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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기 독자편집위원회 첫 번째 회의… 864호부터 868호까지 내용과 분량 등 기사의 적절성에 대한 예리한 비판 쏟아져
등록 2011-07-22 16:00 수정 2020-05-03 04:26

새로운 시작. 우기를 방불케 하는 장마로 꿉꿉했던 지난 7월11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22기 독자편집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화사한 얼굴의 박소영 위원이 장대비를 뚫고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윽고 광주에서 올라온 ‘동안소년’ 류하경 위원과 퇴근 뒤 부랴부랴 달려온 해맑은 정은진 위원, 연장자로 22기의 중심을 잡아줄 김종옥 위원, 당찬 여대생의 포스가 느껴지는 유지향 위원이 연이어 당도했다. 그 뒤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함을 보여준 유미연 의원과 독편위에서 꽃미남을 담당하게 될 손웅래 위원이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 마감 때문에 지각을 한 동종업계 종사자 김아무개 위원의 도착을 끝으로 22기 독편위의 첫 회의가 시작됐다. 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기 때문이었을까. 독편위원들은 순간의 어색함도 잠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논의를 해나갔다. 그 화목함 속에서도 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화끈한 주문은 번뜩였다. 편집장과의 뒤풀이에서조차 기자소환제를 비롯한 다양한 요구사항을 풀어놓은 22기 독편위의 팀워크는 새벽의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한겨레21> 864호부터 868호까지

<한겨레21> 864호부터 868호까지

추심의 세계에 더 집중했어야

사회: 반갑다. 21기를 보내고 22기를 맞는 마음이 새롭다. 이 더 멋지고 재밌는 잡지가 되도록 많은 질정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먼저 돈에 빠진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다룬 864호와 채권 추심을 다룬 865호를 묶어서 톺아보자.

정은진: SK 팬인데 표지에 SK팀이 빠져서 아쉬웠다. (웃음) 근데 ‘퀸스데이, 바비큐존’ 등은 이미 다 나온 얘기 아닌가.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김종옥: 난 재밌게 봤다. 신문은 사건 중심인데 은 그 이면을 다뤄 신선했다. 뒷얘기 위주라서 기자들이 애를 쓴 것 같더라.

박소영: 차라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부분보다 승부조작을 정면으로 조명해야 하지 않았나. 명과 암을 밝혀보려 했다는데 암 쪽이 부족하지 않았나. 그리고 정작 선수들의 직접적인 얘기가 없어 아쉬웠다.

류하경: ‘가난한 구단 선수를 노리는 검은돈’ 기사가 좋았다. 스포츠 신문은 악플을 유도하는 기사가 많다. 선수들이 부도덕하다는 탓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줘서 좋았다.

박소영: 예전부터 ‘기자가 뛰어든 세상’을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865호 표지이야기의 채권 추심은 흔히 볼 수 없는 직종이라 동감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와서 댓글을 달기 어려웠다.

김종옥: 추심 얘기만 했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한쪽에 중심을 둬야 했다. 사채를 써서 피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나.

유지향: 그 사장이 평소 안철수를 좋아했고, 인디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대목이 더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유미연: ‘6·2 이후 1년, 지방자치 20년’ 기획 연재는 아름다운 사례만 나열한 듯해 아쉬웠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 했다면 미담 위주보다 실패 사례나 어려움도 언급해줬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김아무개: 곽정수의 경제 뒤집어보기 ‘정몽구 회장도 모르는 유성기업의 숨겨진 진실’은 다른 매체에서 안 나오는 얘기라서 좋았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회피하려고 영업적자로 눈속임하는 유성기업의 문제를 밝혀줘서 좋았다. 실질적으로 재무제표를 보고 분석해 쓴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옥: 여담인데 왜 요즘 에 만평이 실리지 않는 것인가. ‘시사 SF’나 ‘대한민국 원주민’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선 만평이 없어 아쉽다.

박소영: 초등학교 4학년 때 만평을 보면서 을 읽기 시작한 나도 동감한다. 독자층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만평의 신설이 시급하다.

유지연: 특집 ‘참을 수 없는 등록금의 무거움’이 와닿았다. 국제정세 표를 곁들여 한국의 현실을 일깨웠다.

