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캠페인_ 대추리를 평화촌으로!]
내 땅에서 끝까지 농사짓겠다며 생존권 외치는 평택 주민들의 영농선포식
헌법소원 각하되고 국방부는 논에 경고장 세우며 시시각각 숨통 조여와
▣ 평택=두시간 대추리 이주자
광고
세상을 탓하여 무엇하랴
한 점 부끄럼 없는 이름 남겨놓고 가리라
짐 없는 민중들이여 북망산 가는 날에는
빈손으로 가는 것을
광고
무엇이 두려우랴 마음을 다스려야지
바라보고 있네 황소 네 마리 너희는
우리의 희망이도다
광고
피로 쓴 어느 농민의 시
평택시 도두2리 새마을지도자 한승철(51)씨는 지난 2월23일 541차 주민 촛불행사에서 ‘나의 운명’이라는 시를 두 번 연이어 읽었다. “이걸 내가 및 번을 수정했어요.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한씨는 지난밤을 꼬박 새웠다. 평소 한두 잔이면 얼굴이 달아오르던 술을 대여섯 잔 연달아 마시고 나서 새벽 1시에 선잠에서 깼다. 물을 한두 잔 마시고는 대여섯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30년 전 용담댐에 고향 마을이 수몰돼 도두리로 이사왔을 무렵의 기억이 또렷하다. 죽을 둥 살 둥 농사일에 매달리다 큰딸이 수로에 쓸려가는 것도 몰랐다. 그게 그의 운명이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뜬금없이 그의 아픈 기억 속을 후벼댔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당했다는 헌법소원에 헌법재판소가 2월23일 “기지 이전이 개인의 인격이나 운명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자식 대에는 고향 잃는 설움을 물리지 않겠다던 각오가 온갖 시련에 부딪혀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한국전쟁 통에 집과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옛 대추리에서 쫓겨난 대추리 주민 방효태(70)씨는 “결국 다시 한 번 강제철거를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개도 안 먹는 놈의 돈” 때문에 평생 등 두드리며 살아온 친구들을 등지고 떠난 이웃들을 생각하면, 국방부 농간에 얼마나 시달렸을까 싶으면서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옛 대추리에서 쫓겨난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자신의 언덕배기에 있는 허름한 집은 이제 드넓게 펼쳐진 들판으로 눈길을 안내하지 않는다. 함께 쫓겨나온 동네 친구였던 옆집 앞집 이웃이 50만원 더 챙기자고 으리으리한 2층짜리 자기 집에서 창틀이며 문짝, 보일러들을 죄 뜯어가는 바람에 흉가가 돼버려 더 이상 눈 둘 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기대도 없었다”던 주민들은 헌재의 결정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런 터에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주민들 숨통을 시시각각 죄어오고 있다. 며칠 전에는 대추리 황새울 뜰을 철조망으로 둘러칠 거라는 근거 있는 소문이 들려왔다. 국방부가 평택시, 경찰과 함께 대책회의까지 했고, 주민과 농기계가 논에 들어가지 못하게 감시할 초소도 여기저기 세운다고 했다.
또 몇 주 전에는 국방부, 토지공사, 측량업체 관계자들이 논 면적을 재고 갔다. 그들은 “농사짓지 말라”는 경고장도 논길에 붙였다. 다시 국유재산법이 등장하였다. 주민들은 그들의 땅을 갈아 모를 심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위기에 놓였다. 협의 매수에 응한 사람들의 집을 허물어버린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주민들은 치를 떨었다. 도대체 집이 뭐고 논이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은 당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고, 논은 당연히 농사짓는 곳이 아니었던가.
주민들은 본능처럼 농사 시작을 알렸다. 동네 어른들 걱정에 두 번이나 신경정신과 신세를 졌던 도두2리 이장 이상열(61)씨는 “논을 팔지 않은 사람이 논에 들어가도 위법이라고 오늘도 국방부에서 지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라고 2월24일 영농선포식에서 힘주어 말했다.
이날 농민들은 지난해 갈아놓은 보리밭에 비료도 주고 볍씨가 자랄 모판에 흙도 담았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에서 막내뻘인 김택균(44)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는 그게 주민들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생활이 목표가 되어버렸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벌떼들이 행진은 이어진다
이들에게 농사를 짓느냐 못 짓느냐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가 달린 싸움이다. 그것은 대추리 도두리 땅에 응축된 이곳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미군기지 확장이 주민들의 “개인적 선택에 직접적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선택권 운운은 난센스다.
임원들 대부분이 토박이 주민들인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는 주민들의 말을 모아 이렇게 응답했다. “팽성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은 산산이 부서졌고 개인의 선택권은 ‘개밥에 도토리’ 만한 취급도 받아본 적이 없다.”
