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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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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긴개긴 포퓰리즘, ‘묻지마’ 장동혁 단식과 ‘자기모순’ 검찰개혁론

주류에서 밀려나 ‘극우 포퓰리즘’ 폭주하는 국힘… 집권하고도 ‘검찰 피해 의식’ 못 벗어난 민주당
등록 2026-01-22 21:42 수정 2026-01-23 08:56
‘쌍특검’(김병기·통일교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며 7일째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단식농성장에 누워 있다. 공동취재사진

‘쌍특검’(김병기·통일교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며 7일째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단식농성장에 누워 있다. 공동취재사진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을 묘사하기에 ‘포퓰리즘’이란 용어보다 적절한 것은 없는 듯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용어에 대해 워낙 많은 남용이 있기에 우선 개념 정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 포퓰리즘을 정의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는 카스 무데와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이다. 이들은 포퓰리즘을 ‘사회가 본질적으로 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적대적 집단으로 나뉜다고 보고 정치가 대중의 일반의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념’으로 정의했다. 또한 이들은 포퓰리즘을 ‘중심이 얇은 이념’(thin-centred ideology)으로 보는데, 포퓰리즘이 그 자신만으로는 완결적 세계관을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다른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동원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부패한 엘리트’ 대 ‘순수한 민중’ 프레임

 

포퓰리즘의 이런 특성은 오늘날 현실 정치에서는 ‘엘리트’와 ‘대중’을 각 정치세력이 제각기 정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정치 문법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든 탄압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경향은 심지어 정권을 잡은 다음에도 유지된다. 지도자가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실패에 대해 ‘기득권에 가로막힌 개혁’ 등의 수사를 동원하는 것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에서도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장동혁 대표의 단식 명분은 ‘쌍특검’(김병기·통일교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 국민의힘의 ‘쌍특검’ 공세는 여당의 ‘3특검’과 그 뒤를 이은 ‘2차 종합 특검’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쌍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특검의 선택적 적용이며, 이는 곧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특검이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했음을 드러낸다는 게 이전까지 보수 진영이 주장해온 논리다. 이들의 주장은 같은 방향으로 질주해 ‘수사기관과 법원을 장악해 야당을 탄압하는 이재명 정권은 독재’라는 데까지 나아간다.

단식은 보통 자기희생적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장동혁 대표의 ‘퍼포먼스’를 보면 이 맥락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농성장에 장미꽃을 놓고 “내가 먼저 쓰러지면 안 된다” “꺾을수록 더 강해지자” 등의 손글씨를 써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점이 그렇다. 아마도 분명한 의료적 필요로 착용했을 산소발생기 역시 의도했든 아니든 이런 이미지를 강화한다. 또한 장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특검은 거부할 수 있어도 민심은 거부할 수 없다” “나는 여기서 묻히고, 민주당은 민심에 묻힐 것”이라고 썼다. 이렇게 ‘부패한 기득권인 이재명 정권’ 대 ‘자기희생을 통해 민중을 대변하는 국민의힘’이란 도식이 완성된다.

반중·반북·반공에 코드 맞춘 극우 대중 동원 메커니즘

 

물론 여의도식 계산법은 따로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국면은 국민의힘이 완고한 ‘윤 어게인’ 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이러면 지방선거 완패 우려가 커지고 당 내외의 비판도 강해진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을 대변해야 하는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한 전 대표를 제명하더라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등 지방선거 승리 해법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 점에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부터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지지 방문을 이끌어낸 것은 앞서 포퓰리즘 정치 문법으로 이뤄낸 성과다. 심지어 단식을 끝낸 계기가 된 것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방문이었다. 한사코 지지 방문을 거부한 한 전 대표는 고립됐다. 제명의 부담도 일단은 줄었다.

흥미로운 대목이지만, 본질적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장동혁 대표의 포퓰리즘이 ‘순수한 민중’으로 호출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그간 장동혁 지도부는 반중·반북·반공 코드에 맞춘 노골적 정치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장 대표의 지지자들은 ‘순수한 민중’을 자처하며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불순한 ‘친중·친북·좌파’ 및 이들과 타협하는 기회주의자를 색출해 반대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극우 유튜브 운영자 고성국씨가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이란 주장을 펴는 것은 이런 맥락에 있다. 이들의 반대는 단지 정치적 이견을 표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 자체를 주권자와 국민의 범주에서 제거하려는 정치적 욕망의 발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극우적이다. 즉, 장 대표의 포퓰리즘은 극우 정치의 조직 동원 논리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극우 포퓰리즘’ 형태를 띤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방식의 정치는 이미 보수 진영 전반에 만연해 있다. 보수 극우 포퓰리즘 의존이 심화하는 현실은, 이들이 한국 정치에서 주류적 위치를 상실했음을 드러낸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이들의 특성이 된 비주류성은 이렇게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것도 검찰 닮고 저것도 검찰 닮았다?

