이 가는 기사였다.

결정장애, 병이 아니라 습관일 뿐

세계 ‘기억하라, 역사는 복수한다’가 좋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처벌할 수 있을까.

K군 당연히 전두환을 떠올렸는데, 유죄였다가 사면받았는데 또다시 재판정으로 끌고 갈 수 있나 싶기는 하다. 진짜로 역사가 복수를 하면 재밌을 텐데.

‘베이징 여자’ 칼럼을 보면 한국 엄마가 가장 불쌍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 여가가 없는데, 중국 아줌마는 여러 여가 생활 중 하나를 선택해 육아를 하는 느낌이었다.

961호에서 결정장애는 비용이 든다는 것을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정장애를 위해 이런 그릇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표지 그림은 결정장애가 아니라 식탐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결정을 잘하는데 식탐이 있어 둘 다 먹고 싶다.

물론 용어겠지만 왜 모두 장애로 치부하는지 모르겠다. 병이 아니라 습관일 뿐이다. 이렇게 결정도 팍팍 빠르게 하면서 빡세게 살 아야 하나.

특집2 ‘고요하고 평화로운 신세계, 알랑가몰라’는 오랜만에 읽 는 체험 기사였다. 참여자들의 심경 변화가 흥미로웠다.

박 가 제주도 강정까지 언급해줘서 좋았다. 아버지가 다이빙을 좋 아하시는데 이유를 물으면 그냥 좋다고만 하신다. 이 글을 보고 직접 바다에 있는 듯 ‘좋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965호 독편위

965호 독편위

안철수를 통해 본 한국 정치 궁금

K 군 기자들은 좋겠다. 포토² ‘차마 이곳이 꿈엔들 잊힐리야’에 나 온 보리밭길도 가고 싶은 곳이다. 제목도 좋다.

박 가 요즘 ‘옆구리 쿡쿡’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박종현의 이코노미피아’를 유심히 보았다. 니얼 퍼거슨이 케인 스 이론의 총본산인 대학에 가서 무례한 말을 했다고 외신에서 봤는 데, 이런 단편적으로 지나친 뉴스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주었다.

레드 기획 ‘얘들아, 섹스 쫌 이야기하자’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 지만, 청소년이면 어차피 부모님에게 의탁해 사는 건데 외박도 하겠 다고 하는 건 공감하기 힘들었다.

K 군 기사를 읽으면서 가상의 누군가와 계속 싸웠다. ‘이건 좀 아 닌 것 같은데, 아니야 그렇지 않잖아’ 하면서.

박 가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섹스하지 말라면, 자립할 수 없는 장 애인은 어쩌라는 것인가? 일반인은 청소년들에게 성욕이 없을 것이 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내용을 강변하고 있다.

박 선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존재지만, 모든 국가의 청소년이 그 렇진 않다. 최저임금이 1만~2만원이고 15살 이상이 일할 수 있는 여 건이면, 돈 벌고 살게 될 나이다. 처음 기사를 봤을 때는 성적인 문제 로만 생각했는데, 볼수록 의미 있는 기획이다.

박 가 960호 레드 기획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의 아이디어가 참 신했다.

표지이야기 ‘고공생태보고서’는 영화 장면을 나누듯이 서술돼 있 다. 이런 형식이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 이슈를 변별하는 게 어렵다.

박 가 전철에서 읽는데 눈물이 났다. 혜화동 성당을 자주 지나게 된다. 봄일 때 봄 지나기 전에 내려왔으면 했는데 여름이 왔다.

959호 표지이야기 ‘지주회사에 속았다’는 노동 관점이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용이라 그런지 어려웠다.

박 선 다음호인 960호 특집 ‘회장님, 참 검소한 집에 사시네요’에 재 벌집 이야기가 나왔다. 이어 963호에는 조세회피가 나오고. 지주회사가 나오고 재벌들이 큰 집에서 잘 먹고 잘 쓴다니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여러 곳 으로 세금을 도피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으 로 이어지는 듯하다.

특집1 ‘뛰어보라 철수, 여기가 로두스 다’는 그의 행보가 궁금하던 차에 잘 읽었다. 체코가 민주화된 뒤 극작가 출신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이 됐는데, 그가 민주화 과정 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떤 한 시대 를 통과하는 국가에는 한 개인이 아니라 그 과제를 하나하나 통과시켜나가는 게 중요하 다.” 안철수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그래서 안철수는 잘 써줬으면 한다. 우호적으로가 아니라 정확하게 여러 가지로 아울러서 신 랄하게. 중요한 변수고 이슈니까.


소셜은 있는데 사회는 없구나

박 선 진보정당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들 의 시선이 안철수에게만 쏠려 있다. 통상임 금 같은 진보 이슈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도 아닌 안철수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불 편하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피로 해진다. 사람과 사회 ‘기저귀 따윈 필요 없어’ 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아이가 기저귀에 익 숙해지고 버리고, 두 번 스트레스받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박 가 레드 기획 ‘슬프고 따뜻한 독신의 식 탁’은 재밌게 읽었기는 했지만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TV 프로 에서 본 것도 같고.

기사를 보고는 신기해서 가봤다. 그런 모임이 영업의 장으로 변 질돼 있더라. 이런 식탁 모임에 나갔다가 보험 등을 권유하고는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 하더라. 참여하는 분만 계속 참여하는 듯도 하고.

정말 소셜은 있는데 사회는 없구나.

958호 표지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병원’을 읽고 엄청 울었다.

박 가 기획 연재 ‘무죄와 벌’ 마지막 회에서 매뉴얼이 좋았다. 962호 특집 ‘이자율 연연 말고 짧되 꾸준히 모아라’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매 뉴얼이 도움이 많이 되더라. 도시 생존 가이드 같다.

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