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황우석 사태는 표지 이야기·특집·도전인터뷰 등으로 적절히 대처
파리 르포엔 국내 이주 노동자 문제, 대추리엔 후원하는 법 붙였다면 </font>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휩쓴 태풍 ‘줄기세포’는 <한겨레21> 표지 한 장에 수렴됐다. “590호 ‘거짓말의 스펙터클’ 겉표지는 정말 압권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강렬하게 만들어진 잡지를 받아든 순간, 너무 좋았다.” 최수근 위원의 말에 다른 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12월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는 2005년 마지막 독자편집위원회 모임이 시작됐다.
신중한 보도 태도, 일관성 있었다
<font color="6b8e23">최수근:</font>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황우석의 연구 성과가 단 1%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걸 그대로 보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 <pd>에 가해진 폭력이 황우석에게로 옮겨지면 마녀사냥이 된다. 신중한 보도 계속 기대한다.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590호에서 황우석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비판의 수위를 올려도 <한겨레21>의 어조에 무리가 없는 이유는 587호에서 이미 보여준 태도와 부딪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돌변하는 언론들은 얼마나 어색해 보이나.
<font color="6b8e23">최영선:</font> 589호 김창석의 도전인터뷰에서 김형태 변호사를 만났는데, 그 당시의 사태와 관련된 오해들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냈다. 기사의 홍수에서 만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590호의 긴긴 표지이야기를 읽다 만나 반가운 기사가 대니얼 헤니 인터뷰였다. 그런데 ‘올해의 남자로 그가 선정됐다’는 문구가 의아했다. 이 기사를 만들기 위한 선정이었다면 ‘올해의 남자’란 표현은 과하고, 매년 하던 대로 선정한 것이라면 올해의 여자, 정치인, 문제아들은 실종된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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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6b8e23">김지혜:</font> 특집으론 다소 약해 보였다. 사회·문화 트렌드 분석인 만큼 한국 남성상의 변화나 최근 두드러진 위버섹슈얼 현상 등 좀더 넓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font color="6b8e23">이만석:</font> 588호 ‘17살의 혼돈’에서는 청소년 동성애 문제를 다뤘다. 적절한 이슈 제기였다.
<font color="6b8e23">김지혜:</font> 교사가 되려는 내게 ‘이런 학생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너무 어렵다. 방향의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font color="6b8e23">한윤기:</font> 내 동생이 커밍아웃한다면 나도 기사를 읽을 때와 다른 입장을 취할지도 모른다. 한 외국 영화에서 뉴욕의 흑인 게이 공동체를 보며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우나 그들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는데, 이 기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감정이다. 논의의 우물 자체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아직은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이슈를 다룰 여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기존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겨레21>에서 용감하게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
<font color="6b8e23">김지혜:</font> 이반, 퀴어, 호모 같은 용어 풀이도 함께 했다면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 이번 표지이야기 기사엔 분홍색 점을 이용한 기하학 무늬가 배경 디자인에 이용됐는데 글읽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파리의 평범한 시민들 얘기 궁금”
<font color="6b8e23">이만석:</font> 587호 ‘나는 파리의 슬픈 마그레브’는 프랑스의 이중성을 드러낸 현지 르포 기사였다. 생각도 못한 흑인 차별 문제까지 보여줬다. ‘백인-아랍인-흑인 순으로 차별받는다’며 울분을 토로한 흑인지하단체 케미 세바 회장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font color="6b8e23">김민정:</font> 혹시 우파에서 좌파까지 모두 취재를 해야 한다는 중립에 대한 강박관념이 작용한 건 아닌지? 오히려 중도좌파적 입장을 분명히 취하고 분석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들의 프랑스가 뛰쳐나왔다는 암시적 제목에서 ‘그들’이 이민자인지, 유색인종인지, 어떤 이들인지 두루뭉술해 보인다.
<font color="6b8e23">한윤기:</font> 개인적으론 우파 국민전선의 목소리까지 골고루 담아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극우는 일반적인 견해를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마그레브를 불편하게 여기는 평범한 시민들의 솔직한 고백이 실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덧붙여 ‘차별의 사회학’이나 ‘소유에 관한 철학’을 탐구하는 칼럼 등을 요청하고 싶다.
<font color="6b8e23">최수근:</font>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두 소년의 죽음이 기사와 연계되지 못해 각이 덜 섰다. 또 국적조차 취득하지 못한 이주노동자에게 더 큰 차별과 탄압이 존재한다는 또다른 위계와 은폐를 드러내지 못했다.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589호 ‘대추리에 사실래요’는 민중들에게 초점을 둔 보도 태도가 좋았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섬뜩했으나 무엇보다 그곳에서 싸우는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캠페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조제 보베’의 단독 사진이 없어서, 표지 기사 첫 장의 외국인 2명과 겉표지의 인물을 합쳐 누군지 짐작했다. 옥에 티다.
