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과 삼성 계속 물고 늘어진 의 한 달, 독자들도 수사하는 기분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올해의 표지도 뽑고 모니터링 회의도 하느라 15기 독편위원들의 12월은 바빴다. 전수경씨가 데려온 둘째아이가 옆에서 자고 있었던지라 이번 회의는 어느 때보다 조용조용히 진행됐다. 12월11일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연말 느낌 때문인지, 15기 위원들은 세 번째 회의인데도 마지막 회의에 임하는 듯 정성을 다했다.
‘2007 출근길’ 속에 내 모습 보여
전수경: 686호 ‘이명박과 김경준의 질긴 인연 5막’의 표지사진을 보며 ‘김경준의 살인미소’란 말에 공감했다. 저 미소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는데 검찰 발표가 그렇게 나서 허무하다. 수사 결과가 나오고 나니까 그동안 떠들썩했던 일들이 희화화된 느낌이다.
유진아: 이 기사를 검찰 결과 발표 뒤 읽었다. 그동안 에서 지적한 사실이 많았는데 검찰은 그 짧은 수사로 무혐의라고 발표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김승현: ‘2007 대한민국 출근길’은 서울 중심이라 지방 사람으로서 좀 그랬다.
윤형각: 지하철 2호선을 타면서 ‘출근’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재밌겠다 싶었다. 설문조사도 재밌었고 인터뷰도 잘 혼합됐다. 여태까지 읽은 기사 중에 가장 좋았다.
김지환: 딱딱한 기사 사이에 이런 기사가 보여 좋았다. 나도 이사하기 전까지 출근길이 범계~명동 구간이었다. 사당역에서 갈아타는데 환승이 용이한 맨 앞칸은 정말 지옥과 같았다. 이게 싫어서 한 시간 정도를 일찍 출근했다. 이제는 이수로 이사가서 사당의 지옥철을 비껴서 탄다. 독자들도 재밌게 읽었을 것이다. 삶에서 그저 ‘많다’라고 느끼는 것에 대한 통계까지 내줘 좋았다.
김민: ‘가자 출근길, 굽이굽이쳐 가자’는 읽고 또 읽어도 입에 붙고 사진과도 잘 맞는 제목이었다.
이미지: 김작가의 음담악담 ‘어느 택시 기사의 품위’가 불편했다. 클래식을 듣고 베토벤을 알아야 교양 있는 건가.
김지환: 이 기사를 편하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종교적인 부분도 그렇고 넥타이 운운한 부분에서도 편견이 드러났다.
김민: 작은 소재로 이 정도 웃기고 재밌었으면 됐다고 생각한다.
전수경: 687호 ‘대선의 심장에 박힌 도장 하나’는 올해의 표지로 뽑았다.
이미지: 검찰보다 이 검찰 조사하듯 계속 새로운 증거자료를 들고 나온다. 메모를 확대한 사진도, 사무실 공간 문제도 흥미로웠다. 수사하듯 쓴 기사다.
유진아: 언론에서 이렇게 많은 의혹을 제시한 데 비해 검찰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지: 이명박 후보 쪽에서 ‘피해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이러냐’는 말을 하니 언론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조명하면 좋겠다.
전수경: ‘지식인은 아무도 없는가’란 정치 칼럼을 재밌게 읽었다. 에 이렇게 무게 있는 정치 칼럼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민: 이 글이 정치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열받는다고 해도 잡지에 내는 건데 이렇게 감정적이어서야. 교수 스타일의 어휘 사용으로 와닿지 않았다.
전수경: 교수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더라.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소신 있다가도 갑자기 제도권으로 확 빨려들어간다. 그걸 용감히 거부하는 걸 보기가 어렵다. 사회적 특권을 고민 없이 받으면서 시대의 고민에는 한순간에 고개를 돌린다.
윤형각: 대선과 삼성 사건을 보면서 지식인이 하는 역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이었네
김승현: 이슈추적 ‘2007 대선은 선거법이 접수한다?’를 보면서 공감이 갔다. 얼마 전 댓글을 하나 달려고 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라고 하니 부담스러워서 그만두게 되더라. 국가보안법 수준인 것 같다.
김민: 구체적인 대응 요령이 들어 있어서 좋았다. 그 다음에 ‘선거법도 이명박 대 반이명박’이란 정치 기사를 넣어서 절묘했다.
유진아: 특집으로 다룬 ‘의사와 환자, 대화가 필요해’는 실생활에서 공감이 가는 기사였다. 이런 걸 계속 이슈화하는 게 의미 있다. ‘왜 그때 설명하지 않았나요’에 등장한 피해자들의 사연이 안타까웠다.
김민: 문제의식은 좋았는데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 주치의 제도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는데 핵심적인 부분에서 좀 비껴간 것 같다.
이미지: 주치의제도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지 않은가 싶었다.
전수경: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데 환자들은 자신의 권리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 몸을 그냥 의사한테 내맡기는 수준이다. 그래서 자궁 적출처럼 여성 몸에 손을 대는 수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 않는가.
김지환: 이 기사를 보고 ‘의사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10초 만에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늘 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연탄은 마냥 훈훈한 줄 알았더니
김민: 688호 ‘이재용에게 다가오는 결단의 시간’은 삼성 종합세트 같았다. 이병철 선대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대물림될 때의 비리까지 짚어준 것은 차별성 있고 좋았다. 이건희부터 홍라희까지 핵심 사항을 잘 정리했다. 이학수·김인주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줬고 언론의 문제도 짚어줬다. ‘도배했다’ ‘헤집어놨다’ 등의 표현을 자제하고 그냥 중립적으로 표현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전수경: ‘결단의 시간’이란 절박한 문구와 너무 편한 얼굴에 안정된 삼각구도로 그린 표지가 잘 안 어울렸다.
이미지: 미술품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들이 있어 좋았고 언론 관련 보도에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언론을 비난하는 용기와 결단이 좋다.
전수경: 연탄보조금 문제 기사에 놀랐다. 연탄이라면 항상 훈훈한 느낌의 기사만 접했는데 비효율적인 지원이라니. 판잣집에 보일러 놓아줄 만한 돈으로 기업들이 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아: 특집 ‘20대가 50대처럼 투표한다’는 단순하게 수치로만 20대를 분석한 것 아닌가. 중간중간의 인터뷰도 목적을 위해 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20대는 주체적이지 않다’ ‘20대는 진보적 성향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강요가 있는 것 같다.
김민: 드러내놓고 네거티브인 이런 식의 기사를 대학생들이 보면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20대의 절반 이상이 이명박을 지지했다면 메신저 토크도 그런 비율로 구성했어야 한다. ‘화이륑’만 지지자고 다른 이들은 이명박을 좋아하지 않는 느낌이다.
김지환: 사회적 지위가 각기 다른 20대 4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전수경: 689호 ‘드러나지 않은 3%의 진실’은 의 뚝심을 보여준 기사다. 편집장의 ‘만리재에서’가 이를 말해준다. 최근 미국 대선 관련 기사들을 보면 과거에 했던 말 한마디, 잘못된 비유 하나까지도 캐내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잣대로 쓰지 않나. 이 대선이 끝난 뒤에도 언론의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유진아: 첫 기사에서 여전히 제기되는 의문과 증거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며 석연치 않은 검찰의 발표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이대로 이 사건이 묻히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
전수경: 기획 ‘논술, 혼자 써도 잘해요’는 학원 갈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혼자 연습하는 논술법을 알려줘 좋았다. 이런 기사가 용기를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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