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5년 7월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을 쓰는 시점, 인사청문회는 한창 진행 중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는데, 인사청문회를 보면 이재명 정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대략 눈에 보인다.
지금까지 가장 잘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인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방향에 대해서야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남북관계 개선 방향과 앞으로 통일부 역할에 대한 자기 철학은 잘 정리된 듯 보였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이에 따른 북한의 전략 변화 등에 발맞춘 우리의 대북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은 알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공격수’ 역할인 국민의힘이 분발해야 했다. 최신 논의를 반영해 질의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북한은 주적인가’ 같은, 잊을 만하면 꺼내는 사상검증용 질문에 목맬 때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북한은 주적인가’란 질문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까지 집착적으로 던지며 색깔론 공세에 몰두했다. 스스로 혁신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일까? 안타까운 대목이다.
가장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보인 인사는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이진숙 후보자는 크게 나눠도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첫째는 논문 표절 및 이와 연관된 의혹, 둘째는 자녀 미국 유학 관련 의혹, 셋째는 대학 총장으로서 리더십 관련 문제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관련 의혹에 대해 ‘이공계의 경우 기준이 다르다’ ‘카피킬러(표절 검사 프로그램)를 항상 신뢰할 수는 없다’ ‘총장이 될 때 이미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자녀 유학 문제에 대해선 딸이 유학을 원해서 지원했지만 불법 소지가 있는 줄 몰랐다며 사과했고, 대학 총장 시절의 논란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문제 제기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체로 부실한 해명이었다.
신상 및 도덕성 관련 부분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면 능력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아니면 정책적 비전을 증명해야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 대한 이진숙 후보자의 답변은 차라리 신상 검증에 답하는 게 더 충실해 보일 지경이었다. 교육 비전은커녕 장관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모르는 듯했다. 이러면 여당 입장은 아주 곤란해진다. 흠이 있지만 능력은 괜찮다든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책적 비전을 갖춘 인물이므로 일할 기회를 줘봐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그 어떤 지지 논리도 만들기 어렵다. 방어는 불가능하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25년 7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후보자와 함께 언론이 방어하기 어려운 양대 후보자로 주시한 것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다. 강 후보자는 현역 의원으로서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그는 인사청문회 직전까지만 해도 의혹 내용을 부인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한 당사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태도를 바꿔 상처받은 보좌진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히는 등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것인지 아닌지 모호한 답변을 계속한데다 당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고려한 바 없다고 한 발언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문회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그런 점에서 역시 의혹이 제대로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문회 직후 언론에 인용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멘트를 보면 강선우 후보자가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언급이 많았다. 사과하는 등 몸을 낮춘 태도를 평가한 것이다. 이런 태도에는 물론 ‘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는 식의 안이함이 반영된 면이 있겠지만, 현직 의원의 낙마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정서도 작용했을 것이다. 낙마시키면 다시 볼 일 없는 비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와는 다른 거다. 그러나 보좌진의 분위기는 달랐던 것 같다. 이들의 눈으로 볼 때 강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고수했다. 여성가족부와 주요한 관계를 맺는 여성단체들도 부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나서야 여당은 분위기를 파악했다.
국회의원이 자기 비서를 대하는 태도는 약자의 처지에 놓인 존재를 대하는 그것과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는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놓는 정책을 고민하는 부처다. 특히 이재명 정권에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자기 비서에게 갑질하는 인사가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인사가 검증 차원을 넘어 정권의 정책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지식도 철학도 부족한 인사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이 교육정책에 관심이 없기 때문 아닌가? 공감이 없는, 비서에게 갑질하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어떻게 가능했나? 정권이 예를 들면 젠더 이슈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 아닌가? 이진숙·강선우 후보자 논란은 이제 이런 식의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 문제인 점은 이재명 정권은 이런 지적에 답할 말이 실제 궁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다. 출구전략을 잘 마련하고 제대로 된 수습책을 쓴다면 단기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버텨내고 장기적으로 상황을 바꿔낼 수 있다. 첫째, 갑질 문제는 당사자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보좌진 전반의 처우 개선이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여당이 나서야 한다. 둘째, 장관 인사는 해당 부처를 분명한 철학을 갖고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 셋째,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부처의 업무에 대해서는 애초의 기대를 한참 상회하는, 정책적으로 적합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중도보수를 지향한다고 했다. 개혁 일변도의 통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전망을 갖지 않는 것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젠더 및 교육 정책에서의 전망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삼아보라.
전망은 있으나 그 방향이 우려되는 장관 후보자도 있었다. 마치 청문회를 기다렸다는 듯 핵발전소 추가 건설 가능성을 언급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윤석열 정권이 만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용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현실적이지 않은 대목을 포함한 윤석열 정권의 에너지정책을 계승할 필요는 없다. 국민은 현재 핵발전 수준을 유지하는 거로 알고 이재명 대통령을 뽑았다. 재고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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