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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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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캠페인] 어찌 그리 닮았나, 평택과 FTA

등록 2006-07-28 00:00 수정 2020-05-03 04:24

통치권자의 ‘고독한’ 결단에만 의지하는 대한민국의 부실한 민주주의… 미국의 요구를 우리의 요구로 착각하는 대미 협상팀의 무능력에 질리다

▣ 최재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참여정부 속에 ‘참여’는 없다. 통치권자의 ‘고독한’ 결단만이 존재할 뿐이다. 87년 체제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적 시스템은 완결된 듯했다. 이제 보니 그게 아니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강화된 듯하지만,

실질적 측면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평택 기지 이전이 말해주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전면적 수용과 한미 FTA 협상이 바로 우리의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준다.

결과가 이미 결정된 협상

지난 50년간 우리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틀 내에서 외교안보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은 대북 억지력. 이제 그 틀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미국은 전세계적 차원에서 외국 주둔 미군의 재배치(GPR)를 서둘렀고, 각지의 주둔군을 경량화·기동군화했으며, 전략적 유연성을 군사전략의 핵심으로 정했다. 주한미군이 모델이 됐다. 한반도 전역에 산재해 있는 미군기지를 ‘연합토지관리계획’(LPP)라는 이름으로 의정부와 대구로 통합하기로 했고, ‘용산기지이전협정’(YRP)이라는 이름으로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더 이상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사실상 동북아 방위를 책임지는 거점으로서 주한미군과 미군 기지가 한반도에 존재할 뿐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수정된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급속한 개방으로 나아간 결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직면해 타율적 구조조정을 강요당한 바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은 ‘철저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에 바탕을 둔 사적 재산권의 보호 시스템’이다. 미국은 양자 간 자유무역 체제를 바탕으로 이 시스템을 국제규범화하고 있다. 이 규범 아래서 개별 국가의 금융정책이나 산업정책 등 경제주권은 철저히 제한된다. 한반도에는 원화 기본의 경제 질서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오로지 달러화 중심의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와 외교안보 질서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게 될 평택 기지이전 협상과 한미 FTA 협상은 비교하면 할수록 너무도 똑같은 구조라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둘 모두 통치권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시작된다. 협상은 대미 편향적 팀에 의해 주도된다. 미국식 시스템만이 우리의 모델이라는 통상교섭본부 사람들, 힘의 논리만이 한반도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외교부 북미국과 국방부 대미안보 정책라인, 거기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가담한다. 협상은 철저히 두괄식이다. 그래서 대강은 사전에 결정된다.

평택 기지 이전도 12차례 회의 중 3차 회의 때 모든 게 결론났다. 나머지 협상은 대 국민용 전술일 뿐이다. FTA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스크린쿼터제 등 4대 쟁점은 미리 제물로 바쳐진다. 대미 수출의 걸림돌인 세이프가드 등은 전혀 협상의 전제조건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의 협상은 동맹론에 입각한 주고받기라고 과대포장된다. 평택 기지 이전과 전략적 유연성 등은 ‘북핵 해결’을 위한 주고받기라고 홍보된다. 하지만 받는 것은 없다.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만이 선물로 되돌아온다. 미국은 경제질서와 안보질서를 철저히 구분하는데도 우리는 미국과 경제관계를 긴밀히 하는 것이 곧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미국도 칠레와 FTA 협상을 체결했다. 칠레가 미국의 안보동맹일까? 그렇다고 우리에게 칠레가 안보동맹일까?

실무자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대외 협상력의 취약함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바뀌는 대미 협상 실무책임 라인이 그 예다. 필자가 국회에 들어온 지 이제 2년이 갓 넘었지만, 외교부 북미국장은 벌써 세 번째이고, 국방부 정책실장은 네 번째다. 상대방은 여전히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다. 국가가 갖는 비대칭성, 미국의 일극주의가 상징하는 힘의 논리 앞에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우리 협상팀의 협상 능력은 온전치 않다. 그래서인지 늘 미국의 요구를 한국의 요구라고 착각한다. GPR에 따른 평택 이전을 민족 자존심에 따른 용산 되찾기로 대치한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GPR는 미국도 비용을 부담하지만, 한국에서의 GPR는 전적으로 우리가 부담한다. 일본에서의 GPR는 주민투표라도 거쳤지만, 한국은 아예 없다. 돌려받는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도 마찬가지다.

FTA도 미국식 경제질서로의 타율적 편입이 아닌 우리의 주도적 시장 확대로 대치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은 우리의 시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국내 협상력 부족도 마찬가지다. 밀실협상은 협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서야 비정상적인 차원에서의 저항적 국민 참여를 초래한다. 집회와 시위를 통한 의사 표현만이 가능한 반민주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협상은 아예 관심이 없다. 지금은 농번기라 그렇지만, 농한기 때의 농민시위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외교안보의 밀행주의는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하다. FTA 협상 개시 발표는 워싱턴에서 있었고, 국내에서의 발표는 고작 공청회를 통해서였다. 국가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철학은 공유되지 않는다. 오로지 통치권자와 대미 협상팀의 머릿속에만 있다. 협상에 대한 비판과 염려는 반미주의나 쇄국주의로 몰리는 형국이라 합리적 비판은 존재할 틈새가 없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왜 삿대질이냐’고 비판한다. 필자가 그랬고, 정태인 박사도 그랬다. 반미는 곧 친북이고, 친북은 곧 빨갱이인 나라에서 대미 협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곧 한미 동맹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고 만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들이운다]도두2리는 죄다 89번지여

우리가 이사를 다 가야 세종대학도 돈 받는다는 거여

류춘목(60)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89

장맛비가 멈추고 오랜만에 해가 났다. 황새울 곳곳, 어깨에 약통을 둘러메고 들판을 누비는 농민들이 보인다. 류춘목 아저씨도 줄지어 선 군인들을 뒤로하고 들깨밭에 풀약을 주고 있다.

