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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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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캠페인] 미군 기지들로 만들어진 ‘식민지’

등록 2006-1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SOFA 협정으로 치외법권적 특권 누리는 제국의 일부분…그들의 우월감과 오만함은 빌딩과 탱크속에 각인돼 있다

▣ 더글러스 러미스 평화운동가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미국에 조지 부시 네오콘 정권이 출현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트루먼부터 클린턴까지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던 ‘봉쇄’정책이 폐기됐다. 봉쇄정책 아래에선 미국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고 미국이 싸움을 하는 것은 적이 먼저 공격할 때뿐이다.

부시 정권은 스스로에게 국제법상 금지돼 있는 다른 나라를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권리와, 다른 주권 국가의 정권을 강제로 교체할 권리도 부여했다. 또 부시 정권은 외국에서 외국인들을 체포·구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체포된 외국인들에게는 전쟁 포로의 권리는 물론이고 범죄 혐의자의 권리도 인정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방대한 기지가 필요한가

이렇게 새로운 권리들이 부여된 나라는 단지 미국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 다른 어떤 나라도 이런 권리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이 말은 현재 두 개의 국제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나는 미국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 적용되는 것이다. 조지 부시나 그의 자문위원 중 자신들의 행위 때문에 체포된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적인 국제법 체계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부시의 미국에서 생긴 또 다른 재미있는 변화는, 사람들이 미국의 국제적 위치를 언급할 때 ‘제국’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책의 비판자들은, 예컨대 베트남전 기간에 미국을 ‘제국주의자’라 불렀다. 그러나 정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점을 부인하곤 했다. 부시 정권 아래에서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많은 정부 옹호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미국은 제국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이중으로 된 새로운 국제법 체계 아래에서 미국이 국경 너머에서도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국’은 올바른 용어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라면, 외국에 주둔하는 미국 군사기지의 의미가 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군기지를 받아들이면서 맺은 협정들은 거의 모두 미국이 봉쇄정책을 따르고 있을 때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제 미국은 선제공격으로 정책을 바꿨고 제국의 야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협정들은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하는 게 아닐까?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의 기능은 정확히 무엇일까? 미국 정책의 옹호자들은 아마도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같이 전쟁이 없던 지역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현재 미국의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비판자들은 미국이라는 제국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전문학자인 찰머스 존슨은 최근 저서 에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1996년 오키나와를 방문하던 중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존슨은 “군사 전략적인 차원에서만 설명한다면, 섬의 20%에 해당하는 중요 지역에 38개의 기지를 배치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전세계의 미군기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전체 기지 구조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방대한 미군기지 구조는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거의 완벽한 사회가 존재하는 기지 내부

찰머스 존슨이 제시한 새로운 가설은 다음과 같다. 전세계의 ‘725+α’에 달하는 미군기지는(725는 공식적인 미군기지 수이고 그 외에 별도의 비밀기지들이 운영되고 있다) 제국을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가 제국이다. 미군기지들은 그 자체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에 기여하도록 건설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전략이 (상당 부분) 기지들을 보호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기지들은 그 자체로 통치 형태이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생산한다. 지역 사령관(CINCs·총사령관)은 로마 제국의 총독과 같다. 지역 사령관들의 지위는 대사보다 높다. 이들은 외교정책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한다. 또 통상적인 명령 계통을 따르기보다는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미국이 기지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미군 직원들은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나라의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주둔군지위협정(SOFA) 덕분에 식민지에 준하는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어떤 SOFA 협정은 주둔국에 너무나 당혹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런 협정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다른 93개 나라들과 그와 같은 협정을 맺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찰머스 존슨의 표현대로, 이렇게 “기지들로 만들어진 제국”은 다 합해보면 미국 영토의 매우 큰 일부분이다. 다시 말해, 해외에 위치하는 미국의 일부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오키나와의 기지들을 방문해본다면, 기지가 오키나와 섬보다 더 크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기지 안에는 어린이집부터 대학, 교회, 쇼핑센터, 술집, 레스토랑, 은행, 테니스 코트, 개인 소유의 해변, 운동경기 연맹, 스트레스를 조절해주는 상담자 그룹, 구타당하는 여성을 위한 핫라인, 강간 치유자 그룹, 아동 성학대 치유자 그룹, 경찰, 법원, 감옥이 있다. 그리고 골프장 잔디뿐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물들 사이의 드넓은 공터의 잔디를 깎는 직원들도 무수히 많다.

휴양소도 있다. 미군은 전세계의 기지 영내에 휴양소를 운영하는데 그중에는 공간이 날 때마다 미군 직원들이 여행을 와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에른 지역의 알프스 산에 위치하는 가미쉬 스키 리조트도 포함돼 있다. 미군은 또한 전세계에서 234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지 안에는, 간단히 말해서, 거의 완벽한 사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 몇 가지가 빠져 있다. 밭과 공장이 없다. 생산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덤도 없다고 믿어진다. 죽은 사람은 미국으로 송환된다.

울타리 밖 아이들에게 평등을 가르친다고?

말할 필요도 없지만, 미군기지 바깥 사회의 생활수준과 사고방식이 어떻든지 간에 기지 안에서의 생활수준과 사고방식은 미국적이다. 미국 본토 안에서의 생활과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기지 내부에서 ‘제국적인 태도’가 더욱 강렬하다는 점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또는 그러려고 시도하는) 조직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우월감과 오만함은 개인적인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물의 구조 속에, 기지의 구조물 속에 각인돼 있다. 당신이 오만한 빌딩, 오만한 트럭과 탱크, 오만한 전투기, 오만한 헬리콥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오만한 철조망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을 때, 오만한 개인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기지 안에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며 이들의 교육에서 울타리 자체가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될 것임을 생각해보라. 슬픈 일이다. 그러나 기지 밖의 아이들에게 끼칠 울타리의 교육적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그것은 훨씬 더 슬픈 일이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고 가르치려고 하면, 이들은 우리를 믿을까 아니면 자신들이 보는 것을 믿을까?



[평화의땅 1평 지키기]진실은 30년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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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매주 모금액 총계를 보내주는 사람은 평화바람 활동가 ‘여름’입니다. 그는 또 매주 기자에게 짤막한 편지를 보내 대추리의 사정을 전해줍니다.
“모금액이 계속 주네요. 인혁당의 진실이 30년이 지난 뒤 세상에 알려지고, 복권되었지요. 평택도 30년이 지나야 진실이 밝혀질까요? 아니면, 그전에 세상이 망할까요. 신부님이 11월8일에 온 취재진들을 향해 그러시더군요. 언론이 30년 뒤에 와서 평택 문제 취재할 거냐고요. 씁쓸하지만, 평택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가나 봅니다.” 머잖아 겨울입니다. 평택의 들판은 한겨울 추위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 (우편번호 451-802)

권혁 이유리(7만원) 김선영(5만원) 이근영(5만원)

*지면 사정으로 이번주 ‘들이 운다’는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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