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약속을 지키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농민들 ‘범국민 평화 논갈이’ 돌입… 포클레인 앞세운 경찰의 진압작전에 할머니들마저 실신하고 부상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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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농민들은 3월17일 아침 9시 평택 황새울에 모여 ‘범국민 평화 논갈이’ 돌입을 선포했다. 주민들의 트랙터가 평택의 너른 들을 헤치며 힘찬 쟁기질을 시작했다. 트랙터가 오갈 때마다 평택의 비옥한 땅은 검붉은 속살을 드러냈고, 어두워진 주민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포클레인이 땅을 파자 거친 개흙이
김봉규(32)씨는 전북 완주의 젊은 농민이다. 그는 3월16일 황새울에서 논을 갈고 있었다. 김씨는 “오늘 완주 농민 30명과 함께 트랙터를 끌고 평택에 왔다”고 말했다. 완주 농민들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트랙터 4대를 평택으로 들여왔다. 그는 “올 1월 평택 농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택 농민들은 지난 1월3일부터 12일 동안 트랙터 7대를 몰고 전국의 농민들을 찾아 평화 유랑을 떠났다. 손님을 맞은 농민들은 미군에게 땅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평택의 형제들을 따뜻하게 감쌌다. 농민들은 앞다퉈 “올해 당신들의 논은 우리가 갈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완주의 80마력짜리 트랙터는 하루에 논 1만5천 평을 간다. 트랙터의 굉음과 함께 황새울은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평화의 트랙터들은 3월14일부터 평택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은 국도와 고속도로 입구에서 트랙터들의 대추리 진입을 막았다. 경찰과 농민들의 충돌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3월16일 밤까지 트랙터 24대가 황새울에 도착했다. 송태경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대책위 기획부장은 “애초 트랙터 500대를 조직했지만 안타깝게 많은 트랙터들이 중간에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날 평화 논갈이 선포식에서 이상렬 도두2리 이장은 “경찰들이 아무리 막아도 트랙터가 이곳에 올 수 있는 수가 왔다”며 “2~3일 갈면 저들이 요구한 285만 평을 한 평도 남김없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3월16일 밤 현재까지 50만 평의 땅을 갈았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대로 간다면 며칠 내에 미군이 빼앗아가는 평택 285만 평의 땅을 모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국민 평화논갈이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생명과 평화의 땅을 지키는 범국민 평화 논갈이 선포문’에서 “생명과 평화를 심는 마음으로, 전쟁과 폭력을 갈아엎는 결심으로, 오늘 우리는 범국민 평화논갈이를 힘차게 선포한다”고 외쳤다. 그 시간 경찰은 평택 고덕면에서 올라오는 트랙터 30대를 막아선 채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두고 볼 국방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3월15일 경찰 병력 40개 중대의 호위대와 함께 포클레인을 이끌고 황새울로 쳐들어왔다. 범대위 활동가들은 “전원 연행을 각오하고 포클레인을 막겠다”고 맞섰다. 국방부의 포클레인은 그날 오전 10시부터 대추리 황새울 영농단지 진입로에 들어와 농토를 작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냈다. 1m 아래로 땅을 파내자, 이내 거친 개흙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땅은 50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풍요로운 옥토가 아니었다. 주민들은 절박한 노동으로 갯벌을 막아 한 뼘씩 땅을 넓혀왔다. 주민들의 뚝은 서해의 거센 조수를 못 이기고 쉽게 허물어졌다. 땅이 안정된 것은 1970년대 아산만 방조제가 완성된 뒤다. 주민 홍민의(49)씨가 “이 땅이 어떤 땅인지 아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와 경찰들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평화활동가들은 “오는 미군 막아내고 올해도 농사짓자”고 외쳤고, 경찰은 “여러분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며 “멈추지 않으면 강제 연행하겠다”고 응수했다. 경찰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권활동가·학생·주민 40여 명을 연행한 뒤 인권활동가 박래군(44)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가수 정태춘씨 등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방부 “영농 차단계획 실행할 것”
나이든 주민들이 곳곳에서 쓰려졌다. 경찰의 폭력은 주민들의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폭력은 무차별했다. 이연자(65) 할머니는 이날 싸움에서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는 “허리가 부러졌다고 소리쳤는데 경찰이 비켜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쫓아와 “사람 죽는다”고 소리치자 다급해진 여경이 할머니를 업고 구급차로 옮겼다. 이은범(72) 할머니는 경찰들에게 떠밀려 논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쓰러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실신했다. 김월주(60) 할머니는 왼쪽 손목에 금이 갔고, 유승애(64) 할머니는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김태임(53)씨는 “여경들에게 깔린 채 머리를 밟혔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해 입원하지 못했다. 주민들의 완강한 저항에 밀린 경찰은 그날 오후 6시께 황새울을 떠났다. 주민들은 포클레인이 파낸 논을 다시 메우고 트랙터로 논을 갈았다. 송태경 팽성 대책위 기획부장은 “실질적인 논갈이는 이미 시작됐다”며 “4월에는 못자리를 내고 5월에는 모내기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부상 등 불상사를 우려해 일단 오늘 논갈이는 막지 않았다”면서 “국방부 소유의 땅에서 영농 행위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일정에 맞춰 영농 차단 계획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평택에는 풍요로운 봄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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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수밖에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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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효태(70) /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4-5
미군 들어와서 52년도에 철거됐으니께 나이 그저 열일곱이나 그렇게 된 거지. 그래 뭐 아무것도 아니지. 여기로 나와서 움막 치고 살고. 힘이 없으니께 조그맣게 이 뭐 변소간 같지 뭐. 그렇게 한 삼칸 살다가 그 후 이게 1989년돈가 지었어. 그 집에서 여태 산 거지.
