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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 윤석열, 거친 갈등과 불안하게 지켜보는 당원

국민의힘 대표와 1위 대선 예비후보의 갈등으로 야권의 불확실성 점점 커져
등록 2021-08-21 11:25 수정 2021-08-22 01:4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021년 7월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근처로 ‘치맥 회동’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021년 7월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근처로 ‘치맥 회동’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예비후보(후보), 이른바 ‘투 스톤’의 갈등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선 버스 탑승론, 입당 시기 갈등, 이 대표-윤 후보 녹취록 공방, 토론회 무산, 이 대표-원희룡 후보 ‘윤 후보 정리’ 논란…. 투 스톤 대치가 이 대표 체제 출범 뒤부터 두 달 넘게 야당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권교체 희망을 키우던 야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참견자 이준석과 현실주의자 윤석열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수락연설문 일부다.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를 패러디한 이 글에선 권력 의지보다 희망과 기대가 묻어난다. 다분히 낭만적이고 이상적이다. 이 대표는 10여 년간 보수 정당 지도부 일원, 시사평론으로 정치를 경험했다. 적잖은 시간이지만 책임자보다는 참견자에 가까웠다. 당대표 같은 리더의 역할은 사실상 처음이다.

윤석열 후보는 냉혹한 싸움꾼이다. 윤 후보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그리고 다수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했다. 홍준표 후보가 지적했듯이 수천 명을 소환 조사하고 900여 명을 기소했다. 검찰총장 땐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까지 이끌어냈다. 여권의 퇴진 압박에 버티던 윤 후보는 대선 1년을 앞두고 2021년 3월 전격 사퇴했다. 윤 후보는 그 뒤 5개월째 보수 야권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대표는 8월8일 밤 휴가차 경북 안동을 찾았다. 이 대표는 시민들과 함께한 토크콘서트에서 2012년 제18대 대선과 2022년 대선 지형을 비교하며 야권 위기론을 제기했다. 지금 선거를 치른다면 5%포인트 차로 패배할 것이라며 20~30대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젊은 세대는 누구 뒤에 숨거나 전언정치를 싫어한다”며 윤 후보를 은근히 겨냥하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지난 17일 이준석 대표가 자신에게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는 내용의 전화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본선 경쟁력 의문에서 비롯된 불신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가운데 윤 후보는 플랜A다. 전 감사원장인 최재형 후보가 플랜B로 거론됐다. 윤 후보는 가족 비리 의혹, 연이은 말실수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최 후보도 윤 후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홍준표 후보에게 야권 2위를 내주기도 했다. 보수 야권에서 플랜A와 플랜B가 모두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윤 후보 불신은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로선 플랜C를 고려할 법도 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유승민 후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대표가 유 후보계로 분류되는데다 2021년 3월 한 유튜브에서 ‘유 후보 대통령’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 당선 이후 ‘유 후보 지원’ 언급이 거의 없었고 ‘5%포인트 차 패배’ 전망엔 현재 거론되는 모든 당내 후보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에게 유력한 플랜C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오 시장과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이 대표는 뉴미디어 본부장을 맡아 유세단을 총괄했다. 이 대표 기획으로 알려진 ‘2030 시민유세단’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20~30대의 분노를 결집해 압도적인 승리에 기여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출마선언문에서 이런 사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뤘다. 이 대표에게 ‘오 시장=20~30대=대선 승리’ 공식이 각인됐다고 볼 수 있다.

윤 후보도 승부사 기질로 이 대표에게 맞서고 있다. 윤 후보는 7월30일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도 없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윤 후보의 입당은 며칠 전 이 대표와 8월2일 디데이(D-day) 합의를 깨고 군사작전처럼 이뤄졌다. 컨벤션효과(전당대회 같은 정치 이벤트를 연 직후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윤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최재형 후보의 8월4일 출마 선언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플랜B의 시련을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대선 6개월 전 1위가 최종 후보로

2000년대 이후 대선 6개월 전 주요 정당의 지지율 1위 후보가 대부분 최종 후보를 꿰찼다. 지지율 하위 후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인용하지만 그도 이미 대선 9개월 전에 역전했다. 과거 사례로 보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세훈 시장이 대선 후보로 소환되기도 어렵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중간에 사퇴한 바 있고 코로나19, 부동산 같은 현안에 짓눌려 있다. 설사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쌓여만 가는 이 대표-윤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도 큰 문제다.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 연관어 분석에 따르면 윤 후보는 말실수와 가족 비리로 채워져 있다. 미래, 비전 연관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비젠더’가 다수를 이룬다. 20∼30대 남자에겐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여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은 정권심판 정서 못지않게 국정 능력도 중요하다.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힘겨루기 속에 대선 시계는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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