주민들은 이제 “우리 운명은 우리가 개척한다”고 선포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 인생을 살겠다”며 주민등록증을 불살랐다. 그리고 정부가 아닌 새 이웃을 받아들이고 있다. 쌀 한 말, 이불 한 채 봇짐 지고 살러 오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황새울뜰, 도두리뜰 285만 평을 함께 농사짓자는 경쾌한 벌떼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 | ||||
![]() | 이게 정부인가, 내가 국민인가 |
말로는 국민이 주인이라면서 상의 한마디 없이 땅을 빼앗다니
송재국(69)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0-29
본인은 1973년 10월26일 이곳 대추리에 정착했습니다. 이곳 농토가 너무나 아름답고, 그 배고프던 시절 이곳이라면 어린 자식들의 배를 굶주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이곳을 택했습니다. 그때 대추리는 초등학교를 세우고 온 주민이 자녀 교육을 위해 협심해서 마차 등 경운기로 모래를 파다 학교 운동장을 다듬고 모든 부역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감정에 대해 말하라면 손이 떨리지요. 정치인들이 선거가 임박하면 이 나라 주인은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말하지요. 아픈 곳 치료해주고 가려운 곳 긁어주겠노라고 약속하지요. 지금 이곳 농민은 매일 피눈물 흘리고 가슴이 아린 고통을 느끼고 살고 있는데도 얼굴 내밀고 말 한마디 위로해주는 정부 당국자나 정치인 한 사람 없습니다. 이자들을 동물에 속한 말로 욕을 하고 싶지만 참습니다.
힘들게 일구고 가꾼 땅을 상의 한마디 없이 자기네들의 뜻대로 내놓으라고. 주인이라던 국민이 죽든 살든 모르겠다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사람인가요. 이런 정부 절대로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이런 정부가 오래가면 국민의 삶은 지옥이지요.
농민은 농토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자기가 가꾸는 농토는 사랑스럽고 단장을 잘해주고 싶지만 이제 보는 농토는 가슴만 아플 뿐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땅을 버리면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지 가슴이 무너집니다. 나는 내 땅이 주는 수입으로 어린 자식 4남매를 기르고 먹고살며 교육을 시켜왔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지금도 자식들에게 모든 채소며 식량을 나눠주면서 제법 부모 노릇을 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살아왔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우리는 힘들고 어렵지만 정든 이 땅에서 이웃과 오순도순 정담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정부는 이 순박한 농민의 뜻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소서.
* 인터뷰 두시간


![]() | ||||
![]() | 1천만원 고지가 보인다 |
2월24일 농민들이 영농선포식을 열었습니다. 보리밭에 비료도 주고 모판에 흙도 담았습니다. 국방부의 경고판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평택으로 몰려오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두 푼 쌓일 때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모금자 명단
박호순(3만원) 힘내세요 전북노동열사(5만원) 이종인 구윤상 이송준 허옥희 박영숙 박동진 신부(4만원) 이제필(2만원) 힘!!!!(3만원) 김혜선 이희경 이해숙 장진욱(5만원) 양경자 김은아 오경훈(10만원) 전윤선 민교협(10만원) 김동주 왕윤정 임용환 조정래 디온 석일웅(2만원) 변연식(2만원) 박순희(3만원) 신대운 김선실 김경자(5만원) 김익완 김혁민 박준영 오기백 정재돈 기차길옆작은(50만원) 이덕현(3만원) 강대성(7만원) 고홍석(10만원) 류태희(17만3670원) 이원준(10만원) 조미영(10만원) 최유선(2만원) 이길숙(5만원) 박세연(3만원) 김영호(2만원) 김혜자(3만원) 김세라(5만원) 길동무우리쌀 전희식 고병우 박노상(5만원) 대학생나눔문(3만원) 안은해(3만원) 고천심 등 56명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나경원의 ‘태세 전환’, 윤 파면되니 “이런 결과 예상”
헌재, 윤석열의 ‘적대 정치’ 질타…야당엔 관용과 자제 촉구
파면된 윤석열 사과도 승복도 없이…“국힘, 대선 꼭 승리하길”
‘탄핵 불복’ 이장우 대전시장, 윤석열 파면 뒤 “시민 보호 최선” 돌변
‘불소추특권’ 잃은 윤석열…형사 법정 여기저기 불려다닐 처지에
[결정문 분석] ‘5 대 3의 희망’ 정형식·김복형·조한창도, 파면에 이견 없었다
김동연 경기지사 “대한민국 파괴하려던 권력 국민 심판에 무너져”
[전문] ‘윤석열 파면’ 헌법재판소 결정문 ①
윤석열, 전직 대통령 예우 대부분 박탈…서초구 자택 아닌 다른 거처 고심
[속보] 중국, 미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보복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