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위원들이 있었던 지난 회의와 달리, 지난 11월7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에서 열린 22기 독자편집위원회 네 번째 회의는 전원 출석으로 충만했다. 879호부터 883호에 걸친 그 충만함은 반가움으로 시작해 신랄함으로 끝났다. 기사에서 편집까지 독편위원들의 무차별적 비판에 훗날 터져나올 기자들의 볼멘소리가 걱정될 지경이었다. 독편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두 번째 기자소환제에 출두(?)한 김남일 기자는, 넉살과 유머로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를 책임져 팬서비스(?)를 다했다.
당위성만으로 설득력 확보 안 돼
사회 반갑다. 879호 표지이야기는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을 한국판 리버럴리즘의 출현으로 바라봤다. 설득력이 있었나?
김종옥 100% 동의하지 않지만,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주목한 부분이 아니라서 공부하는 느낌도 있었고. 그래서일까 다소 어려웠다.
손웅래 나만 어렵다고 느낀 게 아니었구나. (웃음)
김종옥 너무 ‘미국적 문맥에 무리하게 꿰맞추려는 시도’는 아닌가 생각했다. 한국의 자유주의 계보도 한 주제였던 거 같은데 그 부분을 큰 맥락에서 얘기한 뒤 지금의 현상을 대입하면 좋았을 듯싶다.
정은진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약간 가르치는 느낌이 들었다.
김아무개 한국의 부채율을 다룬 이슈추적에서 대안 제시 부분은 외부 기고가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문제를 제기했으면 대안 제시도 직접 해야 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듯하다. 금리를 낮춰서 빚잔치했다는 논조인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논리는 아닌 것 같다. 금리 인상의 당위성만 언급한 듯했다. 저금리가 가지는 설득력도 아울러 비판해야 실정을 모르고 한 소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박소영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 등을 다룬 특집은 나꼼수가 왜 인기 있는지 분석했다. 그런데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미디어가 극에 달하면 반전된다”는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나꼼수 열풍을 설명할 때 이론적 배경을 곁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은진 깊이 있는 분석이 아니라 소개하는 식이어서 아쉬웠다.
류하경 세계 기사 제목에 오타 있네요. ‘성장은~’인데 ‘성장의~’로 나왔네요. (웃음)
김아무개 덧붙이자면, 칠레 현지 기사를 싣고 대사를 인터뷰한 경우가 다른 국제 기사에는 별로 없었는데 에서 볼 수 있었다. 좋았다. 역시 김순배 기자다.
사회 오늘도 기자들 희비가 엇갈리겠다. 유럽 사회책임경영의 현주소를 다룬 880호로 넘어가자.
용감했던 병원 성적표 기사
정은진 정치 기사가 이상했다. 나경원과 박영선을 공평하게 다룬 것은 좋은데, 주제와 부제의 긍정적 톤과 내용의 부정적 톤이 따로 놀았다. 특히 나경원 관련 내용은 기자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억지로 쓴 느낌이랄까. 까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김종옥 ‘하고잽이 해내고 말다’ ‘골리앗에 맞선 박영선’. 둘 다 제목이 별로였다. 뜬금없는 느낌이다.
유지향 나경원은 정치력과 능력으로 평가하지 않고 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가 가진 핸디캡인데, 이런 부분을 분석 지점으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표지가 이해 안 된다. 안습이랄까. (웃음) 내용과 안 맞았다. 기사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표지를 보고 알기 힘들었다.
김아무개 이번 회의에서 다룰 다섯 호의 가운데 개인적으로 최악의 표지다. 경제 ‘매력적이어서 농락당하는 아이러니’는 제목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제목을 보고 기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경제 기사 제목을 너무 사회나 문화 기사 식으로 단 것 아닌가.
김종옥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나. 난 느낌이 확 오더라.
김아무개 평소 차례를 본 뒤 기사를 보는 편인데, 제목 보고는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다.
손웅래 기획 ‘대학평가의 시대, 속물지배의 시대’는 너무 ‘속물’을 갖다 붙이는 느낌이 들어서 어색했다.
박소영 난 반대다. 대학이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속물지배의 사회’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됐다.
손웅래 전근대적인 학교 풍토에서 신자유주의라도 나름의 개혁성을 가진다고 보는 학생들도 있다.
김종옥 속물임을 강요하는 것은 보수 언론 아닌가. 그것에 대학이 발맞춰갔고. 나도 처음에는 속물로 연결하는 게 약간 무리라고 느꼈는데, 대학을 속물이게 하는 언론의 책임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한국 병원의 성적표를 공개한 881호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논란을 다룬 882호는 어떻게 보았나.
김종옥 흥분하지 않고 잘 쓴 것 같다. 친정아버지가 강남성모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는데 기사를 보니 4위더라. 이걸 예전에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용감했던 기사다. 병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기사를 썼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한눈에 이해 안 되는 제목유미연 환자들에게 이로운 정보였다. 이런 자료가 수시로 공개돼야 한다.
손웅래 그렇다. 환자들과 병원은 정보에서 너무 비대칭적이다.
류하경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대해 공과를 다 아울러서 좋았다.
정은진 동의한다. 영웅시하는 면이 있는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모두 다뤄서 좋았다.
김아무개 잡스가 인간적으로 도덕 관념이 없다. 사회적 관념이 안 통하는 인간이라고 평전에 나오더라. 애플 마니아들은 그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좋아하나.
김종옥 초점 ‘강정마을에 자행된 고고학적 테러’에서 ‘고고학적 테러’가 무슨 의미인지 어려웠다. 고고학적으로 자행된 테러인지 고고학에 대한 테러인지, 제목이 이상했다. 고고학적 이론이 구럼비바위를 파괴시키는 데 이용됐나 하는 의문까지 일었다.