그런데 이거 또 나가라니께 참 착잡하고.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어떻게 하겠어. 객지에 나갔다가도 인저 들어올 입장인데. 들어와야지. 노동력도 없고. 그런데 이 나이에 나가라니 어떻게 살 도리가 없지. 사람은 다 이렇게 모여 사는 거지. 지금 여기서는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고. 서로 그냥 네 것 내 것 없이 그렇게 옛날서부터 같이 살았으니께. 부러 딴 데 나가봐. 뭘 어떻게 살아. 그냥 가면 고만이지. 가면 고만이야. 갈 수도 없고. 나가는 시간에는 죽는 거지 뭐.
아 우리 뜻에 의하지 않고 저희 맘대로 하는 놈의 그거 동의할 수 없잖아. 응? 아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녀? 그냥 이렇게 그냥 버려도 되야? 참 너무하는 거여. 경우도 법도 없어. 아무리 국영사업이라고 하지만은 기냥 본인의 의사도 관계없이 국회 상임위 해서 그냥 통해가지고 저희끼리 하는 게 어딨어 세상에. 어느 나라 법이야 이게.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고 그냥. 참 기맥힐 노릇이야. 아 우리가 언제 준다 그랬어? 여기서 산다 그랬지.
강제수용? 그러면 뭐, 힘 있어 우리가? 그러나 최후의 일시까지는 할 수밖에 없어. 그냥 죽는걸. 죽을 수밖에 더 있어? 역사 페이지 아주 아주 지워지는데. 최후 발악까지 할 수밖에 없어. 깔아뭉개면 깔아뭉개는 거고 그냥 뭐. 그러는 거지 뭐. 당장 내가 죽는데 제기. 어떻게 할겨. 심하다고 하겠지만은. 아 뭐, 뭐 그래도 살게끔 대책을 해주고 뭘 해야지 그게. 그냥 힘으로 내누르면….
아 공청회도 먼저 해다 못했잖어. 저 평택대학교에서 거 맨 그 사람들만 갖다놓고. 주민들 모아놓고 공청회를 해야지 거. 뭐 경찰들하고 무슨 뭐 각 기관장들하고 공청회를 해여. 그런 놈의 법이 어딨어 세상에.
인터뷰 대추리 이주자 두시간, 푸른영상 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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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으로 논을 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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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현재 모금액 2940만10원</font>
전국의 농민들이 평택 황새울로 모여들었습니다. 주민들은 3월17일 ‘범국민 평화 논갈이’ 돌입을 선포했습니다. 그들은 국방부의 포클레인을 몰아내고, 올해도 농사짓기 위해 평택 285만 평의 땅을 갈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주신 성금 가운데 2500만원을 떼어 농민들의 평화 논갈이에 보탰습니다. 트랙터의 쟁기 밑에서 평택의 비옥한 논흙이 속살을 드러낼 때 왠지 모르게 눈물이 울컥 쏟아졌습니다.
주민들은 농민가를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우리 땅을 짓밟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두 푼 쌓일 때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봄이 왔습니다. 지난주 평택 황새울에는 포근한 봄비가 내렸습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김경희(5만원) 이영숙 한유미(2만원) 최재민 김태수 힘내세요!! 문설희(2만원) 최인순(10만원) 김연미 정안철(5만원) 박희웅(3만원) 박동호(10만원) 장우철(3만원) 안영은(2만원) 심상도(3만원) 이민하 이현화 꼭지켜내세요 평택땅지키기 화이삼! 황민규(3만원) 건승하십시오(5만원) 정경임(3만원) 신혜욕(4만원) 김미정(3만원) 임채용 김영숙(5만원) 김영권(3만원) 이상미(3만원) 정의국(5천원) 이재복(10만원) 전은희(3만원) 안종훈(1만5천원) 조순봉(3만원) 곽순근(3만원) 김길화(5만원) 힘내세요 이상민(10만원) 남선정(10만원) 홍성건(10만원) 이이숙(3만원) 김홍익김홍인(3만원) 유광열(3만원) 신근화(2만원) 정귀순 전동운(5만원) 조재원(10만원) 오수근현근(5만원) 김은미(5만원) 김은하(5만원) 조용균(5만원) 조태영(20만원) 추경미(5만원) 윤연모 이소희 김수진(2만원) 김영준 정연순(10만원) 고길섭(3만원) 홍세화(20만원) 최은하 탁은아(3만원) 평화네트워크(10만원) 최무영(10만원) 생명평화결사(27만원) 정준호 이경목(5만원) 이정미(5만원) 박경숙(5만원) 김포위원장(3만원) 여치헌(5만원) 이규철 안명숙(5만원) 유현미(5만원)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대의원대회 모금(13만8천원) 평택민주노동자회 회원들 모금(10만원) 노회찬 의원 초청강연회 참가자 모금(9만원) 김현경 이현구 진병섭(3만원) 김지림(2만원) 오봉희(2만원) 안수현 고영대(2만원) 닐스(3만원) 윤대기 전연옥 조세종(10만원) 성윤정(10만원) 김현정(10만원) 길쥬리아SR(5만원) 박선영(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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