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리그에 분노하고 관벌의 사랑에 관음증이 폭발한 12월…‘이명박 대세론’도 엄정화 칭찬도 지나치면 독자에겐 비호감!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각종 송년 모임으로 바쁜 12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 변함없는 얼굴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였다. 그들이 꺼내든 것은 술잔이 아닌 637~640호 . 한 해를 마감하는 회의라는 자못 비장한 분위기 속에 13기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의 세 번째 모임은 시작됐다.
강한 표현과 불균형 사이
홍선표: 637호 표지이야기 ‘사이비리그, 외고 유학반의 내신 부풀리기’의 표지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안의 중요성이 와 닿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기가 막혔다.
김영경: 특정 외고의 문제를 너무 일반화한 것은 아닐까.
신기수: 외고의 문제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성웅: ‘사이비리그’라는 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기사도 교사-학교-학부모 세 주체 문제를 두루 살펴 이해가 쉬웠다.
장일호: “다만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를 바란다”는 기사 속 표현에 깊이 공감했다. 후속 보도를 통해서 교육부의 실태조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희준: ‘출신성분 우수자들의 집합소’란 주제로는 외고의 존재 자체를 공격하기 어렵지 않나. 독자들 중 일부는 동감하겠지만 또 일부는 아군으로부터 총질을 당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다수 독자들이 공감하기에는 ‘사교육’이나 외고의 ‘공교육 파괴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와 닿았겠다.
조성웅: 637호 초점의 ‘인권위 5년, 사회에 인권을 선물하다’ 기사에서 인권위 해체론에 대해 ‘터무니없다’로 단정하고 설명하는 방식은 자칫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터무니없다’는 그 뒤에 또 한 번 반복된다.
장일호: 가끔 강한 표현이 시사주간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 초점의 두 번째 기사인 ‘아파트 반값 공급 정말 되는가’가 균형을 잃은 듯이 보였다. 발의자가 한나라당 의원이어서인지 어조가 비판적이었다.
손은영: 나는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독자에게 판단의 기준이 될 ‘진짜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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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기사 내용이 ‘비판적’일 수 있지만, 비난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파트 반값 공급’ 자체의 비판보다는 홍 의원의 속셈을 드러내는 데 치중했다.
손은영: 어감이 센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사안의 배경까지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홍선표: 637호 라이프&트렌드 ‘나는 UCC를 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기사에서는 마지막에만 UCC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저작권 문제나 거대 포털 중심으로 계획된 열풍이라는 점 외에도 음란성 또한 큰 문제다. UCC 문화에 대한 열광만 자리잡은 가운데 의 독특한 시각의 문제 제기가 더 보고 싶다.
신기수: 637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탈북 소녀와 백수의 ★은 이루어진다’는 애초 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라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사로 만든 내용이다. 뜻하지 않게 2년여의 자원봉사 활동이 오래도록 곰삭은 음식처럼 진한 맛을 풍겼다.
관벌의 사랑, 좀더 까발려주지
양희준: 638호 표지이야기 제목은 ‘재벌의 인형, 관료’다. 소재는 ‘금산법과 삼성’, 내용은 재벌과 ‘경제관료’의 부적절한 관계, 표적은 재경부·산자부 관료들이다. 그렇다면 ‘관료 일반’을 지목하는 듯한 제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기수: 항간에 삼성 기획실이 재경부의 브레인 구실을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때맞춰 잘 나온 기사가 아닌가 싶었다.
손은영: 36쪽 ‘관료 출신 장관 비중이 최고’ 기사처럼 대안은 없이 통계만 늘어놓으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해결책이나 해외 사례를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신기수: 문제 제기, 현황 파악 차원의 기사가 아닐까. 대안이 아쉽긴 해도 그런 건 후속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면 좋을 것이다.
조성웅: 다섯 꼭지가 있는데 이게 ‘재벌과 관료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통일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 기사를 제외하면 재벌과 관료에 관련한 이것저것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김영경: 차라리 통계는 표로 처리하고 분석 기사의 분량을 늘렸으면 좋았겠다.
