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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헤매다 사표론에 빠진 날

등록 2007-11-03 00:00 수정 2020-05-03 04:25

오늘도 은 권영길을, 농협을, DMZ를, 서해를 다시 보라 하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윤형각씨는 서두르다 30분을 일찍 와버렸다고 했다. 윤준식씨도 울산에 있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일찌감치 올라왔단다. 10월23일 저녁, 15기 독자편집위원회 첫 회의. 15기 위원들은 2시간이 넘도록 678~681호를 파고들더니 뒤풀이에선 정재권 편집장, 김소희 기자, 길윤형 기자 등과 함께 웃고 떠들고 논쟁했다. 시끌벅적 유쾌상쾌통쾌할 6개월의 서막이 오른 듯했다. 편집자

김민: 678호 DMZ 248km 보고서는 ‘보고서’란 표현에서부터 딱딱함이 느껴졌다. 생태·사람·미래로 나눈 것은 좋은데 여기서 생태만 따로 논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미지: 그동안 ‘DMZ’ 하면 생태나 특정 상황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좋았다. 민통선 마을이 생기게 된 사연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친근하고 신기했던 이주민 모자이크

김민: 678호 특집2 ‘이주민 100만 시대, 아름다운 모자이크’는 아줌마들 수다 떨고 하는 부분에서 우리네 이웃이랑 똑같다는 식으로 경계심을 무장해제시키고 그다음에 ‘그들만의 고립’을 다룬 뒤 전문가 기고를 배치해 전체적으로 구성이 잘되었다.

김승현: 부산역 앞에 차이나타운이 있긴 하지만 서울에 이렇게 많은 이주민들이 사는 줄 몰랐다. 신기했다.

이미지: 정치 기사에 관심이 많아 특집1 ‘대선변수7’에 눈길이 확 갔는데 읽고 나니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 승리와 이어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선거로 시의에 맞는 기사지만 변수로 뽑은 7개가 일반론적이었다.

김민: 문화 ‘시끄러운 가을, 조용히 보내는 미술편지’는 편지 형식으로 미술계 비리를 지적하면서 흘러가 재밌었다. 그런데 공연 정보를 나열하다 보니 편지 글체가 점점 일반 기사와 똑같아져서 아쉬웠다.

유진아: 경제 ‘농촌도 양극화 심하다’는 농촌의 양극화 문제를 ‘도시 이주민 vs 현지 농민’ 구도로만 설명해 문제를 단순화한 듯하다.

전수경: 기사에서 다룬 것은 도시 근교에 있는 농촌의 문제다. 고향인 강화에는 갈 때마다 전원주택이 들어서더라. 잘 짚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 내부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자면야 아주 많지 않겠는가.

김승현: 전체적인 수치만 다루지 말고 대표적인 곳의 사례를 들어줬더라면 좋았겠다.

사표론에 빠지라는 겐가 말라는 겐가

전수경: 679호 ‘민노당은 또 사표론에 삐끗하나’라는 표지를 보니 심란하더라. 표지 사진이 좀 노회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표론에 대해서만 밝힌 듯하고 유권자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유진아: 앞에서는 민노당의 현실을 솔직하게 말한 것 같다. ‘한국의 랠프 네이더는 필요 없다’는 김기원 교수의 글은 반한나라당 전선을 만든다는 생각에 급급해, 민노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는 듯했다.

윤준식: 민노당의 정책을 좋아하면서도 찍지 않는 이유가 ‘과연 가능할까?’란 생각 때문이다. 한데 기사를 읽으니 찍지 말라는 소리 같더라.

전수경: 남편도 항상 사표론의 덫에 빠져 있는데 30, 40대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이 이번 표지이야기를 보면 갈등이 드러나면서 공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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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식: 책 속의 책 ‘뇌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가 좋았다. ‘칭찬은 뇌도 춤추게 한다’는 기사가 가장 재밌었고 전체적으로도 새로운 내용이 많아 유익했다.

김승현: 특집 ‘마침내 양심의 감옥을 벗어나다’를 읽으니 이 한 건 한 듯해 기분이 좋았다.

김민: 안인용의 개그쟁이에서 ‘무한도전’류의 떼거리 예능 프로그램을 ‘타임머신 효과’라고 분석한 것이 신선했다. 고3, 중학생 등으로 나눠 정의를 내린 것이 재기발랄해 기억에 남더라.

유진아: 라이프 & 트렌드 ‘바닥 앤드 더 시티’에 공감이 갔다. 요즘 하루에 2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불편하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줬다.

전수경: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데 인도가 위험해도 차도로 다닌다.

윤형각: 맨홀 사진이 같이 나오니까 찾아보며 이해하기 좋더라.

윤준식: 최규석의 일러스트 에세이 ‘사회생활’엔 사회생활의 비애가 압축되어 있다. 정말 공감했다.

