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참가자 면접조사, 평화를 외치는 종교인들, 새로운 단계 ‘조직’을 차근히 펼치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더웠다. 저녁이 돼도 태양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716~720호 다섯 권씩을 챙겨든 독편위원들이 7월29일 저녁 더운 거리를 지나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표지에는 여전히 촛불이 뜨거웠고 정부는 방송 장악의 의지를 불태운다니 할 말도 많은 시간이었다. 2시간도 모자라 3시간이 다 돼서야 회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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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호 10대들의 놀라운 자존감
김기홍: 표지 디자인에서 이번 표지이야기가 방송 장악 음모를 파헤친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줬다. 기획 ‘촛불집회 10대 면접조사’에서 자존감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10대들이 대부분이라 놀랐다. 면접조사 결과 “66.5% ‘성적은 중상 이상’”이란 내용은 일부에서 비하하는 것과 반대로 공부 잘하는 잘난 애들이 더 많이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여학생의 촛불이 더 단호하다는 두 번째 기사는 결론이 생뚱맞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성차별 극복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뭔가. 이번 ‘인권 OTL-30개의 시선’은 김은수씨와 비슷한 사람들의 현재 상황과 경험을 좀더 모았다면 더 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6월24일에 진실 규명 결정이 난다고 언급했는데 후속 보도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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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욱: 도미노처럼 언론 장악 시나리오가 착착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방송 사장, 문화방송 민영화 얘기 등을 잘 다뤘다. 〈PD수첩〉 등의 프로그램도 집중해서 얘기해주니 더 심층적이었다. 그쯤에서 외국에선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딱 넘기니까 영국의 〈BBC〉 얘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윤이삭: 여학생이 더 단호한 촛불을 들었다며 남학생들은 운동과 게임을 한다는 식으로 일반화한 것은 작위적이다.
강인경: 촛불집회 참여자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그 집단의 특성을 알려준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여학생·남학생의 특성을 추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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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호 QSA와 토론문화 짚고 가기
윤이삭: 표지이야기 기사는 이전의 이명박 대통령 심리분석 기사와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아쉬웠지만, 미국 쇠고기 품질시스템평가(QSA)에 대해 다룬 기사는 완벽했다. 다른 언론은 정부 발표와 시민단체 반론을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면, 은 QS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주었다. 2008년 한국의 토론문화에 대한 특집 기사는 심도 깊으면서도 이해하기 쉬웠고 시기상으로도 적절했다. 촛불 정국이 ‘토론의 성지’인 아고라에서 시작됐고, TV 토론 프로그램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보인 토론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자극적인 토론문화를 지적한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와 백지연씨 인터뷰는 인상 깊었다. KD그룹의 버스 연비 절감 경영을 소개한 경제면은 많이 불편한 기사였다. 개인적으로 높은 온도에도 에어컨을 안 틀어줘 KD그룹 버스를 안 타고 있었다. 유류비를 아끼자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경영을 긍정적으로 소개해야 하나. 레드 기획은 ‘레드다운’ 기사였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처럼 약간은 감성적인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는 이 형식이 가장 ‘레드’스럽달까?홍경희: 이번 레드 기획, 비라는 소재가 참 좋다. 비 듣는 레드. 전체적 분위기는 낭만적이고 말랑말랑한 감성. 비를 방구석·음식·음악·여행·책·영화 등으로 엮어낸 것이 다소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이를 타파한 것은 개성 있는 글이었다.
김기홍: 용서를 모르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에서 당연히 나타나는 것이 교도소 출소자에 대한 취업 차별과 경찰의 행정 편의주의 아닌가? 인권 OTL ‘교도소 밖, 갈 곳이 없다’는 좋은 시선을 가진 기사였는데 좀더 심층적인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
718호 버마가 떠오른 표지, 새로운 지옥철
이미지: “또 촛불집회?” 그나마 이번 기사는 그동안의 추이 기사와 달리 성직자들의 집회 참여를 한 발짝 물러나 관조자적 입장에서 지켜본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불법시위를 폭력시위로 몰아 ‘불온한 반미 인사’들을 쓸어버리려는 찰나, 혜성처럼 등장하신 일군의 성직자 무리들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입지를 되새겨보게 했다. 한편으론 승려들이 앞장섰던 버마의 민주화 시위와 티베트의 반중 시위가 떠올랐다. 기왕에 성직자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다룰 것이었다면 같은 표지이야기에서나 세계면에서라도 버마와 티베트 이야기를 다뤄주었다면 좋았겠다. 성직자들의 사회운동이 갖는 의미와 국가 폭력의 무서움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을 듯하다. 인권 OTL에 지옥철과 만원버스 출근길이라니. 생각 못했던 소재라 눈길이 갔다. ‘인권’을 크고 무거운 단어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상 곳곳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연 권리가 침해되는 모든 순간이 다 ‘인권 OTL’일 수 있다는 사실. 기획의 취지와 잘 부합한 소재였다.
