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우기를 방불케 하는 장마로 꿉꿉했던 지난 7월11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22기 독자편집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화사한 얼굴의 박소영 위원이 장대비를 뚫고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윽고 광주에서 올라온 ‘동안소년’ 류하경 위원과 퇴근 뒤 부랴부랴 달려온 해맑은 정은진 위원, 연장자로 22기의 중심을 잡아줄 김종옥 위원, 당찬 여대생의 포스가 느껴지는 유지향 위원이 연이어 당도했다. 그 뒤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함을 보여준 유미연 의원과 독편위에서 꽃미남을 담당하게 될 손웅래 위원이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 마감 때문에 지각을 한 동종업계 종사자 김아무개 위원의 도착을 끝으로 22기 독편위의 첫 회의가 시작됐다. 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기 때문이었을까. 독편위원들은 순간의 어색함도 잠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논의를 해나갔다. 그 화목함 속에서도 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화끈한 주문은 번뜩였다. 편집장과의 뒤풀이에서조차 기자소환제를 비롯한 다양한 요구사항을 풀어놓은 22기 독편위의 팀워크는 새벽의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한겨레21> 864호부터 868호까지
사회: 반갑다. 21기를 보내고 22기를 맞는 마음이 새롭다. 이 더 멋지고 재밌는 잡지가 되도록 많은 질정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먼저 돈에 빠진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다룬 864호와 채권 추심을 다룬 865호를 묶어서 톺아보자.
정은진: SK 팬인데 표지에 SK팀이 빠져서 아쉬웠다. (웃음) 근데 ‘퀸스데이, 바비큐존’ 등은 이미 다 나온 얘기 아닌가.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김종옥: 난 재밌게 봤다. 신문은 사건 중심인데 은 그 이면을 다뤄 신선했다. 뒷얘기 위주라서 기자들이 애를 쓴 것 같더라.
박소영: 차라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부분보다 승부조작을 정면으로 조명해야 하지 않았나. 명과 암을 밝혀보려 했다는데 암 쪽이 부족하지 않았나. 그리고 정작 선수들의 직접적인 얘기가 없어 아쉬웠다.
류하경: ‘가난한 구단 선수를 노리는 검은돈’ 기사가 좋았다. 스포츠 신문은 악플을 유도하는 기사가 많다. 선수들이 부도덕하다는 탓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줘서 좋았다.
박소영: 예전부터 ‘기자가 뛰어든 세상’을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865호 표지이야기의 채권 추심은 흔히 볼 수 없는 직종이라 동감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와서 댓글을 달기 어려웠다.
김종옥: 추심 얘기만 했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한쪽에 중심을 둬야 했다. 사채를 써서 피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나.
유지향: 그 사장이 평소 안철수를 좋아했고, 인디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대목이 더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유미연: ‘6·2 이후 1년, 지방자치 20년’ 기획 연재는 아름다운 사례만 나열한 듯해 아쉬웠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 했다면 미담 위주보다 실패 사례나 어려움도 언급해줬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김아무개: 곽정수의 경제 뒤집어보기 ‘정몽구 회장도 모르는 유성기업의 숨겨진 진실’은 다른 매체에서 안 나오는 얘기라서 좋았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회피하려고 영업적자로 눈속임하는 유성기업의 문제를 밝혀줘서 좋았다. 실질적으로 재무제표를 보고 분석해 쓴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옥: 여담인데 왜 요즘 에 만평이 실리지 않는 것인가. ‘시사 SF’나 ‘대한민국 원주민’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선 만평이 없어 아쉽다.
박소영: 초등학교 4학년 때 만평을 보면서 을 읽기 시작한 나도 동감한다. 독자층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만평의 신설이 시급하다.
유지연: 특집 ‘참을 수 없는 등록금의 무거움’이 와닿았다. 국제정세 표를 곁들여 한국의 현실을 일깨웠다.
박소영: 조·중·동 논조가 노리는 속셈도 알게 해줬다. 뒷부분을 더 부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종옥: 등록금 문제는 여태껏 어떻게 참았지 하는 생각에 기이하기조차 하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거 은 왜 몰랐나. (웃음)
사회: 동물 증세 논란을 다룬 866호와 메가스터디 해킹을 다룬 867호를 같이 얘기해보자.
김아무개: 나는 오늘 논의하는 5권 중 866호 표지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진과 표지만 봐도 무슨 얘긴지 알지 않나. 부가가치세 10% 매기는 것과 MB의 부자 감세를 접목한 게 참 신선했다.
