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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과 마징가의 유쾌한 만남

등록 2007-10-05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공정무역·여론조사·킹콩걸·남대문로 색다른 접근에 아, 이로구나!</font>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오고야 말았다. 6개월은 빠르게 지나갔고, 9월18일 14기 독자편집위원들은 마지막 회의를 위해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수해 복구에 나섰던 유선의씨도, 제주 출장을 갔던 김선영씨도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뚫고 달려왔다. 여전히 부산에서 대전에서 KTX를 달려 김승현씨도 김휘관씨도 왔다. ‘마지막’이란 수식이 붙어서일까. 회의는 2시간을 훌쩍 넘겼고 마지막에 돌아가며 과의 추억을 정리할 땐 숙연해지기도 했다.

수풀 속에 선 할머닌 줄 알았더니

<font color="#216B9C">황자인:</font> 674호 ‘공정무역은 아직도 배고프다’는 우선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할머니가 수풀 속에 서 있는 줄 알았는데 짊어지고 있는 거라니 시큰하더라.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우리 집 애들이 무섭다더라. 요새 애들은 이렇게 사는 걸 이해 못하더라.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공정무역’이라고 해서 칭찬 일색이 아니라 짚을 건 짚어줘서 의미가 있었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공정무역을 중계하는 비정부기구(NGO)가 그곳에선 인기 있는 직장이 되어가고 있다니 막연히 생각하던 현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font color="#216B9C"> 김수지:</font> 표지이야기에 실린 임종진씨의 글과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677호까지 이어지는 임종진씨의 르포가 연이어 마음을 울린다.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일일·주말 드라마 퇴행은 언제까지’ 기사가 아주 속 시원했다. 모성과 가족애를 운운하는 드라마 기획 의도를 볼 때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왔던 차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기업의 사회공헌 시리즈는 언제까지 나가나. 좀 덜 알려진 곳에 기자가 찾아다니면서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font color="#216B9C"> 정선미:</font>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충분히 보도로 나오고 있고 홍보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시대상상 ‘이제 대중과 싸우는 일이 진보다’는 문제를 잘 지적했다. ‘ 현상’을 황우석·금 모으기 등과 비교한 것이 적절했다.

<font color="#216B9C"> 정선미:</font> ‘평균적인 대중’과 같은 표현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font color="#216B9C"> 황자인:</font>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싶었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보도 그 뒤’를 통해 태권도 전자호구 문제를 관심 있게 봤다. 후속 기사 기대한다.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노땡큐 ‘김C 옆자리’는 주제는 좋았지만 김C를 예로 든 것이 부적절했다. ‘자학개그’를 잘못 이해했던 것 같다.

<font color="#216B9C"> 김수지:</font> 흑인인 남자친구가 언제나 토로하던 불만이라 남 일로 여길 수 없었다. 지난봄 한국인이란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이어진 문제의식이라 반갑다.

여론조사 보도, 대부업체 광고 같아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675호 표지이야기 ‘여론조사가 정치를 잡아먹는 나라’를 보고 ‘역시 ’이란 생각을 했다. 여론조사면 다 되는 것처럼 돼가는 요즘, 정말 소중한 정보다. ‘오차’도 이해할 수 있었다.

<font color="#216B9C"> 황자인:</font> ‘1천 명 조사하라면서 고작 3일 주나’에 정말 놀랐다.

<font color="#216B9C"> 김승현:</font> 집에 있다가 설문조사 전화를 받아봤는데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답하게 되고 관심 없는 주제가 많았다. 여론조사를 받는 입장의 기사도 있었다면 좋았겠다.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만리재에서’의 말이 딱 맞다.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기사는 마치 대부업체 광고 같다. ‘무이자’라면서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내용이듯, 제목은 큼직하게 한 결과를 부각하고 내용을 읽으면 말이 다른 경우가 많다.