강인경: ‘정재승의 사랑학 실험실’이 갈수록 ‘부부 클리닉’으로 가고 있다. 내겐 더 좋긴 하다. 한국 사회가 부부 상담 시스템이 잘 안 돼 있어서 이렇게 매체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는다.
윤이삭: 이슈추적 ‘조·중·동의 다음 죽이기’는 조·중·동 기사 게시 중단을 다음의 경영 악화 원인으로 몰고 가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임현욱: 공포영화를 다룬 문화 기사는 ‘고사’라는 영화제목을 살린 제목이 감각적이었다. 한국 공포영화 관객 수 정리도 좋았고 한국 공포영화가 왜 사라져가는지 보여줬다.
홍경희: 인권 OTL ‘토익에 지쳐도 꿈은 있더이다’는 이번주 나만의 베스트 기사다. 토익 세대로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된다.
한성곤: 내겐 초점 ‘미국산 쇠고기 불티난다?’가 최고 기사였다. 안전하냐 아니냐의 기준은 지금 팔고 있는 쇠고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데 그 점도 잘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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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촛불을 전망하고 휴가를 돕다
임현욱: 오랜만에 시사넌센스를 보면서 웃었다. ‘행운의 부적’이라니! 줌인에서 다룬 포털 다음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기사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기업에 대한 응징으로서의 세무조사. 이것은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으로 촛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직’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대중들을 심층 분석한 기사는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시민인권선언부터 개헌까지’는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다만 서울시교육감 선거 기사는 촛불의 미래를 모색한다는 표지이야기와 다소 동떨어졌다. 또 표지의 ‘조직’이란 글씨를 직접 쓴 것은 좀 촌스럽지 않았나. 전국의 생태체험 마을 15곳을 소개하는 ‘책 속의 책’은 일반적인 여행지 소개 기사와는 차별화된, 신선한 기획이었다. 포토스토리는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의 눈에 비친 전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니, 호기심도 자극했고 사진도 좋았다.
강인경: ‘책 속의 책’을 보고 일단 가까운 연꽃마을을 찾았다. 한데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더라. 생태마을이라는 주제가 휴가 일정 잡기에 도움을 줬지만 세부 정보가 아쉬웠다.
김기홍: 인권이 무슨 명예인가. 대체복무제가 재검토된다는 내용의 인권 OTL 기사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반기문과 국제사회 앞의 명예 실추가 핵심인가.
이미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에서 오래 다뤄왔던 얘기다. 마침 시의적절하게 사안이 터졌으니 인권 기사로 다룬 것 아니겠는가.
한성곤: ‘박미경의 알찬 재테크’를 보다 울컥했다. 첫 칼럼 마지막에 ‘PB센터 가서 상담 받으라’니! 거기 가서 상담받을 자산 규모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글에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없다. 두 번째 칼럼도 기존 재테크 정보를 짜깁기한 듯했다.
윤이삭: 표지이야기 ‘촛불의 중간평가, 교육감 선거’는 제목부터 언론이 부추기는 형국이지 않았나.
홍경희: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당부로 받아들였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열중했다면 이제 정책에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리인 선거에 참여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강인경: 이후에 교육감 선거 결실을 놓고 정리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감 직선제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이런 식으로 선거하는 게 옳은지.
720호 이건희와 여군 군악대장 무죄!
홍경희: ‘보도 그 뒤’에서 박 대위의 판결을 보며 나의 일처럼 뿌듯했다. 지속적인 보도 끝에 나온 성과다. 삼성 사건의 흐름과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것이 사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법이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고 해도, 기사 말미에 법관의 양심을 강조한 부분 역시 의미 있었다. 인권 기획에서 노동권을 주목해서 반갑다.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여성 노동자를 다룬 것도 좋았지만 서서 일하는 모든 남녀 노동자를 다루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고객의 시선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소비자로서 주창하는 내 권리가 다른 노동자의 권리를 압도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교육감 후보를 인터뷰한 것은 상징적이다. 단 각 후보의 정책적 차이나 정치적 역량 등을 면밀히 검토한 기사도 있었다면 좋았겠다. 특집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국내외 정세를 통해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한 부분도 정세를 파악하는 독자의 사고를 깊게 만들어주었다.
윤이삭: 내가 고등학생이어서 그런지 교육감 후보와 청소년이 만나는 기획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녀가 없는 옆집 아저씨는 투표권이 있고 학생은 왜 선거권이 없나 불만이었다. 청소년들이 교육감 후보를 만났다는 자체로도 뿌듯했고, 기사가 좀더 길었으면 했다.
강인경: 특집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떠도는 표류정부’를 보면서, 워낙에 사안이 급박히 돌아가니까 조금씩 뒷북을 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같이 상황이 달라지다 보니.
한성곤: 줌인 ‘문화일보 보복보도의 진실’을 보니 살굿빛 가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상대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유도질문을 하고 그 유도질문을 답변인 양 위장해서 내보냈다면 이게 언론인지 ‘찌라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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