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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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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조화, FTA 기획

등록 2006-05-04 00:00 수정 2020-05-02 04:24

12기 독자편집위원들의 첫 모임… “채식주의는 취향이자 운동”에 공감… 알찼지만 수도권에 머문 임대주택 정보, 내일이 불투명한 연예뉴스 전쟁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4월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한겨레21> 회의실에서 12기 독자편집위원회(이하 독편위)의 첫 모임이 열렸다. 12기 독편위는 총 9명으로 대학생에서부터 취업준비생, 회사원, 대학강사, 자영업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 분포를 보인다. 수도권 거주자가 6명, 부산과 대전, 목포에 각각 거주하는 위원이 3명이다. 연령대는 20대에서 40대, 구독 기간은 1년부터 12년까지 고르게 퍼져 있다. 지면으로 충분히 이 모임을 숙지했다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태인씨 인터뷰, 독자 외면? 흥미 유발?

나연자: 604호 ‘채식 앤 더 시티’나 606호 ‘한-미 FTA의 저격수, 정태인의 투쟁’은 표지부터 눈에 띄었다. 604호의 표지가 무척 상큼했다. 하지만 606호의 표지 제목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아, 이건 내 얘기구나’라고 일반인들의 시선을 확 끌어줄 만한 제목을 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알차게 준비된 본문을 놓치는 이들이 있을 듯해 안타까웠다. 특집과 이슈추적에서 농촌 현실을 짚기도 하고, 통상 협상 밀실주의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앞으론 더욱 본격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뤄주길 바란다.

한상헌: 표지이야기가 한 인물에 초점을 두면서 사안의 폭을 좁혀버린 느낌을 받았다. 실제 내용은 두루 다루고 있는데 제목만 보고 ‘아, 이번 주제는 재미가 없네’라고 넘어간 독자가 상당수 있을 듯하다. <한겨레21>만을 보는 이도 많은 만큼 기본 개요부터 짚어줄 필요가 있다.

양희준: 난 정태인씨가 관심을 안 끌어줬다면 한-미 FTA에 대해 잘 몰랐을 듯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던 이가 비판에 나섰다더라는 얘기를 신문에서 접했던 차에 표지이야기에 등장해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시의적절했다.

이윤주: 칼로스, 스크린쿼터 등을 언급했다면 다른 주간지와 차이점이 없었을 것이다. 정태인씨 인터뷰도 일종의 기획이자 특종이다. 깊이를 추구할 수 있는 잡지의 장점이다. 그러나 현 FTA 협상의 추진 방식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다 보니 협상 내용의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를 반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상만 전했다. ‘반대’는 <한겨레21>의 논조가 될 수 있지만 근거는 제시돼야 한다. 가상 시나리오 ‘K씨의 개 같은 하루’는 감정적으로 보였고, 정부 관계자와 정태인씨의 토론이 성사되지 못해 아쉽다.

한윤기: 정태인이라는 인물을 아이콘으로 하여 이후 시민사회의 움직임까지 확장시킨 전개법이 좋았다.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됐다. 그러나 한-미 FTA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재빠르게 논의하면 좋겠다. 그리고 협상 책임자들에게서 유럽보다 미국의 흔적이 뚜렷하므로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엔 근거가 부족했다. 가상 시나리오는 흥미로웠는데, 기자가 아닌 필자가 쓴 글에선 필자에 대한 1차 정보를 주면 신뢰성이 높아질 듯하다.

육식에 대한 죄책감은 과장이려나

한승헌: 나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포기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604호 ‘채식 앤 더 시티’에 관심이 더 가더라. 그러나 우유와 관련된 상자기사에서 최대 우유 소비국과 골다공증을 바로 이은 건 성급했던 것 같다.

한윤기: ‘육식도 하는 난 이성적이지 못한 건가’라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하면 과장이려나. 그러나 기사를 보고 육수나 멸치 국물을 민감하게 걸러내는 이들에게 ‘뭔데 까다롭게 구는 걸까’라고 태도를 취한 점을 반성했다. 우리 사회의 폐쇄성이 채식주의자에게 짐을 지운 것 같다. 채식이 ‘취향’을 넘은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위성은: 어쩌면 가장 정치적인 기사가 아닐까. 필자마다 스타일일 뿐이다, 운동이다라며 다른 입장을 보여 혼란스러웠으나 채식엔 100가지 방식이 있다고 하니 용납하겠다. 아울러 표지이야기에서 채식, 연예뉴스와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다룰 땐 초점 등에서 무게감 있는 기사를 생산해 균형감을 맞춰주면 좋겠다.

나연자: 펼쳐진 세상 ‘채소와 함께 스매싱’이 돋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육식을 선호한다. 학생들에게 그 기사를 보여주며 수업 시간에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양희준: 탁구 소년 외에 격투기 선수의 생활도 사진에 담아보면 어땠을까. 채식을 하면 체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으니 이를 더 효과적으로 깨주는 성공 스토리가 보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데 그가 금연을 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눈매가 올라간 얼굴이 부처님상으로 변하는 걸 목격했다. 채식이 우리에게 주는 변화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문수경: 웰빙 열풍 속엔 자연에 대한 욕구가 분명 자리잡고 있다. 채식도 그런 열망 중 하나다. 그러나 채식 실태 조사도 특정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뿐이라니, 국가에선 뭘 하는지 의아하다. 차후에 이런 부분도 지적해주면 좋겠다.