손은영: 638호 엄정화 인터뷰 기사는 질문이 대답을 의도하는 느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윤주: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엄정화에 대해 너무 많은 얘기를 한정된 지면에 담으려 했다. 때문에 기사가 하나로 압축되지 않고 여러 갈래로 퍼지는 느낌이다.
장일호: 638호 라이프 & 트렌드 ‘부츠 없는 겨울은 속 없는 만두!’는 너무 주관적인 것을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부츠를 안 신으면 성냥팔이 소녀인가.
김영경: 대신 부츠와 관련된 용어를 풀이해줘 정보성 기사를 읽은 느낌도 들었다.
장일호: 고급지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다. 640호의 ‘소품이 당신을 말해줍니다’에서처럼 ‘네오클래식이 샤넬이라면 프로방스는 오이릴리다’식의 표현까지 나오면 기가 죽는다.
김영경: 639호 ‘40대는 왜 이명박 대세론인가’는 거의 이명박 특집호였다. 표지이야기뿐 아니라 ‘보도 그 뒤’에서 경부운하도 다루고 있다. 거기다 도전인터뷰도 이명박인데 표지와 연관하여 기획한 것이겠지만 언뜻 보기에는 너무 많이 나오네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손은영: 도전인터뷰에서 ‘훈남’ 이야기는 뜬금 없어 보였다. 표지이야기에서 새로운 점은, 이명박의 대세론을 조사를 통해 명확히 알아본 점이다. 어쩌면 40대의 표심이 현 상황을 가장 명확히 보여줄 표준일지도 모른다.
장일호: 고원 연구원이 쓴 ‘2007 대선의 결정적 변수는?’도 현재정권에 대한 비판과 ‘유사진보·보수’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을 분석한 알찬 기사였다. ‘보도 그 뒤’에서 경부운하와 관련한 정책 비판도 좋았다.
표지의 사람이 대추리 주민의 다라니…
신기수: 마음의 양식을 준 부록 ‘2006 올해의 책’이 유익했다.
이윤주: 책을 편식하는 편인데 여러 분야의 책을 소개한 부록이라 더 좋았다.
김영경: 640호 ‘2006 올해의 인물, 대추리 사람들’은 한 해 동안 관심 갖던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손은영: 감동적으로 읽은 표지이야기였다. 담담한 어조로 대추리 마을 어르신들의 설문조사를 보고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을을 떠난 어르신들의 문제, 미군기지 이전 협상안의 모순, 지킴이, 정부와 국회의 안일한 태도. 하나하나 적재적소의 알찬 기사들이었다.
이윤주: 그래도 올해의 인물로 대추리 사람들이 뽑힌 이유를 언급해야 하지 않았을까. 간단한 언급으로도 가능했을 텐데.
장일호: 표지에 나온 사람들이 남아 있는 전부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홍선표: 대추리를 떠난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부실하고 무성의하다는 내용을 꼬집은 기사도 좋았다. 대추리를 떠난 이주민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다른 경우보다 더 많은 대책을 준비해야 될 텐데 주민들을 ‘빼내오기’에 바빠서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정부의 무성의함에 화가 났다.
장일호:기획의 ‘곰스쿨, 독립리그를 꿈꾼다’를 읽고 호기심에 바로 강의를 들어봤다. 아직 시작 단계라서 그런지 왠지 어색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논술을 배워야 하는 학생들뿐만아니라 나도 업데이트를 기다리게된다. 좋은의도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다른 온라인 사교육들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해냈으면 좋겠다.
홍선표: ‘정치의 계절, 대표상품 중도’는 자신들의 세를 불리기 위해 ‘중도’라는 매력적인 상품을 사용하는 정치권의 현실을 잘 꼬집었다. 정치적 지향이 뚜렷하지 않은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중도를 추구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손은영: 640호 컬처타임은 ‘존칭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연을 소개하며 단순히 ‘해요체’로 바꾼 것뿐인데 컬처타임 코너 전체가 새롭게 떠오른 느낌이었다. 만드는 이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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