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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을 얘기하다니!

등록 2004-07-02 00:00 수정 2020-05-03 04:23

교리 논쟁 피하며 용기있게 보도했네… 한기총 반론은 부적절, 대체복무제 등 추가 취재 필요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김종옥 위원이 달고 온 고 김선일씨 근조 리본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파병 반대라는 뜻이죠?” 김형진 위원이 묻자 김종옥 위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럼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 오해를 사는 듯하니 내일부터 ‘파병 반대’라고 적어서 다녀야겠어요”라고 말한다. “깊은 애도의 뜻이 감정적 민족주의로 변질되면 파병을 하자는 이야기 같아 보일 수 있다”고 김형진 위원이 물음의 이유를 설명하자 박진희 위원도 “사실 나도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아주 잠시, 순간적으로 복수심이 들었다”고 덧붙인다.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의 표적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독자편집위원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512호 ‘여호와의 증인을 말한다’는 교리 논쟁에 말리지 않고 균형 있게 보도하려고 애쓴 점을 높이 샀다. 514호 ‘불량 만두, 불량 수사, 불량 보도!’도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 사건의 진위를 가리려 한 보도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두 문제 모두 여전히 해결이 미진한 만큼 강력한 후속 취재가 필요하다고 위원들은 강조했다.

박용신: 514호가 마음에 들었다. 표지이야기와 특집이 좋았다. 평소 조희연, 김동춘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 사회를 열심히 탐구하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그 실체를 성공회대 관련 특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불량 만두에 대한 불량 보도를 지적한 점도 좋았다. 언론은 엠바고를 얘기했지만, 사전 취재를 충분히 하지 않고 터트리기식으로 보도해서 문제를 일으켰다. 경찰 발표만 믿고 기사화한 언론들을 다시 취재해서 진위를 가른 것이 좋았다.

김종옥: 성공회대 이야기 같은 감동적인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량 만두 관련 기사에서 불량 만두의 정의가 미흡해서 아쉬웠다. 대장균은 끓이면 없어지고 만두 먹고 탈난 사람도 없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면 그 만두는 불량 만두인가, 아닌가? 해답이 없었다.

김우석: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억울한 만두를 해명해주지는 못했다. ‘불량한 재료’를 집중 분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피해를 받은 다수의 만두 제조회사에도 시선을 보내고, 터트리기식 언론과 뻥튀기 경찰에 대해 근본적인 고찰을 했어야 한다.

이번달 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사는 단연 512호 ‘여호와의 증인을 말한다’였다. 흥미로운 내용이었으며 용기 있는 시도였다고 평한다. 다만 종교적인 논란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감각을 지키려고 애쓴 점은 인정하지만 기사들간의 연결고리를 더 긴밀하게 하고 견해들의 수위를 조절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들은 기획 방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박용신: 511호와 512호를 통해 대체복무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큰 인식 변화가 있었다. 여호와의 증인이 평화를 추구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진희: 여호와의 증인이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는 교리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 이런 논란이 핵심이 되지 않도록 조절이 잘된 기사다.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에 박수를 보낸다.

김무늬: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동안 그들을 이단아로 분류해놓고 아예 알려고 하지 않은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 물론 지금도 그들이 옳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을 반박하는 이유도 다양할 텐데, 의 반론 글은 터무니없었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반론을 실었어야 한다.

정서린: 그렇다. 예민한 사안을 다루면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 한기총 대표의 글을 실은 것은 안 실은 것보다 낫다. 하지만 그의 글은 감정에 의한 오류가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또 여호와의 증인 홍영일씨의 인터뷰도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만 있어 편치 않았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는 제3자의 발언이 더 필요했다.

김종옥: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수한 소수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용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독자는 여호와의 증인들의 교리와 생활이 아니라 그 안의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그 부분을 잘 부각시키지 못했다. 여호와의 증인 교단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자세히 실었어야 한다.

김혁: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이 기획 의도인 것 같은데, 다른 매체에서 언급한 것 이상의 값진 기사가 없었다. 법적 차원에서, 혹은 사회 통념상 시도할 수 있는 객관적인 논평이 빠졌다. 기사도 잡지 후반부에 게재되어 비중이 낮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극적으로 문제를 다룬 감이 없지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의 본질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 인정이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인정이 아니다. 판결의 중심에 다수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있더라도 거부자가 전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라면 여호와의 증인과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를 연계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이젠 소수자의 의견과 현실을 파헤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사상적 근거가 공감을 얻었다면 이젠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해 당사자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비종교적 병역거부나 반전론자, 평화론자의 실상을 드러내고 기존의 대체복무제도를 분석해 새로운 복무제도를 제안해야 한다.

비판으로 가득한 지난달과 달리 이번달은 알찬 기획이 눈에 띄었다고 평하면서도, 기사의 균형감과 충실도에 대해선 다시 한번 꼬집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지적하면서 뚝심있는 표지·특집 기사엔 후속 취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서린: 주로 정치인이나 알력다툼, 그 주의 이슈를 표지이야기로 다루던 이 갑자기 511호에서 두산그룹의 주가조작 사건을 이야기할 때 처음엔 생뚱맞아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주간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 같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금융감독원과 대기업이라는 힘의 실체를 지목했다. 내가 아는 한 기자도 기업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썼다가 결국 내보내지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의 시도는 값져 보인다. 더 진전이 있길 바란다.

김무늬: 513호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특집기사도 좋았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중소기업 저임금 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에까지 연결된다. 앞으로 계속 파헤쳐달라.

정서린: 또 하나 다뤘으면 하는 것이 비정규직을 알선하는 인력고용 업체들이다. 규모가 커지고 점점 체계화돼간다.

박진희: 512호 ‘확 깬다, 확 깨고 싶다’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을 세심하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외국의 사례나 국내 공무원 연금과 비교하면 더 흥미 있었을 것이다.

김종옥: 513호 ‘고려인 유랑사, 이제 그만!’에서도 연해주쪽의 노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512호를 보면 연해주 연방 대통령 전권대표가 인터뷰에서 고려인 정착촌 마을 건설이 자신의 관심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정서린: 514호 ‘잃어버린 아이, 국가가 찾아라’를 봤다. 김희선 의원이 추진한다는 중앙정보 시스템이나 기관별 협조 등과 같은 법안 마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줬으면 좋겠다.

김형진: 개봉 영화 소개에 나온 와 은 나흘 만에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영화들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를 선택하려다가 오히려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514호 ‘그룹사운드여, 부활하라’에선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가요사를 얘기했는데, 중요한 것은 ‘지금 왜 70년대 그룹사운드가 각광받느냐’이다. 3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추억 상품으로 다가온 그룹사운드가 제대로 공연한다면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아니라 전국 대학가를 순회하는 게 맞을 것이다. 현황과 문제점, 나아갈 길을 보여줘야 한다.

김혁: 511호 ‘한국엔 애국적 과학밖에 없는가’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윤리성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연구 과정의 윤리적 문제가 간과된 사실을 지적해서 좋았다. 일반인들이 황 교수의 업적을 바라보며 생각하지 못했던 과학기술의 또 다른 단면을 시의적절하게 보여줬다.

백승규: 513호 와히드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자서전은 통치자의 이야기지만 글이 조심스럽고 편안해서 읽기 좋았다. 눈이 나빠진 사연을 잔잔히 털어놓은 점도 돋보였다.

김우석: 한국 축구는 깊이 다룰 만한 문제다. 새로운 축구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면 어땠을까. 세대교체와 유소년 축구팀 양성이 해결책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전문가에게 물어서 심도 있게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대교체 선수를 굳이 지목한 건 기사의 무게를 떨어뜨린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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