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발이 건축발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원고료 쾌척 줄이어
9월27일 빈집 강제철거 위기감 속에 한-일 양국 시민들은 반대투쟁 예고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건축은 정치적이다. 땅의 활용과 건물의 구조와 배치는 역사에 대한 관점과 계급,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 건축가들은 공간의 정치적 의미에 주목한다.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이 모여 살던 함바집과 마을회관이 땅 소유자에 의해 강제철거되고 고급 주택가로 바뀌는 것은, 그래서 사유재산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정치의 문제다.
<한겨레21>부터 <조선일보>까지
발발이. ‘글발이 건축발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건축가, 건축과 교수, 건축평론가, 건설회사 직원 등 건축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글 쓰는 데도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2002년부터 매달 모임을 이어간다. 중견 건축가인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의 홈페이지에서 ‘엮인’ 사람들로, 김 대표의 팬클럽으로 이해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발발이에서 최근 우토로 모금 파도타기가 벌어졌다. 발발이의 간사를 맡고 있는 건축평론가 이용재(47)씨를 9월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2002년부터 돈과 권력에 부대끼는 건축가 생활을 접고, 택시 운전사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모금운동의 시작은 발발이의 대장 격인 김원 대표 덕택이었어요. 김원 선생님이 내가 <월간중앙>에 연재하고 있으니, 한번 우토로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7월호에 모금운동 참여를 호소하는 글을 썼죠. 그리고 원고료를 우토로 모금에 기부하겠다고 했죠.”
원고료 쾌척은 김개천 국민대 실내건축학과 교수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5월25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원고료를 내놓았다. 유대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옆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지었듯이, 도쿄 시내 한복판에 아시아인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념관을 짓자는 내용이었다.
이러니 김원 대표도 당연히 내놓아야 했다. 그도 <한겨레21> 제564호에 ‘우토로의 기억을 보존하자’라는 기고를 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우토로 땅을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보존하고, 그 옆에 작은 기념관을 짓자는 제안이었다.
우토로 모금은 9월3~4일 60여명이 참가한 발발이 건축기행에서 전체 회원들로 확대됐다. 건축기행 뒤풀이에서 김원 대표가 또 우토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엔 이용재씨가 총대를 멨다. 회원들로부터 돈을 모았다.
“발발이 기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짜 여행’이거든요. 공짜로 따라왔는데 싫다 할 수 있겠어요.
“마을 풍경 그대로 보존해야”
모금은 온라인으로 이어져 홈페이지에 하나둘씩 약정액이 올랐다. 1만원, 50만원 성금이 쌓였다. 이씨는 자신의 한달치 택시 월급 61만원을 보태고, 아내를 ‘강요’해 10만원까지 얹었다. 9월8일까지 276만원이 모였다.
건축 전문가가 보는 우토로의 공간적 의미는 어떨까? <한겨레21>의 요청으로 김원 대표가 우토로를 역사적 공간으로 길이 남기는 구상안을 보내왔다.(사진 참조) 마을 한 켠에 검은 비석 모양의 건물을 짓고 거대한 하얀 색 천을 늘어뜨린다. 검은 빌딩에는 조선인 강제징용 자료관, 연구소가 입주함으로써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검은 빌딩에는 하얀 천을 매단다. 보는 사람에 따라 살풀이춤 등을 연상할 수 있다. 하얀 천은 강제징용 조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의 ‘은막’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아래 하얀 지붕의 건물은 비석의 축대와 같은 형상으로 회의장소나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왼쪽 세 건물은 우토로 고령자들의 숙소다.
김원 대표는 “우토로 마을 풍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게 우선”이라며 “땅 매입 뒤 국제현상공모로 작은 기념관을 지었으면 하고, 이 그림은 정식 제안이 아닌 건축가의 자유로운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립국악당, 주한러시아대사관, 한강성당, 서울종합촬영소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영월댐 백지화 운동에 앞장서 동강을 살린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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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제작반 ‘뉴시’에서 특집기사 실은 뒤 교사·학생들 모금운동
서울 노원구 창동의 자운고등학교 가을 축제에 우토로 살리기 바람이 불었다.
전교생 826명에게 우토로 소식을 처음 알린 이들은 신문제작반 ‘뉴시’(NEWSY) 학생들. 지도교사인 김범묵(43)씨는 “<한겨레21>을 구독하다가 우토로를 처음 알게 됐다”며 “지난 8월에 실린 경기 성남 돌마고 지각생들의 모금에 자극받기도 했고, 우리도 학교 안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여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7월 말 김 교사는 수업 시간 틈틈이 학생들에게 우토로를 소개했고, 8월 말 개학 직후 뉴시 학생들은 가을 축제인 ‘자운제’ 때 발행할 신문에 우토로 특집 기사를 싣기로 했다. 총 8면의 신문 가운데 1면을 우토로 특집에 할애했고, 인터넷 신문(http://newsy.ivyro.net)도 제작했다. 학생 기자들이 여러 자료를 통해 우토로 실상을 취재한 뒤 모금운동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신문 1200부는 자운고 학생들은 물론 타 학교 학생들에게도 배부됐다.
뉴시의 우토로 알리기는 교사와 학생들의 모금 캠페인으로 번졌다. 도서반 학생들은 9월2~3일 열리는 축제 때 도서관에 카페를 열어 음료수와 빵을 팔고 수익금은 우토로 성금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해왔다. 만화반 학생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만화 캐릭터를 그려 한장당 200원에 팔고 모은 돈을 우토로에 전액 기부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십시일반 모금 행렬이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모인 금액이 35만590원.
“영화배우 김혜수씨도 참가하고 지난 광복절에는 텔레비전에도 방송돼서, 이제 많은 학생들이 우토로를 알게 됐어요. 자운고의 모금이 우토로 땅 매입에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자운고 교사와 학생들은 가을 축제 동안 일본 교토부 우지시의 우토로 51번지 주민들과 마음만은 함께 있었다. 인터넷 신문에는 ‘우토로 사람들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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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내신 성금이 우토로 주민의 강제퇴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푼두푼 쌓일 때마다 우토로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우토로를 살려주세요!
계좌이체: 하나은행 162-910006-81704 국민은행 006001-04-091586 예금주: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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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에 희망을!! 우토로대책회의와 함께할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http://cafe.daum.net/hope4ut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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