정은진: 강남 부자들이 아니라 서민들이 동물보험에 많이 가입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많이 소개한 기사였다.
유미연: 기획2에 실린 김선우 시인의 ‘치커리 키우는 언니에게’를 보고 희망 버스를 타고 싶었다. 감성적이었다. 언니라고 대화하듯이 쓴 부분이 좋았다. 기업 논리, 경영 논리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그래?’라는 부분이 더 와닿았다.
김종옥: 김진숙과 희망 버스는 노동운동사에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전의 투쟁과도 다르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느낌도 많이 다르다. 연대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이는 에서 끝까지 다뤄줘야 한다.
김아무개: 경제 ‘김광수는 제2의 변양호인가’에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에 대한 수사가 호남 표적 수사라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김광수 원장은 전직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이었다. 무리한 수사는 맞는데 표적 수사라고 보긴 어렵다. 그는 이 정권에서 배척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한편 메가스터디 해킹 표지이야기는 또 하나의 대단한 건이 아닌가 싶었는데, 부산저축은행에 비해 좀 약했다.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썼는데, 비판 수위를 너무 세게 잡은 게 아닌가 싶다. 특종보다는 단독이 낫지 않았을까.
김종옥: 석연치 않았다. 긁으려는 시늉은 했는데 부분적이었다고나 할까.
류하경: 독자가 읽기에는 약간 미흡했다고 본다. 불감증을 건드려줄 수는 있지만. 개인정보를 빼갔느냐는 부분이 확실하지 않은 것 아닌가.
정은진: 우리가 너무 무감각해진 것 아닌가. 보이스피싱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심각한 건데, 잘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 고객 정보는 기업이 지켜야 할 자산이다. 돈을 받았으면 지켜줘야 한다. 보안책임자도 두지 않았다는 건 기업 윤리에 어긋나는 거다. 충분히 기사를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김종옥: 검경 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도대체 어느 편을 들어야 정의로운지 잘 모르겠다. 에서 지침을 내려주면 그대로 생각하겠는데. (웃음)
유지향: 특집은 아이들도 독립적인 취향이 있는 존재라고 알려줘서 좋았다. 놀아주자라는 결론이 나와서 맥 빠진 면도 있지만. 어린이 산업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갑자기 놀아주자는 식의 교훈적인 결말에 이른 느낌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놀아주지 못하는 부모도 많지 않을까.
박소영: 마치 ‘함께하는 교육’ 같은 느낌? (웃음)
정은진: 그래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 놀아주는 것이다. 다만 기사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고 본다.
류하경: 동의한다. 3~4쪽이면 족할 내용을 너무 많이 다뤘다.
손웅래: 꼭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종종 기사와 별 상관없는 단락이 눈에 띄기도 한다. 지면을 메꾸기위한 것으로 읽혀 보기에 좋지 않다.
사회: 마지막으로 진보정당 통합 논의를 다룬 868호는 어땠나.
김아무개: 김진숙을 표지이야기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운동의 전환 과정으로 중요한 시점 아닌가.
김종옥: 동의한다. 나도 김진숙이 표지이야기로 나갔으면 했다. 이번 표지이야기의 논조인 통합할래, 말래는 결국 통합하라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른 논점이 없다.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은 너무 많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통합론으로 얘기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박소영: 왜 독자파가 반대하는지 알려줘서 좋았다. 안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유미연: 세계 ‘권력자와 부자만 위하는 더러운 세상’ 콩트가 재밌었다. 실업과 주택 문제 등 중국의 현실을 알게 했다. 마오쩌둥의 신격화 이유를 언급한 ‘마침내 신이 된 혁명가’도 좋았다.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민주, 통일교 후원금 의혹에 “국힘과 달리 조직적 동원 없어…불법 아냐”

‘소년범 의혹’ 조진웅 은퇴 선언…“지난 과오에 마땅한 책임”

‘갑질’ 의혹 박나래 입건…전 매니저 “상해, 대리처방 심부름”

‘심근경색’ 김수용 “저승 갔었다…담배, ○○○ 이젠 안녕”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갑질 의혹’ 박나래, 전 매니저들 맞고소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예수 고향서 3년 만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다시 “희망의 빛”

‘현지누나’ 파문에 국힘 “국정문란 사건…김 직무배제 해야”

바다를 달리다 보면…어느새 숲이 되는 길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