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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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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제호, 산뜻하네요

등록 2005-06-10 00:00 수정 2020-05-03 04:24

고양이·카투사의 진실’ 기획력 돋보여
탈세 도우미·우토로 해법 속단할 수 있을까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비둘기떼는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마저 덮쳤다. “서울 톨게이트 잔디밭에 한가득 앉아 있더군요.” 비둘기가 드문 전주에서 557호 표지이야기 ‘고양이와 비둘기의 진실’에 공감할 수 없었던 이만석 위원이 뒤늦게 수긍하는 눈치다. “아침에 빵집에서 전날 팔고 남은 빵을 길바닥에 뿌리는 걸 보고 섬뜩했어요.” 위성은 위원이 말을 보탠다. 모두 <한겨레21>이 낸 신선한 도시 생태계 이야기에 호평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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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 의인화된 동물들의 불평이 유쾌했다. 이슈를 찾아 움직이는 현장성이 좋다. 그러나 실태 조사가 부족했고, 강문일 교수가 얘기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도움말이 없었다.

박지현: 강문일 교수가 언급한 고양이의 이중적인 법적 정의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차후에 자세히 밝혀달라.

이효원: 고양이 개체수 감소에 대한 내용에 비해 비둘기 문제의 해결책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쉬웠다.

위성은: 변화하는 <한겨레21>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신선한 기획이었다. 그리고 557호의 베트남 장군 보응웬잡 인터뷰는 질의 답변에 깊이와 진실성이 담겨 있어 호소력 있었다. 참전용사의 딸인 나와 한국에 자랑스런 기획으로 남을 것이다.

이만석: 하지만 정문태 기자, 구수정 위원 등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중심의 네트워크가 한·중·일까지 범위를 넓혔으면 좋겠다.

곽동운: 558호 표지이야기 ‘종이고양이 검찰 못해먹겠다’에서 검찰과 경찰의 대담은 사법개혁 문제와 좀 분리되기는 했으나 이슈에 충실했다. 하지만 각기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차라리 <한겨레21>이 링을 만들어서 검찰과 경찰이 ‘맞장’ 뜨게 해야 한다.

박지현: 아주 시기적절했다. 며칠 뒤부터 일간지에서 비슷한 얘기들이 봇물같이 쏟아졌다. 하태훈 교수의 글처럼 중립적이면서도 방향성 있는 기사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효원: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을 경찰 주장과 검찰 주장, 검찰 주장과 사개위 단일안으로 비교분석한 표는 기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표는 유용하다.

위성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검찰들의 뒷담화보단 ‘경찰 전사’들의 용기 있는 실명비판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558호 특집에서 다룬 철거민 이야기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기자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만석: 559호 ‘회계사는 탈세 도우미인가’는 표제에서부터 일반 세무업 종사자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도발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공인회계사 협회장 인터뷰가 잘못된 관행을 미리 예단하며 던지는 질책 성향으로 흘렀다.

위성은: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못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계속 말해달라. 나는 <한겨레21>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 기사여서 반가웠다. 탈세와 절세의 가이드라인을 밝혀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효원: 560호에서 우토로 땅 소유주인 이노우에 마사미씨와의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그가 문제 해결을 위해 싼값에 내놓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서일본식산과의 소송 내용이 나왔으면 판단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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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인터뷰를 보고 ‘역시 해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 땅을 한국 정부가 사야 하는지, 국민들 기금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우토로를 처음 접했을 것 같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노우에의 “한국 정부가 사라”라는 말을 그대로 표지에 올린 건 신중치 못했다. 본문에서 그가 말한 2심 재판일도 5월이 아니라 7월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유별난 조심성이 사할린 동포나 원폭 피해자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거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만석: 외교통상부와 노 대통령의 어긋난 대화 코드에 대한 배경설명이 없었다. 국내 논의는 어디까지 왔는가.

곽동운: 일본이 우토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한국 정부라도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1965년 한-일 청구권을 들먹이는 일본 정부나 일본의 눈치를 보는 한국 정부나 모두 각성해야 한다.

이효원: 560호 ‘청계천에는 검은 돈이 흐르는가’는 개발사업과 서울시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서 좋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명박 시장의 목소리가 빠져서 아쉬웠다. 대권주자 관련 통계자료도 있어야 했다.

561호 지면 혁신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강준만씨 등의 외부 칼럼과 오마이 섹스, 취재 뒷담화 등 농밀한 기자 칼럼에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위원들은 김경씨의 칼럼이 종료된 것을 아쉬워했다. 559호 초점 ‘망신당한 고려대의 신자유주의’에선 고려대의 학교 경영을 잘 파헤쳤다는 호평과 삼성에 무조건 적대적인 모습은 현실적인 경제감각이 배제된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이효원: 561호 표지이야기에서 지적한 카투사의 법적 근거는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 기획 능력이 좋다. 시대별 카투사의 경험담은 신선했다.