손웅래 제목이 나와서 한마디 거들면 ‘곽정수 경제 뒤집어보기’에서 부제 ‘정치인 박원순은 재벌에 발목 잡힌 대통령 노무현을 극복할까?’는 박원순과 노무현을 무리하게 연결한다는 느낌이 들어 어색했다.
류하경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가 쓴 초점 ‘엄선한 한-미 FTA 독소조항 11가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조항을 잘 정리해줬다. 오려서 들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유미연 이번호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는 최고였다. 와잎이 직접 쓴 거라는데 X기자가 직접 쓴 거 아닌가. (웃음)
정은진 882호 제주 중문단지를 다룬 특집 ‘박정희가 빼앗고, 이명박이 판다’에서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는 곁다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천공항 문제도 중요한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들 모르고 있다. 알려주면 좋았을 것이다.
김아무개 월가 시위와 유로존 기사 말고는 유럽의 경제위기를 다룬 기사 분량이 적고 또 늦은 느낌이다. 토빈세 주장이 일관되게 제기되고 있다. 그게 금융자본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일 터다. 이 선제적으로 토빈세 주장을 다뤘으면 한다.
류하경 피죤이나 귀뚜라미 관련 기사는 잘하고 있다. 호를 거듭할수록 사진 속 피죤 회장이 점점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동 웃음)
유지향 새 연재 ‘네 남자의 만화방’이 좋더라. 기대된다.
정은진 882호 기사들의 제목이 다 좋다. 간만에 표지도 좋았다.
사회 나경원과 박원순을 표지로 다룬 883호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
정치를 선악 구도로 봐서야김아무개 아, 이 표지는 뭔가 싶었다.
류하경 정치를 너무 선악 구도로 몰고 가는 것 아닌가. 좀 뜨악했다.
정은진 부제가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무리수였다.
김아무개 차라리 사필귀정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표지들이 다 별로였다. 정치 기사가 많아지니까 두 명을 표지로 내세운 883호와 884호는 이미지가 너무 똑같았다. 병원의 성적표를 공개한 881호 표지가 가장 좋았다.
김종옥 884호 ‘대선 후보 누가 될까’라는 제목은 맘에 안 든다.
유지향 같은 느낌이랄까. 정치를 선악 구도로 나눈 것이 문제다. 표지는 답게 가되, 기사에 날이 섰으면 좋겠다.
정은진 진지를 나눠 기사 쓰는 것처럼 거친 느낌이다. 정제된 느낌이 없다.
류하경 만리재에서 ‘바보들의 10·26’은 제목과 내용이 안 맞았다. 10·26에 대한 얘기는 마지막 단락에 나온다.
김종옥 잘나가는 영화 제목은 진부하다고 비판하니까 그걸 비껴가려고 상징성 높은 제목을 다는 것은 아닌지.
유지향 특집2 ‘르노삼성에 드리운 쌍용차의 악몽’은 내용은 좋았다. 그런데 “노사 간 상호 불신과 대화 부족부터 해결하자”는 결론은 맥이 빠졌다. 이야기를 벌려놓고 분석을 안 한 느낌이랄까.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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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반갑다. 글과 사람은 절대 같지 않다. 이 점을 고려해서 질문해달라. (웃음)
김종옥 881호에 실린 캠핑 기사가 재밌었다. 보이스카우트는 부의 상징인데, 있는 집에서 자랐나 보다. (웃음) 캠핑은 계속하나.
김남일 어려운 살림에 어머님이 무리해서 보내주셨다. (웃음) 알아봤는데 침낭이 60만원이나 해서 비싸서 못하고 있다.
유지향 기자들이 왜 캠핑에 꽂혔는지 궁금하다. 메인 기사는 ‘가족로망스’라더니 남자들만 갔다.
김남일 사실 가족로망스라기보다 가족을 떠나고 싶었던 남자들이다. 가정에서 환대 못 받는 남자들이다. (웃음)
손웅래 지하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룬 883호 특집은 처음에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
김남일 다른 매체에 나온 판결문 기사를 보고 뭔가 더 있겠다 싶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문의해봤더니 이분들이 조직이 안 된 분들이라 섭외가 어려웠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분들의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박소영 ‘이건 좀 기삿거리가 되겠는데’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쓰는 편인가. 기사화하고 싶은 분야는.
김남일 사실 그게 기자다. ‘기자는 차 몰고 다니면 안 된다’는 옛말이 있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녀야 기삿거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8년간 기자생활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경찰·검찰·헌재 등 출입부서가 사회부서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조사전문기자가 되고 싶었다. 통계와 자료를 엮어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언젠가 모두를 놀라게 할 기사를 쓸 거다.
유지향 주제넘은 얘기인데, 예전보다 지금의 김남일 기자의 기사가 더 좋다.
김남일 옛날 것도 다시 읽어보면 주옥같을 것이다. (웃음)
손웅래 언론 기사를 보면 익명으로 인용해서 쓰는 거, 너무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사실인가.
김남일 사실 익명 보도는 가장 최후에 써야 하는데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쉽지 않다. 다른 언론은 지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는 지어내지 않는다. 실명이 나가면 바로 아웃되는 조직이 많다. 만약 지어낸다고 하면 티가 난다.
김종옥 이거는 표지다, 이건 특집이다 정하고 하는가.
김남일 사회팀 기자들이 발제를 하면 사회팀장과 먼저 회의를 한다. 그 뒤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뒤 팀장회의에서 표지, 특집 등으로 최종 결정한다. 그주의 상황에 따라 변경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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