 

한편, 반대쪽에도 포퓰리즘적 정치 행태가 지속적으로 부각되는데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공소청법은 ‘제2의 검찰청’ ‘특수부의 외청화’ 등의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런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점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들여다보면, 검찰 기득권을 지키거나 확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검찰개혁론자들의 주장을 현실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반발하는 이들의 논리는 정부안의 내용이 이러저러한 점에서 이전의 검찰을 닮았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러나 중수청에서 ‘제2의 검사’가 되리라는 오해를 받는 수사사법관은 법률적 전문성을 전제할 뿐 본질적으로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진다. 영장청구권도 없고 징계를 통한 파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분보장도 검사만큼 되지 않는다.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구조가 검사-수사관의 관계를 재현하리라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정부안을 보면 전문수사관도 15년 이상의 경력과 승진시험만으로 수사사법관이 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심지어 시험은 경우에 따라 면제될 수도 있다. 수사 대상에 따라 전문수사관도 팀장 등을 맡아 수사사법관을 지휘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 개시를 통보받고 입건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수사지휘의 부활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수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입건 ‘요청’이 기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 외 ‘이것도 검찰을 닮고 저것도 검찰을 닮았으므로 검찰 기득권 유지’라는 주장이 난무하지만, 사실상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식에 가깝다.

이 모든 논란은 중수청의 수사사법관이 검사 출신을 유치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정부 설명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중수청에 검사 출신이 와서 수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검찰개혁론자들로부터 왔다. 문재인 정권 시기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를 최종 목표로 하되 6대 중요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만 남겨놓고 검찰의 직접수사를 금지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했으나, 이 구상이 장기적으로 안착됐다면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 담론의 대부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실현됐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박근혜-이명박-조국 수사를 정치로 직행하는 발판으로 삼고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검수완박’론에 힘이 실렸다. 현재의 검찰개혁 담론은 사실상 ‘검수완박’론이다.

검찰개혁론자의 주장이 이젠 ‘검찰주의’로 비판받아

 

그런데 ‘검수완박’을 실제 구현할 경우 원래 검찰이 하던 수사는 누가 맡도록 할 것인가? 검수완박론자들은 중수청을 두어 수사하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중수청도 인력난 등 문제로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검수완박론자들의 답은 검사들의 옷을 벗겨 중수청으로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2025년까지도 김용민 의원 등 여당의 강경한 검찰개혁론자들은 이 방안을 언급했다. ‘검사 출신 등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나 결국 사법경찰관인 수사사법관’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런 주장의 실현이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 안을 ‘수사는 검사가 잘한다는 편견’ ‘검찰 우위의 사고방식’이라고 평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9대 범죄’로 된 점을 문제 삼는 주장도 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안의 ‘9대 범죄’는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발의한 중수청 설치법의 8대 범죄(앞서 6대 범죄에 마약과 내란·외환을 포함)에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범죄를 추가한 것이다. 강경한 검찰개혁론자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은 왜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더 늘렸을까? 중수청의 권한이 커져야 검찰 수사권 박탈의 정당성이 생긴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체가 검사가 아니라면, 수사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없다는 인식이다.

중수청이 사건 이첩 권한을 갖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심지어 사건 이첩에서 최우선권을 갖는 것은 공수처다. 공수처 설치 초기 때도 같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때 검찰개혁론자들은 대체로 공수처가 우선권을 갖는 것에 찬성했다. 심지어 검찰개혁 담론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인 공수처의 검사는 이름도 검사고 특정 대상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한다. 즉, 현재의 반발을 제도에 반영하려면 그간 검찰개혁론자들이 주장해온 바의 상당분을 뒤집어야 한다.

결국 이 논란은 제도의 합리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포퓰리즘의 기본 논리에서 ‘부패한 기득권’에 검사 집단을 넣고 ‘순수한 민중’에 검찰개혁 지지자를 넣은 뒤 나머지를 ‘친검세력’이니 하며 공격하는 정치적 동원 메커니즘, 즉 ‘검찰개혁-포퓰리즘’이 자기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탄압받는 비주류’ 대 ‘명실상부 주류’ 사이 갈림길

 

물론 포퓰리즘은 죄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무책임한 비주류성을 상징할 뿐이다. 주류로서의 통치를 천명한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담론 지형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당은 정권을 잡고서도 검찰로부터 탄압받는 비주류를 자처하는 길로 갈까, 아니면 명실상부한 주류로서 통치를 책임지는 길로 갈까? 결론이 어떻든 중대한 갈림길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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