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문제라고 말하는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진보사학계의 ‘큰 어른’이다. 그가 1970년대 말에 내놓은 은 그 시대를 살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지적 충격을 가져다줬다. 선생은 살벌하던 군사정권 시대 강제 퇴직과 복직을 오가는 고초를 겪었고, 건조한 역사학을 사회를 움직이는 큰 사상으로 확산시켜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묶어놓다니
강 위원장은 야스쿠니신사에 강제로 붙들려 있는 조선인들의 합사 철회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과 민족문제연구소, 일본 시민단체 ‘노합사’(NO 合祀)의 캠페인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적지 않은 성금을 보내왔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는 지난 세기 아시아에 큰 고통을 안겨준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미 지난 과거의 문제가 아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제”라며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야스쿠니신사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보통 야스쿠니신사를 과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문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도쿄 전범재판에서 단죄된 A급 전범들이 그 안에 합사돼 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가 침략전쟁의 주모자들을 국가의 수호신으로 받들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 20세기 아시아의 비극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 나라들을 침략했던 불행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침략의 원흉들을 국가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과, 그 장소에 해마다 총리가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는 현실은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결코 지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제도적으로 잘돼 있어도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평화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조선인 강제 합사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조선인 합사자들은 일본이 일으킨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끌려가 합사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에게 총을 들려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을 무척 겁내고 두려워했다. 결국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어쩔 수 없이 징병제를 실시해 조선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우리 민족에게 당시 일본은 ‘적국’이었다. 침략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을 한 군데 묶어놓고 ‘일본의 수호신’으로 모실 수는 없다. 그들은 지금도 일본식 창씨명으로 바뀐 채 일본 신민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잠들어 있다. 그들에겐 아직 해방이 오지 않은 셈인데, 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범들을 따로 떼어내야
일본 우익들은 조선인 합사자들이 죽을 때 일본 신민으로 죽었으니, 야스쿠니신사에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전쟁에 나갈 때 그런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행동했다. 이를 보여주는 노래와 연설문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 경우는 달랐다. 대부분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사람들이고, 달리 먹고살 방법이 없어 억지로 간 사람도 많다. 장준하나 김준엽 같은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군에서 탈영해 광복군으로 귀순하기도 햇다. 전쟁터에서 탈영은 당장 총살으로도 다스릴 수 있는 큰 죄였다. 이미 일본 국적에서 박탈된 사람들을 억지로 야스쿠니신사에 가둬두고 있다는 것은 야스쿠니신사와 일본 우익들이 마음속에서 조선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높지 않다.
=우리가 2차 세계대전 뒤 해방된 여러 나라들 가운데 비교적 경제적·민주적으로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침략전쟁에 억울하게 끌려가 전사한 채 수십 년 동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영령들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지난 세월 우리가 이룬 산업화와 민주주의가 결코 자랑할 만한 게 못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력과 사회 성숙도에 걸맞은 관심을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기울여줬으면 한다.
앞으로 바람직한 해결 방법은.
=일본에도 자국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도하는 우리의 국립공원 같은 시설은 필요하다. 먼저 전범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따로 떼어내야 한다. 일본 사회에서 양심적인 세력이 있긴 하지만, 우익들의 압박이 너무 강해 쉽게 해결이 나진 못할 것이다. 조선인 강제 합사자들은 당연히 합사가 철회돼야 한다. 조선인들이 정확히 몇 명이 합사돼 있는지 기록이 없는데 이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선인 합사자들 가운데는 분명 북한을 연고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북-일 간에 국교가 이뤄지지 않아 이 문제가 논의되지 못하고 있지만, 야스쿠니신사에 강제 합사된 조선인 문제는 반드시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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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현재 모금액 658만원
모금이 시작됐습니다. 야스쿠니신사에 억눌려 있는 우리 할아버지들의 영혼을 고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작은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강만길 선생께서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이룬 산업화와 민주주의가 결코 자랑할 게 못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일본의 재판 지원단체 ‘노합사’(No 合祀)의 야마모토 나오요시는 “시작이 곧 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작은 반’, 듣기만 해도 참 좋은 말입니다. 은 우리의 작은 정성들이 모여 큰 흐름을 이루고, 그 도도한 흐름들이 모여 하루가 다르게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 둔직하고 의미 있는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 그동안 쭉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작은 정성들을 모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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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금액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그동안 모금한 성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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