곡식 옆에 풀들 잠재우는 거지.


밭 임자는 서울 사람이여. 해먹기는 내가 해먹고 살았어. 근데 인자 서울 사람이 해먹지 말라고 저렇게 담장을 쳐놓은 거여. 그렇게 하고 다 팔아먹은 겨. 여기 들판 서울 사람 게 무지 많아. 그러니까 이 땅이 더 쉽게 넘어간 거지. 우리는 안 팔았어. 외지 사람들이야 그냥 돈 받아가면 되는 거니까. 그런 데다 대고 국방부는 뭐 땅이 다 팔렸다는 거잖아.
아홉 살 먹어서 당진 반촌리에서 왔어. 인자 50년 넘었어. 우리 삼형제인디 동생은 인천에 살고 우리 형이랑 나는 이 동네 사는 겨. 당진 같은 데는 산이고 밭이었지. 지금은 산이 돈 값어치가 되지만 옛날에는 밭이나 산에서 나오는 게 없잖아. 모를 심고 뭘 해야 돈 값어치가 나오지.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일루 온 거지. 나는 멋모르고 덩달아서 따라온 거지.
저기 근내리 있잖아. 그때는 그 동네가 없었어. 거기까지 다 바닷물이 들락날락했었어. 그거를 조금씩 조금씩 맨든 거지. 한 번에 들판을 다 못 맨들고. 1만 평이면 1만 평 막았다가 한 2~3년 있다가 갯고랑이 판판하게 잘 살아났으면 또 막는 거지. 나는 쪼그매가지고 못했지만 우리 아버지나 어른들이 가래, 삽, 지게로 다 한 겨. 뒤에서 삽으로다가 흙 파서 넘겨주면 지게로 지고 가서 저기다 흙을 쌓는 거지. 다 막으며 고사도 지내고 그랬지. 갯물 들어와서 흩어지지 말라고. 떡 해다놓고 고사 지내면 떡원, 돼지 잡으면 돼지원이라고 불렀어. 지금이야 농지 정리해서 반듯하게 됐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대중없이 논이 생겼어. 알기 쉽게 그렇게 부른 겨.
도두2리는 죄다 89번지여. 왜냐면 여기 사는 터가 자기 터가 아니여. 세종대학교 가서 데모하고 그랬잖아. 이게 다 세종대학교 땅이여. 거기 땅이니께 내 명의로 안 돼 있고 네 집 내 집 할 거 없이 다 89번지여. 우리가 이사를 다 가야 세종대학도 국방부에서 돈을 다 받는다는 거야. 그러니께 세종대학도 우리가 하나 안 남기고 다 이사 가면 돈을 준다는 거지. 그래서 이사 간 사람도 남아 있는 우리 때문에 돈을 못 받고 있어.
힘들어. 밥 세 사발 먹으면 사는 건디. 밥 세 사발 먹기가 힘들어. 얼마 전에 등기부등본 떼어봤더니 ‘국’자 하나 써놨대. 내 이름 지우고 ‘국’자 하나 써놓은 거여. 국방부 거라 이거지. 돈도 안 찾았는데 지들 마음대로 공탁 걸어놓고. 아휴. 뭐 맨날 정부한테 다 뺏기는 거여. 여기 집을 헌다 어쩐다 지랄들 하는데. 그놈들이 헐면 우리가 막을 재주 있나?
글·사진 진재연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주택 철거가 남았습니다


99,556,681
7월21일 현재 9955만6681원

얼마 전 청와대 시민사회 담당관이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 쪽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대책위가 주민들을 위한다면서 주민들을 더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그의 전화를 정권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7월22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4차 범국민대회도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주민들이 사는 집을 때려부수는 주택 철거입니다. 그동안의 투쟁으로 주민대책위 간부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주민대책위 쪽에서 “그동안 모은 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여러분의 눈물 겨운 참여로 지난 7개월 동안 1억원 가까운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여러분들께 모금 사용 내역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매주 금요일 모금 내역을 집계하며 행복했습니다. 그런 기쁨을 알게 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늦었지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문준혁(3만원) 최애리(3만원) 이유순(2만원) 이희진 이동성 천경선(2만원) 이한희 이옥련(2만원) 윤경하 윤민하 임종섭(5만원) 박은숙(2만원) 이경희(5만원) 바끼통(35만원) 이원보(5만원) 박찬영(3만원) 박재순(10만원) 도현우(30만원) 문정현(20만원) 진동원(3만원) 이종원·이지(2만원) 정인우 가족(3만원) 문태욱(2만원) 고병우 고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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