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프리유어북] 김용만 · 유재석의 책을 잡아라

등록 2004-04-08 00:00 수정 2020-05-03 04:23

[과 함께하는 ‘프리유어북’]

〈!느낌표〉 책캠페인에서 활약한 두 사람도 동참… 4월8일 서울 여의도공원과 혜화역에 방류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대한민국 독서 전도사’. 개그맨 김용만(37)·유재석(32)씨가 문화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1년2개월 동안 진행하며 얻은 별명이다. 지난해 가을엔 문화관광부가 독서문화캠페인을 벌이며 두 사람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셈이 됐다. 두 사람을 진행자로 발탁한 김영희 PD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책과 거리가 멀어 보여 맡겼다”고 했는데, 그 ‘거꾸로 전략’은 꼭 들어맞았다. 책이 지닌 근엄한 권위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책이라곤 도통 취미가 없던 많은 시청자들을 서가로 끌어모았으니 말이다.

“좋은 책 나눠읽는다”소박한 취지에 공감

‘책’ 하면 뒤통수가 근질근질해지는 이들에게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보여준 김용만·유재석씨가 최근 ‘프리유어북 운동’에 동참했다. ‘책책책…’이 거리의 행인을 붙잡고 벌이는 ‘북토크쇼’였다면, ‘프리유어북’은 책을 매개로 미지의 사람들과 벌이는 숨바꼭질이다. ‘책책책…’이 수익금으로 순천·제천 등 전국에 ‘기적의 도서관’ 9곳을 건립하고 있다면, 공공장소에 책을 풀어놓는 ‘프리유어북’은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동 도서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책책…’과 ‘프리유어북’의 닮은 점은 책으로 벌이는 신나는 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책책책…’의 길잡이 김용만·유재석씨가 ‘프리유어북’에 가담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먼저, 김용만씨가 내놓은 책은 침팬지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제인 구달이 쓴 (박순영 옮김, 궁리 펴냄). 3월26일 문화방송 (일밤) 녹화를 하던 그는 무대세트를 바꾸는 동안 잠깐 짬을 내 책을 전해줬다. “〈!느낌표〉를 진행하려면 책을 반나절 만에 읽어야 해요. 빨리 읽으면 그만큼 빨리 날아가는 것 같아요. 나중엔 거의 기억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만큼은 기억에 오래오래 남았어요.”

꼭지 중 하나인 ‘대단한 도전’에서 경찰에게 합기도를 배우느라 제복 차림 그대로 나타난 그는 기합을 지르느라 목도 약간 잠겨 있었다. 하지만 에 대해 말하는 눈빛은 진지했다. 그는 침팬지와 ‘함께’(말 그대로 ‘함께’) 평생을 살아온 동물학자의 일생에서 인간과 동물의 끈끈한 유대,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했다. “프리유어북 운동에 동참하게 된 건, 좋은 책을 나눠 읽는다는 소박한 취지에 소박한 마음으로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느낌표〉를 진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를 독서문화운동가 같은 걸로 오해하시면 쑥스럽죠.”

그는 〈!느낌표〉는 본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느낌표〉가 선정한 책이 자동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다보니 〈!느낌표〉가 문화권력처럼 돼버렸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책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데 그처럼 확실히 도움되는 프로그램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자부심을 느끼죠. 프리유어북도 사람들이 공짜로 책을 본다는 의미를 넘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일 김용만씨는, 여의도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은 여의도공원이 아니겠냐며 를 그곳에 놓아달라고 부탁하곤 헐레벌떡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나흘 뒤인 3월30일 유재석씨를 만났다. 그 또한 한국방송 촬영장에서 잠시 빠져나오느라 이름표까지 달린 교복을 입은 채였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메뚜기’라는 별명이 적절해 보였었는데, 막상 대면하고 보니 얼굴선이 의외로 ‘담백’하다. 숨가쁘게 달려온 그의 손에는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중앙M&B 펴냄)이 들려 있었다. “의 지은이가 쓴 책이에요. 읽기 쉬우면서도 행복과 성공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지요.” 과 마찬가지로 짤막한 우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현재에서 살고, 과거에서 배우며, 미래를 계획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전하며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밝힌다.

와 찾아보세요

“〈!느낌표〉를 진행할 때는 ‘난 왜 옛날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 후회하면서 방송 때문에 많은 책들을 날림으로 읽었지요. 하지만 정작 스스로 책을 읽으려고 하면 무엇을 집어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는 “프리유어북은 이미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좋은 느낌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책을 소개받는다면 참 기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에 풀어주고 싶어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어딘가에 놓아주세요.”

김용만·유재석씨가 내놓은 와 은 504호가 발매되는 때에 맞춰 4월8일 각각 여의도공원과 혜화역에 방류된다. 혹 ‘프리유어북’의 사연을 모르는 이라면 ‘이것이 진짜 김용만이냐, 진짜 유재석이냐’ 하며 반신반의할지도 모르겠다. 책들이 과연 사라지지 않고 모두의 ‘선물’이 되어 여행을 계속할 것인지. 행여 그날 그곳을 지나칠 많은 분들, 스타의 친필 때문에 ‘소장’하고 싶다는 유혹에 무릎을 꿇지 마시길. 두권의 책이 계속 살아남는다면, 이는 프리유어북 운동에 ‘희망의 이유’를 한 가지 더 보태게 될 것이다.

‘프리유어북’에 동참하려면

당신의 책을 방생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인터넷 사이트(www.freeyourbook.com)를 방문합시다.

1. 회원으로 가입한다.
2.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골라 사이트에 등록한다. 책의 기본정보(책이름·저자·ISBN 번호 등)를 입력하면서 책에 얽힌 사연이나 독후감도 올리면 금상첨화. 등록을 마치면 자동으로 고유번호(FYB NO.)를 받게 된다. 이 번호는 책의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다.
3. 사이트가 제공하는 라벨을 다운받아 이를 프린트한 뒤 책의 속표지에 붙인다.
4. 책 놓을 장소를 정했다면 고유번호와 함께 누가, 언제, 어디에 책을 놓아두는지를 라벨에 적는다.
5. 책을 놓고 돌아온 뒤 그 날짜와 장소를 사이트에 입력한다.
6. 어떤 책들이 여행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는 ‘북헌팅’을 꾹 누를 것. 이곳엔 새 주인을 찾아 여행하고 있는 책들의 정보를 지역별로 제공한다. 지도상에서 특정 지역을 클릭하면 그 지역에서 등록된 책들과 여행하고 있는 책들의 정보를 볼 수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