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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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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캠페인] 에히메가 보여준 일본의 무지

등록 2007-06-15 00:00 수정 2020-05-03 04:25

보수적인 지방으로 손꼽히는 지역, 역사의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야스쿠니를 정당화

▣ 마쓰야마(일본)=스나미 게스케 프리랜서 기자yorogadi@hotmail.com

에히메는 일본에서도 보수적인 지방으로 꼽힌다. 2005년 동아시아를 발칵 뒤집은 후소사 발행의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등장했을 때 이를 택한 학교는 많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 교과서를 ‘역사 왜곡 교과서’라 불렀고, 일본 내에서도 “전쟁 전의 복고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일본에서는 지방마다 있는 교육위원회에서 시중에 나온 여러 교과서 가운데, 자신들이 쓸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반발로 보수 논객들이 집필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택한 지역은 많지 않았다. 결국 47개 일본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택한 곳은 딱 두 곳이었는데, 한 곳은 도쿄도였고 다른 한 곳이 에히메현이었다.

학생들을 파고드는 애국심 교육

에히메현은 일본의 네 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 자리잡고 있다. 에히메는 따뜻한 남쪽에 자리해 온화한 바다와 귤밭으로 유명하다. 5월 말 필자는 에히메의 현도인 마쓰야마시에 있는 국립 에히메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게 됐다. 마쓰야마는 필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진보 진영의 가장 큰 고민은 점점 우경화돼가는 일본의 모습이다. 마쓰야마에서 그 흐름은 좀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이뤄진 교육기본법 개정에 앞서 마쓰야마에서는 2004년 ‘아이 육성 조령’(조령은 한국의 조례에 해당)을 제정했다. 일본에서는 전쟁을 반성하는 뜻으로 학교에서 애국심을 교육하는 것이 터부로 되어 있었다. 아이 육성 조령은 이를 뒤집어 ‘향토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사회를 뒤흔든 개정 교육기본법에도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조문이 들어 있다. 에히메현에서는 교육기본법 개정과 같은 홍역을 2년 전에 치른 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마쓰야마 출신 3명을 주인공으로 베스트셀러 소설 을 썼다. 3명 가운데 2명은 청일·러일 전쟁에서 활약한 유명한 군인이다. 소설은 러일전쟁을 묘사한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바라본다. 하나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운 조국 방위 전쟁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를 식민지로 하기 위한 침략전쟁이라는 생각이다. 시바는 조국 방위 전쟁의 입장으로 소설을 썼다.

마쓰야마시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언덕 위의 구름’을 시정의 캐치프레이즈로 해 ‘언덕 위의 구름 박물관’ 건설을 계획했다. 시민단체와 좌파 정당이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서 반대했고, 과 전국지 등도 계획을 비판했다. 시장의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논쟁도 일어났지만 결국 박물관은 올해 4월 개관했다.

에히메대학 강의에서 필자는 과 취재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2만1천여 명의 한국인과 2만7천여 명의 대만인이 일본을 위해서 전사하고 일본을 지키는 신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고 있는 것, 한국·대만·일본인 유족들이 전사자를 야스쿠니신사에서 제외해주라고 호소하는 것, 살아 있는 한국인도 야스쿠니신사의 착오로 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것 등을 전했다.

학생들의 소감은 소박했다. “한국이나 대만 사람도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고 있다니 몰랐다” “일본이 아직 제대로 사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발한다”는 반응이 있었다.

“A급 전범도 열심히 산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야스쿠니신사와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야스쿠니신사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시설이 아니고, 전쟁을 반성하기 위한 시설이다” “외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전쟁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비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사람은 A급 전범이 아니라 보통 전몰자들에게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한국인은 너무 민감하다” “일본을 위해서 죽은 한국인을 일본이 추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등의 의견이었다. 거칠게 나눠볼 때 야스쿠시신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우려스러운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A급 전범도 당시를 힘껏 산 사람들이다”라고 전쟁 책임자를 평가하는 학생이나, “한국에는 종군위안부 등 피해를 꾸며내고 보상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는 학생도 있었다. 야스쿠니신사의 본질이나 근현대사를 잘 모르고, 최근의 우경화 바람에 따른 텔레비전 프로나 만화를 많이 읽어 그런 생각을 가진 듯하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도 “학생들은 소박하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면 곧바로 일본의 전쟁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일본 자민당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재일동포 문제와 제주도 4·3 사건을 연구하는 에히메대학의 이지치 노리코 교수는 “요 몇 년 사이 피해자 입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내 수업을 불평하는 학생이 늘었다. 이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다”고 고민을 이야기했다.

한국과 같이 일본에서도 지방에는 보수층이 많다. 지방 의회는 대부분 자민당 의원으로 이뤄져 있다. 그 그늘 밑에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정력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에히메대학 학생들 경우와 같이 많은 시민들이 역사의 진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북한을 비판하는 방송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보수적인 미디어에 책임이 있다.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과 보수화하는 시민들 사이의 틈은 깊어지고 있다. 평균적인 일본인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야스쿠니신사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어느 군인의 편지

12,485,000원

6월8일 현재 모금액 1248만5천원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김철균 상병이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이하 보추협)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지 안에는 그가 보낼 수 있는 돈의 최대치인 1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이뤄진 사병 봉급 현실화 조처로 그가 한 달에 받는 돈은 8만원에 이릅니다. 김 상병은 “제가 직접적 피해자나 피해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그 원통함과 슬픔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합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분명 잘못됐고 한 민족으로서 모른 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물질적인 면을 뛰어넘어 뒤에서 응원하고 있는 누군가 있음을 알아주시고 열심히 뛰어주셨으면 합니다.” 힘들고 막막한 길이지만, 보추협은 열심히 뛰어보기로 했습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 여러분, 함께 뛰어주시면 정말로 행복하겠습니다.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ARS 060-707-1945·한 통화 3천원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모금자 명단
강난희(2만원) 서승(10만원) 김철균(1만원) 김현(2만원) 마정림(3만원) 민종태(2만원) 박석주(1만원) 상명식(3만원) 전주고산책(5만원)
*그 밖에 ARS로 64명이 동참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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