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은 정치 분야의 창업 기업이다. 지금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현재 당이 마주한 상황을 ‘죽음의 계곡’에 비유했다. 지난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은 자강파와 새누리당과의 통합파로 나뉘어 분열 위기에 처한 상태다. 당 대선 후보였던 유 의원은 11월1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은 공공연히 전당대회 전 탈당을 외치고 있다. 유 의원은 10월12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의 위기는 건전한 보수정치 시도의 위기”라며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지더라도 계속 개혁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며 게릴라전을 펼칠 각오”라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건전한 보수정치 시도의 위기”</font></font>11월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했다. 대선 이후 넉 달여 만에 다시 전면에 나선 이유는.대선 패배의 큰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 대선 뒤 백의종군 선언을 했다. 재충전하고 싶었다. 당도 젊은 지도부가 나서 새로운 보수정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혜훈 전 대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물러나고 당내 일부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이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라고 생각했다. 바른정당의 위기는 건전한 보수의 정치를 하겠다는 시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려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당헌·당규가 정한 대로 당대표에 출마하기로 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했는데.창업한 기업들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여러 자금 사정, 시장 상황 탓에 어려운 시기가 온다. 그걸 경제 쪽에선 ‘죽음의 계곡’이라고 한다. 이 시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창업이 성공한다. 바른정당은 1월 창당 당시 깨끗하고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려면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수 소멸 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하나의 요인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보수세력이 책임감 있게 보수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실패했다.
유 의원의 출마가 자강파와 통합파로 나뉜 당내 분열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내가 일부러 ‘자강’이라는 용어를 쓴 적은 없다. 정당이 지지를 받으려고 강해지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통합’이라는 말 자체에 반대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대선 뒤 갈수록 극우화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거꾸로 간다. 바른정당은 중도개혁 보수당이다. 명분 있고 통 크게 통합하는 데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유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혁신의 전부인 양 외치지 않고, 바른정당이 지향하는 길로 변한다면 통합을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도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지만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을 뺀 나머지 정당들인 바른정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안에서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모여 하는 통합은 당장 지금이든 1∼2년 뒤든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려는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당되면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고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통합해야 한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 박 전 대통령 출당 정도가 국민이 바라는 변화요, 희망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는 의석수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나름의 기준에 따른 입법, 예산권과 정치적 메시지로 견제하면 되는 것이다. 합해서 과반이면 몰라도 현재 자유한국당의 107석에 몇 석이 더해진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같이 낡고 부패한 보수가 아닌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이고 좋은 후보를 내면 선거에서 진다고 할 수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이라는 맞수를 정치 공작으로 궤멸시키려 한다. 국민의 명령은 보수가 제대로 바뀌라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 요구에 응할 생각을 해야지 숫자만 합치려는 게 무슨 변화인가. 바른정당이 없어지면 건전한 보수정치를 바라는 많은 국민의 희망의 싹도 없어지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우리 스스로 하려는지 깊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보수의 방향 등 김무성 의원과 생각차 크다” </font></font>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 의원들이 전당대회 전에 탈당하겠다고 언급한다. 교섭단체(원내 20석)가 무너지면 당 영향력도 현저히 감소할 텐데.통합파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해왔고, 지금도 설득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되는 몇몇 의원이 있다. 일부는 흔들리고 고민한다. 바른정당은 한 석만 없어지면 교섭단체가 붕괴된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원히 비교섭단체로 머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에서 수나 세력이 전부가 아니다. 중도보수 유권자가 원하는 정치를 한다면 지금 6~9%인 정당 지지도도 오르고 교섭단체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사이 어떤 정계 개편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김무성 의원과의 견해차는 좁히기 어려운가.보수가 가야 할 방향,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등에 대해 김 의원과 생각차가 크다. 설득한다고 될 상태가 아니다. 김 의원에 게 개인적으로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창당 8개월 만에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당이 두 파로 나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창당부터 의원들 사이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만들려고 꾸려진 정당”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새누리당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보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정당이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가는 조직인데 그게 안 되니 위태위태했던 것이다.
당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원인과 이에 대한 해법은.자유한국당이나 집권당과 바른정당이 뭐가 다른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창당 직후 선거 연령 18살 인하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했던 것은 매우 아쉽다. 앞으로 안보나 경제 성장 분야는 여당과 달리 더욱 선명하게 나아가고, 복지·노동·교육·의료·주택 정책 등은 자유한국당과 차별화하도록 할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민의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 열어둘 것”</font></font>당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당을 운영할 것인가.
최대한 많은 의원이 당을 재건하는 데 열정을 갖고 동참하도록 하겠다. 원내교섭단체가 안 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게릴라전을 각오해야 한다. 기존 언론에서 바른정당을 다뤄주지 않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국민에게 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복안과 목표는.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좋은 후보를 최대한 빨리 내야 한다. 명분이 있고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국민의당과의 선거연대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font color="#008ABD">글</font>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font color="#008ABD">사진</font>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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