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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전원 초선’ 불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분… 그래서 총선은

“다 먹어줘야 된다” 녹취록대로 ‘국힘 접수’ 성공한 윤석열, 공천 학살 통한 ‘당 장악 시즌2’ 이어질 수 있어
등록 2023-09-16 11:18 수정 2023-09-18 10:06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1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회의에 들어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1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회의에 들어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내가) 국힘을 접수해서,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
“이놈 ××들 가서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국민의힘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들어가서 다 먹어주는 것.”

<시민언론 더탐사>가 2023년 9월5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자의 통화 음성 내용은 당시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얄팍한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당을 ‘정권교체의 도구’로만 바라보던 정치 신인이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해 단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놀랍거니와 ‘당 접수’ 목표를 집권 초반에 거의 완벽하게 실행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9월11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모든 내용들이 저 녹취 내용대로 다 전개됐다”며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자인가 하는 의심밖에 남지 않는다. 진짜 소름 끼친다”고 표현했다.

‘검찰 스타일’의 무서운 추진력

윤 대통령이 “3개월짜리”라고 호언장담하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실제로 윤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인 2022년 가을 당에서 쫓겨났다. 대선 승리에 더해 지방선거까지 압승으로 이끈 당대표를 선거가 끝난 직후 당에서 축출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형식적으로는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에 따른 것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결국 이 전 대표의 축출은 대통령의 뜻이었음이 드러난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온 과정을 보면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상당히 다른, ‘검찰 스타일’의 무서운 추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친윤(친윤석열)으로 구성된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움직여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적인 유승민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아섰다.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단 린치’로 전당대회 출마를 주저앉혔다. 그 결과 2023년 3월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유일한 친윤 후보’이던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선되면서 윤 대통령은 드디어 당을 ‘먹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꼭 1년 만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후 주요 당직에 친윤 인사를 기용하면서 국민의힘을 ‘용산바라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현 체제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깃발을 높이 쳐들면 이를 향해 우르르 돌진하는 행태를 지속했다. 친일 딱지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강조하거나,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사태에 ‘사형’까지 언급하며 비이성적으로 목청을 높이는 것이 대표 사례다. 반면 여당을 노골적으로 폄하한 대통령의 녹음 파일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입만 열면 선당후사를 얘기하는 분들이 정작 대통령이 당을 굉장히 낮게 평가하는 대화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안 한다는 게 참 이상한 상황”이라면서 “공천 때문에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는 기조가 하루이틀 (이어져온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23년 8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23년 8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총선은 중간평가, ‘선거 국면’ 주도하겠다는 생각

1차로 당 장악을 마친 윤 대통령의 다음 시선은 2024년 4월 총선을 향하고 있다. 그는 여당의 공천권을 거머쥔 채 자기 얼굴을 간판으로 내걸고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윤핵관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직에 앉혔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 진짜 일 잘하고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친윤은 (당내에) 몇 명 안 된다. 나머지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대통령도 안다”며 “이 때문에 대통령은 공천 때 웬만하면 바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전원 초선’도 불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분”이라고 말했다. 공천 학살을 통한 ‘당 장악 시즌2’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를 따르시오’ 하면서 선거 국면을 주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그건 대통령한테도 득이 안 되고 당도 마찬가지다. 중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윤 대통령 마음 같아서는 ‘(당을) 갈아엎어볼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총선이 이겨지느냐”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쥐고 흔들더라도 막상 총선이 닥쳤을 때 선거운동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간판 자체를 걸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간판으로 해서 선거를 치르기에는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낮다. 40~45%를 왔다갔다 해야 그 전략이 유효할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에 그 전략이 수도권 무당층에는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30%대 지지율을 유지하더라도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윤 대통령이 또 다른 돌발 리스크를 만들어 지지율이 폭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9월13일 개각을 단행하며 논란의 인물들을 장관에 지명한 것도 지지율을 출렁이게 할 수 있다. 이미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을 했던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을 신임 문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구한말(구태, 한심, 막말)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중대장 시절 ‘부대원 사망 원인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공천받을 때까지는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지만 (그 뒤에는)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게 아니다’ 싶으면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악력 강해질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도 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권력 누수)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선거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당 물갈이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운명이 당을 장악한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

송채경화 영상센터 영상취재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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