<font color="#216B9C"> 정선미:</font> 하지만 정당정치가 무르익지 않아 여론조사 말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비판은 타당하나 여론조사가 방법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용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문제다.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사람과 사회 ‘휠체어석 관객은 외롭고 힘들다’는 밑바닥에서부터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사람과 사회 ‘코리아 짝퉁 이모 왔다!’는 ‘이모’라는 표현을 통해 돌봄 노동을 여성의 일로 규정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기획 ‘헤딘은 조선에서 무엇을 보았나’는 너무 길단 느낌이 들었다. 사진도 그렇게 가치가 있는가 싶다.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헤딘이란 사람을 통해 구한말의 못 보던 자료를 접해 반갑더라.

<font color="#216B9C"> 김승현:</font> 동전의 양면 같다. 헤딘을 제국주의 시대에 발맞춰 문화재를 발굴하러 다닌 사람으로 평가하는 쪽도 있던데 너무 긍정적으로만 쓴 건 아닌지.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스포츠ON을 통해 오랜만에 전주원 선수의 씩씩한 모습을 봐 반가웠다. ‘토사구팽’당한 듯한 신진식 선수의 모습이 겹쳐지더라.

‘킹콩걸’ 표지 들고 여군들과 논쟁해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676호 ‘킹콩걸’의 정의가 잘 안 와닿아서 이해가 안 됐다. 4명의 킹콩걸이 등장하는 대담은 좀 과장된 듯한 이야기들이 있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font color="#216B9C"> 황자인:</font> 새로운 얘긴가 해서 봤는데 너무 친근하게 느껴지더라. 대담은 오히려 약간 진부했다.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하소연 비슷한 대담이 되지 않았나 싶다. ‘못난 여자들의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거 아닌가.

<font color="#216B9C"> 김수지:</font> 내 경우 이번 표지이야기를 읽은 뒤 서점에 들러 을 서문만 읽고도 감동받아 사버렸다.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주변의 여군들이 많이 사서 읽어 얘기를 나눴는데 드라마 에도 과장되는 면이 많지 않냐고 얘기했다가 바로 “니가 뭘 아냐”는 말을 들었다. 차분히 설명을 해주면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할 자세가 돼 있는데 안타깝다.

<font color="#216B9C"> 정선미:</font> 아무튼 참 재밌는 기획이었고 끌리는 표지이야기였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특집으로 문국현을 다뤘는데, 당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언론의 조명을 덜 받는 와중에 그의 정치관, 포부뿐만 아니라 그를 있게 한 유한킴벌리의 경영모델까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문국현 후보가 갖고 있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알겠는데 다른 부분은 전혀 모르겠다. 다른 정책이나 성향에 대해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677호 표지이야기 ‘남대문로에 마징가가 나타났다?’를 읽으니 그 자리가 그렇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리인가 의문이 들었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 이 건물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게 아닌가.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건축 개발의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에 마징가를 상징적으로 내세운 것 아닌가.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일종의 비유였다.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별거 아닌 빌딩도 누가 어떤 일을 했던 곳이라며 돈까지 받고 입장시키는데 우리는 그런 의식이 부족하다.

<font color="#216B9C"> 김휘관:</font> 하지만 이런 식의 개발은 거주민들이 더 찬성을 하지 않는가. 현실적인 문제다.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그러니 정부가 건물을 유지하게 위해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 삼청동에도 왕의 사가였던 곳이 개조돼 와인바로 쓰이더라. 아까운 건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font color="#216B9C"> 김승현:</font> 기억을 없애려고 하는 것 같다.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그런 걸 막지 못하는 ‘다수의 대중’도 문제가 있다. 이 적절하게 지적했다.

<font color="#216B9C"> 유선의:</font> 초점 ‘양양에 세금 먹는 하마 또 추가’는 제목에 웃다가도 가슴이 아팠다. 계속 발견해 보도해주길 바란다.

<font color="#216B9C"> 김승현:</font> 시리즈로 계속 내면 어떨까.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이런 기사를 읽으면 갑갑한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 갑갑하다.