<font color="6b8e23">이만석:</font> 조제 보베의 한국 활동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해 심심했다. 조제 보베나 취재 기자의 눈으로 본 평택 얘기가 아쉬웠다. 외부 필자나 인터뷰 대상자들의 의견으로 마무리돼버렸다. 그런데 토지 매수에 비협조적인 주민들을 을러댔다는 국방부 외 관계자들의 권위적인 작태는 그냥 넘겨선 안 될 것 같다.
<font color="6b8e23">최수근:</font> 미국의 군사전략과 연관된 생존권 투쟁이 좀 평범한 제목으로 느슨하게 겉표지에서 풀린 듯하다. 큰 제목, 작은 제목 중 한 가지 정도는 기사 주제를 명확기 끄집어내면 좋겠다.
<font color="6b8e23">한윤기:</font> 궁금증을 자아내는 티저 광고 같은 효과는 분명 있었다. 기사를 모두 읽고 이렇게 평택 사람들을 열심히 돕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
<font color="6b8e23">김지혜:</font> 그러나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데 그쳐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부족했다.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다른 단체나 개인의 지원과 관심은 전혀 없는지, 제도적으로는 어떤 점이 뒷받침돼야 하는지를 말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족사진처럼 연출된 겉표지는 끈끈한 유대감을 상징해 정겨워 보였다.
<font color="6b8e23">이만석:</font> 투철한 이상을 가지고 현장에 뛰어든 활동가들의 신념을 충분히 이해하는 한편으로, 평택 사람들을 응원하는 맘과 달리 그곳에 달려가지는 못한 채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시민과 괴리감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588호 ‘철밥통 연금, 적자가 나든 말든’은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이 어떻게 다른지 숫자로 명확히 보여준 기사였다. 나 같은 봉급생활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기사였다. 우리가 국민연금의 봉이 아닌가. 개헌과 관련해 쟁점화되기 전에 한 번 더 다루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에 대한 별도의 기사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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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특집, 스포츠 일러스트 좋네
<font color="6b8e23">이만석:</font> 특집에 실린 교수의 글은 딱딱한 용어가 많아 부담스러웠다. 587호 초점 ‘쌀농가에 희망을 선물하자’에서도 공공비축제, 쌀소득보전직불제, 보조금 허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팍팍한 기사가 됐다. 경제기사는 문턱을 낮춰 독자 흡수율을 높이는 데 애써야 한다. 587호 특집 금강산 보도는 색깔론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인민군과 일한 현대 직원들의 에피소드들이 인간적이고 맛깔스러웠다. ‘남북 경제 공동체’라는 현 정부 시책을 소개하는 데 통일부 장관이 수차례 언급돼 불편했다.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그러나 개성공단·관광사업 등으로 북한을 투자 대상, 경제적 동반자로 인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러 말이 나오는 만큼 북한 인권 문제도 다뤄주면 좋겠다. ‘이원재의 5분경영학’은 경영학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입문하는 글로 유익하다. ‘소매업의 수레바퀴’ 같은 말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font color="6b8e23">최영선:</font>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없지만 ‘신윤동욱의 스포츠 일러스트’는 좋아한다. 특히 587호 ‘장미란의 장밋빛 낙관주의여’는 성찰과 희망을 동시에 줬다. ‘넘버3’로 살아가는 나 같은 여성이 울고 웃을 수 있는 기사다. 588호 ‘두 서재의 결혼식을 축하합니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공감했을 듯하다. 다만 책장 싸게 하는 법, 책 나눠 보는 법, 책 분류법, 책 거품 빼기 등 관련 정보를 풍부하게 준비했다면 더 알찼을 듯하다.
<font color="6b8e23">김지혜:</font> 589호 ‘보도 그 뒤’에서 하나와 영인이의 죽음을 다룬 표지이야기의 후속 보도로 강원도 춘천의 사례를 소개해줘서 돋보였다.
<font color="6b8e23">한윤기:</font> 589호 ‘비정규직, 또 천막에서 맞는 겨울’은 쟁점을 잘 설명해줬다. 여기에 학습지 교사나 퀵서비스 노동자 얘기 등 다양한 사례들이 붙으면 낫지 않았을까. 587호 펼쳐진 세상 ‘네눈을 자꾸 들여다보고 싶구나’, 오마이섹스 ‘이별 뒤’는 다른 데서 접하기 어려운 흐뭇한 기사였다.
<font color="6b8e23">최수근:</font> 589호 ‘생각 없이 보세요, 시청률이 올라요’에서 SBS 드라마를 비판했는데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할 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지 말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게 문화 아닌가.
<font color="6b8e23">염인선:</font> <한겨레21>에서 이슈를 던져 투표를 하거나 글을 받아서 꾸며보는 참여형 코너가 생기면 좋겠다. <한겨레21>이라는 필터를 통해 정제된 의견으로 <한겨레21> 독자들이 직접 여론을 형성하는 주도적 구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쓰는 칼럼도 늘기를 기대한다.</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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