박소영: 조·중·동 논조가 노리는 속셈도 알게 해줬다. 뒷부분을 더 부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종옥: 등록금 문제는 여태껏 어떻게 참았지 하는 생각에 기이하기조차 하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거 은 왜 몰랐나. (웃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사 분량

사회: 동물 증세 논란을 다룬 866호와 메가스터디 해킹을 다룬 867호를 같이 얘기해보자.

김아무개: 나는 오늘 논의하는 5권 중 866호 표지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진과 표지만 봐도 무슨 얘긴지 알지 않나. 부가가치세 10% 매기는 것과 MB의 부자 감세를 접목한 게 참 신선했다.

정은진: 강남 부자들이 아니라 서민들이 동물보험에 많이 가입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많이 소개한 기사였다.

유미연: 기획2에 실린 김선우 시인의 ‘치커리 키우는 언니에게’를 보고 희망 버스를 타고 싶었다. 감성적이었다. 언니라고 대화하듯이 쓴 부분이 좋았다. 기업 논리, 경영 논리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그래?’라는 부분이 더 와닿았다.

김종옥: 김진숙과 희망 버스는 노동운동사에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전의 투쟁과도 다르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느낌도 많이 다르다. 연대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이는 에서 끝까지 다뤄줘야 한다.

김아무개: 경제 ‘김광수는 제2의 변양호인가’에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에 대한 수사가 호남 표적 수사라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김광수 원장은 전직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이었다. 무리한 수사는 맞는데 표적 수사라고 보긴 어렵다. 그는 이 정권에서 배척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한편 메가스터디 해킹 표지이야기는 또 하나의 대단한 건이 아닌가 싶었는데, 부산저축은행에 비해 좀 약했다.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썼는데, 비판 수위를 너무 세게 잡은 게 아닌가 싶다. 특종보다는 단독이 낫지 않았을까.

김종옥: 석연치 않았다. 긁으려는 시늉은 했는데 부분적이었다고나 할까.

류하경: 독자가 읽기에는 약간 미흡했다고 본다. 불감증을 건드려줄 수는 있지만. 개인정보를 빼갔느냐는 부분이 확실하지 않은 것 아닌가.

정은진: 우리가 너무 무감각해진 것 아닌가. 보이스피싱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심각한 건데, 잘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 고객 정보는 기업이 지켜야 할 자산이다. 돈을 받았으면 지켜줘야 한다. 보안책임자도 두지 않았다는 건 기업 윤리에 어긋나는 거다. 충분히 기사를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김종옥: 검경 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도대체 어느 편을 들어야 정의로운지 잘 모르겠다. 에서 지침을 내려주면 그대로 생각하겠는데. (웃음)

유지향: 특집은 아이들도 독립적인 취향이 있는 존재라고 알려줘서 좋았다. 놀아주자라는 결론이 나와서 맥 빠진 면도 있지만. 어린이 산업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갑자기 놀아주자는 식의 교훈적인 결말에 이른 느낌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놀아주지 못하는 부모도 많지 않을까.

박소영: 마치 ‘함께하는 교육’ 같은 느낌? (웃음)

정은진: 그래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 놀아주는 것이다. 다만 기사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고 본다.

류하경: 동의한다. 3~4쪽이면 족할 내용을 너무 많이 다뤘다.

손웅래: 꼭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종종 기사와 별 상관없는 단락이 눈에 띄기도 한다. 지면을 메꾸기위한 것으로 읽혀 보기에 좋지 않다.

김진숙 표지였으면 어땠을까

사회: 마지막으로 진보정당 통합 논의를 다룬 868호는 어땠나.

김아무개: 김진숙을 표지이야기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운동의 전환 과정으로 중요한 시점 아닌가.

김종옥: 동의한다. 나도 김진숙이 표지이야기로 나갔으면 했다. 이번 표지이야기의 논조인 통합할래, 말래는 결국 통합하라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른 논점이 없다.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은 너무 많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통합론으로 얘기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박소영: 왜 독자파가 반대하는지 알려줘서 좋았다. 안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유미연: 세계 ‘권력자와 부자만 위하는 더러운 세상’ 콩트가 재밌었다. 실업과 주택 문제 등 중국의 현실을 알게 했다. 마오쩌둥의 신격화 이유를 언급한 ‘마침내 신이 된 혁명가’도 좋았다.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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