곽동운: 캠벨 미8군 사령관의 말을 보니 카투사가 불법이라는 게 팍팍 느껴졌다. 그 많은 카투사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다른 보직을 맡았다는 사실도, 연락기능을 일개 사병에 부여했다는 사실도 문제가 있다.

박지현: 이번 개편에서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편집장이 ‘만리재에서’에서 자신감 없는 말투를 보여서 이상했다.

이만석: 겸손과 꾸준함과 뒷심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만리재에서’가 부쩍 젊어졌다. 언론사 특유의 지적 우월감이나 관조, 선도의식이 없고 솔직한 의욕이 담겨 있어서 좋다. 가깝게 느껴진다.

위성은: 개편호에서 빨간 제호를 버렸는데, 상큼했다. 사실 <씨네21>과 <한겨레21>을 놓고 보면 구닥다리로 보이는데 은색 제호 땐 그런 기분이 덜하더라.

이만석: 검·경이나 우토로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주변 분께 권유해도 빨간색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예 펼쳐보지 않으려 할 때도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공세적이고 이념편향적인 느낌을 덜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효원: 모든 시사주간지가 눈에 띄는 빨강을 제호에 쓰니, 빨강을 안 쓰면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웬만해선 언니들을 막을 수 없다’의 밝은 색상이 기사 내용과 잡지 전체를 돋보이게 했다.

박지현: 557호, 558호에 이은 문근영 띄우기는 의아했다. 또한 557호, 558호 2주 연속으로 나온 한나라당 폭탄주 사건 관련 기사도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몬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559호에서 4·30 재·보궐 선거를 짚어줘서 반가웠는데, 열린우리당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바닥으로부터의 정치 변화를 다뤘으면 더 좋을 것이다. 559호 ‘이주의 공간’에 나온 여성 아나운서의 바뀐 자리는 허를 찌르는 좋은 이야기다. 김재희의 여인열전은 제한된 지면 때문인지 내용이 항상 시작되려다가 바로 끝맺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물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성은: 557호 사람과 사람 ‘다운증후군 소녀’에서 앙금을 씻어내리는 은혜의 말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듯싶다. 560호는 구입 시기를 놓쳐 인터넷으로 봤는데 역시 모니터링이 어렵다. 나도 구닥다리 종이잡지 세대인 걸까. 그런 면에서 561호 특집 ‘종이잡지가 사랑스런 21가지 이유’에 공감이 갔고, 만화 일러스트도 반가웠다. 하지만 너무 자화자찬으로 흐른 감이 있다.

이만석: 앞뒤 기사 제목들을 맨 앞 표제 옆에 놓아 큰 그림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꼼꼼하게 안내해주면 좋겠다. 또한 다음미디어는 1천명의 전국 통신원도 있건만 <한겨레21>은 수도권 중심 기사들을 계속 내놓는다. 지방과 수도권은 엄연히 현실이 다르니 관심을 넓히기 바란다.

곽동운: 559호 ‘쪽방 사람들, 가도가도 1km!’와 사진기사 ‘창’은 빛났다. 다만 영등포 쪽방 사진과 구체적인 실태가 빠져 아쉬웠다. 558호 ‘민주노동당은 왜 폭락했나’도 설득력 있는 기사였는데, 국보법 폐지 투쟁까지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는 지적은 성급한 게 아닐까.

위성은: 561호 ‘하청의 반란’은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고, 할 말도 많은 기사다.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하청업무 추진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 실태도 밝혀달라. 하청업체 여직원들을 도우미 취급하는 일들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박지현: 557호 ‘환영! 마일리지 정치자금’ 기사도 우리나라 기부문화와 함께 펼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561호 ‘국적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다수 국민 정서에 부합하고 있는 국적법 내용을 반박하자면 홍준표 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을 꼼꼼히 비판할 수 있는 전문가의 논점이 필요하다.



그게… 궁금하걸랑요


지면 개편호부터 새롭게 등장한 캐리커처들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재미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가 사진을 원본으로 삼아 각 인물의 특징을 포착했습니다. 모 기자는 과장된 이중턱에 슬픔을 표시하고, 모 기자는 실제보다 어려 보여 좋아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현재의 큰 판형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창간호 때부터 저희는 A4 판형으로 제작해왔습니다. 여기엔 사진을 시원하게 사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야심찬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요즘 과감한 편집 레이아웃을 시도하면서 독자님들에게 ‘눈’의 즐거움도 함께 전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청문회’나 ‘독자가 뛰어든 세상’은 사라진 건가요.
아닙니다. 좋은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편집장이 “‘독자와 함께’란의 편집권을 전부 독자편집위원회에 맡겨보는 건 어떨까”라는 급진적인 제안을 내놓았던 적이 있을 정도로 <한겨레21>은 항상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합니다.
고경태 편집장의 성격은 어떤가요. ‘만리재에서’를 읽다 보면 진보적이면서도 깐깐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기자분들을 힘들게 달달 볶지는 않는지요.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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