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등학교 때는 아니더라도 유치원 때는 가끔 ‘아이스케키’를 당했던 수치스러운(ㅋ) 기억이 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스케키랑 치마를 걷어올리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어서 ‘아이스케키~’ 하면서 놀았는지 궁금해지네요.(pinocchio)
A. 이 놀이의 본질부터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치맛속을 들추기 위함인가, 아이스케키를 찾기 위함인가. 후자라면 질문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목마른 자 우물도 파듯, 아이스케키에 굶주린 자는 냉장고도, 어머니의 찬장도, 하물며 누군가의 치맛속도 뒤지고자 할 수 있겠습니다.
그때 외침은 꼭 “아이스케키~”일 테지요. 알다시피 아이스케키는 아이스케이크(Ice Cake)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먼저 두 가지 근거가 돋을새김됩니다. 정작 냉장고를 열 때도 우린 ‘아이스케키’를 외치지 않습니다. 습성에 어긋납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치마를 들추고 아이스케키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아이스케키!” 외칩니다. 한탄이 아닌 이상, 일의 선후가 어긋납니다. 놀이의 본질을 전자로 보는 까닭입니다. 한마디로, 어떤 이유에선가, 때론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본능으로, 남의 치마를 까뒤집고, 아이스케키를 찾고 있다는 양 ‘뼁끼’(paint·속임수) 치는, 팬티 보여 욕보이기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질문은 재해석됩니다. 왜 하필 ‘아이스케키 찾는 척’이냐는 것이겠지요. 오래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칡뿌리도, 흰쌀밥도, 새우깡도 아닌, 왜 아이스케키냐는 것입니다.
일단 세계인 모두가 아이스케키로 훔쳐보기 욕구를 위장하진 않습니다. 포털에서 검색한, 서양의 몰래카메라 영상에서 한 남성이 이 여자 저 여자의 치마를 마구 들춥니다. 들추기 전도, 들춘 뒤도 남자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이라 외치지 않습니다. 욕보인 여성들만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남성을 때리고, 어이없다는 듯 웃기도 합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추임새인데, 유래는 설로만 분분합니다. 치마를 들춰 시원하니 아이스케키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농지거리가 가장 흔한 설입니다. 일본에서 막대기로 치마를 들추며 사실상 성추행하던 변태적 놀이가 전래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아이스케키’가 호명되진 않는 듯합니다.
정체불명인데다 왜색이라 하여, 다른 말로 굳이 순화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새 낱말이 입에 배고 겨우나마 통용되려면, 다시 치마 들추기가 유행해야 하니까요.
‘아이스케키’란 추임새가 쉽게 굳어진 이유를 은 이렇게 봅니다. “난 동심 가득한 소년이다. 널 성추행할 뜻이 없다. 그러니 나의 안전을 담보해달라. 아이스케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시도하는 성추행일 가능성을 자인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때 소년은 정말 짓궂은 동심으로 소녀의 치마를 들췄던 것일까요? 으흐흐흣.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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