김민: ‘정준하 싫으면 안 보면 될 거 아냐?’는 익명의 뒤에 숨은 네티즌의 영향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다시보기를 안 하겠다니 끝까지 너무 감정적이었다.

전수경: ‘정준하가 그 귀여운 김연아의 옆에 있는 걸 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와 같은 표현은 글쓴이의 진정성에 타격을 준다.

김민: 이 죽일 놈의 PC ‘죽음을 부르는 공짜의 유혹’은 주로 업체의 입장에서 써서 소비자의 입장에선 설명이 안 되더라.

전수경: 신정아 사태와 관련한 이슈추적 기사는 미술판의 구조와 같이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짚어줬다.

엔큐 챙기려면 여자는 ‘킹콩걸’ 되어야

김승현: 680호 ‘서해는 한반도의 미래다’는 전문가의 글이 앞에서 분석을 해줘서 이해하기 편하고 신뢰가 가더라.

윤형각: 난 반대로 기자가 객관적으로 앞에서 정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학자도 자신의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그 내용이 처음부터 나오니까 걸렸다.

이미지: 이때가 남북 정상회담 직후라 당연히 이 주제를 다룰 거라 생각했지만 서해에 초점을 맞춰 회담을 풀어간 것이 좋았다.

김민: 이슈추적 ‘미국서 대통령 연습하기?’를 보고 이명박 후보가 부시를 만난다며 호들갑 떨던 조·중·동을 비판하겠구나 했는데 그런 부분 없이 본질에만 초점을 맞춰 역대 대통령까지 차근차근 짚어줬다. 그런 모습이 더 성숙해 보여 상대적으로 조·중·동이 더 비판적으로 보였다.

김승현: 사람과 사회에서 평택 이야기를 다뤄 반가웠다.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었다.

전수경: 특집으로 버마를 다뤘다. 이 꾸준하게 버마를 다뤄줘 잘 보고 있다. 최근 버마와 관련해 반짝 선정적인 보도가 쏟아졌는데 실제는 훨씬 더 힘들구나 싶었다.

윤준식: 기획 ‘엔큐를 챙겨라’가 매우 와닿더라. 사회생활 하면서 노래방 가서 망가지고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렇게 해야지만 사회생활 잘한다고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조직생활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잘 지적했다.

이미지: 그나마도 남자들은 엽기적으로 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젊은 여성이 기사가 제의하는 식의 엔큐를 높이려면 ‘킹콩걸’이 되는 수밖에 없다.

김민: 박노자의 칼럼 ‘왜 가난한 자들은 이명박을 지지하나’는 자영업자들이 자본가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까지는 설득력이 있었으나 이명박이 박정희 신화를 떠올리게 해서라는 분석은 신선하지 않았다.

유진아: 이란주의 ‘노 땡큐’를 공감하면서 봤는데 마지막이라니 아쉬웠다.

이미지: 이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자 노력하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래서 681호 ‘농협의 아찔한 이중생활’도 관심 없는 주제임에도 열심히 읽었다. 한데 더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더 재미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전수경: 책상에 앉아서 쓴 듯 현장의 이야기가 없었다. 고향에 내려가면 농협이 얼마나 많은가. 사진에 농민 얼굴이라도 하나 나왔어야 한다. 쇠고기 수입도 나쁜 일인데 너무 약하게 다룬 것 같다.

유진아: 농협중앙회라는 곳의 성격이 모호한데 이런 문제 제기는 의미 있다. 특집의 첫 기사인 ‘아이들을 기억해주십시오’는 공감하기 쉽고 부드러웠다.

전수경: 큰애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벌써부터 치열하다. 전업주부를 한 지 2년짼데 부모들의 맹목적 교육열은 ‘안대를 하고 달려가는 말’ 같다. 그런 부분을 계속 파헤쳐주면 좋겠다. 교육 문제는 그 자체가 체제 유지의 원동력인 것 같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제도가 바뀌는 대로 미친 듯이 뛰어간다.

김지환: 사람과 사회 ‘밤길 조심하라는 세상에 하이킥!’을 보며 ‘달빛 아래 걸을 권리’에 깊이 공감했다. 남자친구가 없는 싱글일 때 가장 편한 것이 일찍 들어가라는 잔소리가 없는 거다. 자기방어 훈련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유진아: 정치 ‘김영춘 너머엔 무엇이 있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실을 알 수 있어 좋았다.

김민: ‘정치의 속살’이 다시 시작됐으니 쭉 볼 수 있길 바란다.

김지환: 기획 ‘사형제 폐지, 그 기나긴 시간’은 좋은 기사였다. 여론이 원하는 것이 무조건 진리가 아님을 요즘 들어 많이 느낀다. 프랑스와 같은 선택을 우리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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