<font color="#216B9C"> 황자인:</font> 사람과 사회 ‘동생이, 딸이 커밍아웃했을 때’는 성소수자 애기를 가족의 문제로 잘 다뤄 좋았다.

<font color="#216B9C"> 김선영:</font> 기사 덕에 ‘내 딸이 커밍아웃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font color="#216B9C"> 유진아:</font> 가족들 문제까지 다뤄 시야를 넓혀줬다.

<font color="#216B9C"> 정선미:</font> 경제 ‘론스타 사건의 본질은 부패다’는 론스타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 중 그나마 마음을 조금 풀어준 기사였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국내법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게 실망스럽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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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 color="#216B9C">
“너 요새 왜 이렇게 삐딱해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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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14기 독편위를 마치며 위원들이 털어놓은 ‘시원섭섭’한 속마음</font>

<font color="#C12D84">김승현:</font> 한 달에 한 번, 기차 타고 찾아가는 한겨레신문사의 길이 익숙해질 때가 되니 마무리하게 되어 안타깝다. 독편위 위원들과 함께한 활동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자랄 수 있었다. 이제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가을바람같이 시원한 의 기사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font color="#C12D84"> 유선의:</font> 두세 달 전부터 “너 요새 왜 이렇게 삐딱해졌니?”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기사에도 매주 태클(?)을 거는데, ‘몰상식 & 비효율’로 점철된 내 일상이 마음에 찰 리가 있나. 독편위 6개월 만에 ‘삐딱선’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그만큼 세상 보는 눈이 다양해진 것 같아 기쁘다. 8색의 사람들이 모여 8의 8제곱만큼의 색깔을 냈던 우리 14기 독편위, 사랑합니다. 보고 싶을 거예요!

<font color="#C12D84"> 김선영:</font> 열의를 갖고 신청했는데 성의껏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지난 기수들이 빠지면 “한 달에 한 번인데 빠지나” 비웃었는데,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갖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font color="#C12D84"> 정선미:</font> 처음 가졌던 들뜬 마음을 끝까지 행동으로 지켜내지 못해 사실은 조금 부끄럽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내내 걱정됐지만, 무엇보다 함께 만나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눴던 시간이 유쾌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제 긴장 좀 풀고 을 다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냄새 나는 재밌는 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font color="#C12D84"> 김수지: </font>소통에 언제나 목말라 있다. 나이도 직업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을 14기 동지들로 만나게 되었지만, 을 아끼는 독자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자리라 매번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물론 모니터링 뒤 공짜 술을 얻어먹는다는 막대한 이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자들의 소탈한 품성도 잊지 못할 것이다.

<font color="#C12D84"> 황자인:</font>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어색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이라니 서운하다. 때로는 공연한 트집잡기식 비판도 있었지만 독편위를 하면서 그전에는 대충 넘겨 보던 정치 기사도 적극적으로 읽게 되고 이슈들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기자들에 대한 애정(?)도 더 생겼다.

<font color="#C12D84"> 김휘관:</font> 이럴 때 이런 말을 쓰는가 보다, ‘시원섭섭하다’고. 그동안 어깨를 누르고 있던 주 1회의 숙제(?)와 월 1회의 회의 참석이라는 틀을 벗어나 시원하고 멋진 독편위들과의 인연이 끊어져 섭섭하다. 또 그동안 숙제를 하며 애들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역시 아쉽다. 지난 6개월 동안의 독편위 활동은 나의 마음을 살찌게 했고, ‘한겨레’에 대한 나의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어 좋았다. 아, 이제 또 어떻게 과의 인연을 만들지?

<font color="#C12D84"> 유진아:</font>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나니, 부담감이 사라진 자리에 아쉬움과 후회가 들어앉았다. 더 즐기지 못해서, 더 열정적이지 못해서, 더 날카롭지 못해서…. 그래도 서로가 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재밌게 즐겼던 회의는 아쉬움만큼이나 에 대한 애정을 듬뿍 키워준 자리로 기억된다.

</font>

</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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