최영재: ‘만리재에서’를 보니 편집장이 커피를 끊었다고 한다. 이 말에 감동을 받았다. 한 가지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이미 생태적 삶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기업의 본질 짚어낸 ‘대기업 사회공헌’기사

문수경: 인터넷 매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 내게 605호 ‘연예뉴스 전쟁’은 씁쓸한 공감을 던져줬다. 매일 무조건 할당된 기사 건수를 채워야 하는 기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낮은 질의 기사를 양산하는 현실을 잘 보여줬다.

한성헌: 나와 내 주변인들은 연예 뉴스를 거의 안 보는데 이게 표지이야깃감인지 의아했다. <한겨레21>도 언론이라 그런지 연예뉴스 공급자인 기자들 얘기에 초점이 모아지고 정작 독자에 대한 분석들이 따르지 않았다. 동병상련인가 느껴질 정도였다. 스포츠신문 시절이나 TV 연예뉴스 시대가 그립다는 건 향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포털이란 전체 구도 속에서 연예뉴스의 위상을 조망한 부분이 빠진 듯하다.

이윤주: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지만 그 다음이 없었던 게 아닐까. 대안이 없을 수밖에 없는 건지. 배국남 기자는 정공법으로 살아남고자 노력한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식으로 기자나 독자, 포털들이 생각하는 대안이나 대처법 등을 다양하게 끌어냈으면 어땠을까.

위성은: 초록색 바탕에 번쩍거리는 요소들을 집어넣어 가독성이 떨어졌다. 편집도 세심하게 되면 좋겠다.

양희준: 임대주택 관련 기사는 나 같은 젊은 직장인에게 유용한 정보였다. ‘우리가 몰랐던 임대주택’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한상헌: 하지만 정보와 사례가 수도권 내에 머물러 타 지역 거주자에겐 별 도움이 안 됐다. 임대와 분양의 소셜믹스만이 아니라 아파트 평수 간의 소셜믹스 문제도 대두되는 만큼 차후에 우리 사회에 퍼지는 ‘구별짓기’ 현상을 깊숙이 다뤄주길 바란다.

위성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상자기사의 헨리 조지 사상은 꾸준히 다뤄온 소재인 만큼 과월호 참조 기사들을 표기해주는 센스도 부탁한다. 표지이야기 본문 사진이 아쉬웠는데, 임대아파트가 누구나 살 수 있는 괜찮은 공간이라는 취지와 달리 노인분들 위주로 촬영이 되어 그 느낌이 덜 전달됐다.

이윤주: 604호 특집 ‘대기업 사회공헌은 양극화 공헌’을 봤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문화사업 기부에 치중하는 걸 비판할 수 있을까. 차라리 금감원 자료에서 대기업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사내복지 기금에 쓰인다고 드러난 내용을 다뤄주면 어땠을까.

양희준: 기업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기사였다. 회사를 다니며 항상 각종 미사여구로 포장된 구호 이면에 존재한 부실함이 탐탁지 않았다. 앞으로 기업이 내세우는 갖가지 경영기법과 복지제도, 인사제도의 허구성도 파헤쳐보면 좋겠다.

‘대한민국 원주민’ 기대, 풀뿌리 옥천당 신선

나연자: 606호 특집 ‘논문 조작 태풍, 연구실은 변했는가’에선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설문 결과 분석이 흥미로웠다. 그래프로 작성돼 이해가 빨랐다. 그러나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이들에 대한 분석이 적어 아쉬웠다. 그 부분을 캐면 사안의 해답을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윤기: 603호 이슈추적에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밀려난 새만금 문제를 잘 다뤘다. 공무원, 주민, 학자의 논리가 균형 있게 실렸다. 특히 전승수 교수가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새만금 사업의 허구성을 잘 지적해 유익했다.

위성은: 연재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이 시작했다. 만화인 만큼 엄숙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마음껏 그려주길 바란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바탕색에 맞춰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도록 신경써달라. 라이프 & 트렌드 기사들이 요즘 흥미롭다. 606호의 실연 관련 기사도 눈물나게 실감나면서 재미있었고, 605호의 뻔하지 않은 여행기도 돋보였다. 그러나 604호의 의자 관련 기사는 3쪽이나 돼 과해 보였다. 인터뷰 특강 지상중계는 반가운 기획이었다. 그러나 한 명이 모든 특강을 정리하기 벅찼는지 강의별로 편차가 크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정희진씨 강의 기사가 관심사와 맞물려 좋았다. 605호 풀뿌리옥천당 기사는 유쾌했다. 정치 기사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는 신선함을 주었다.

문수경: 문화면의 변화가 참신하다. 방송, 영화, 음악만이 아니라 디자인, 무형문화재 등 다양한 사안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오마이섹스와 스포츠일러스트 같은 말랑말랑한 고정 지면이 좋다.

최영재: 605호 ‘타이 민주주의, 국왕에게 구걸하다’는 탁신 반대 운동이 국왕의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민주주의를 부정했다고 서술했다. 과거 라마 5세의 업적 덕분에 문호 개방과 국가 주권 수호를 해낸 타이로선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통로를 열어둔 비판이 되길 바란다. 특집 ‘손발이 되어주마, 병풍이 되어주마’는 무수한 인맥 네트워크를 화살표를 이용해 한눈에 정리해줬더라면. 또 현재 금융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외국 자본을 정부 통제하에 둘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기사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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