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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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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용품 또는 소모품

문재인·안희정 이어 3위까지 오른 지지율…

‘정치적 온실’ 나오는 선택 할까
등록 2017-02-07 13:50 수정 2020-05-03 04:28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행보가 아리송하다. 대선 출마 여부엔 침묵하면서, 행보는 대선 주자를 방불케 한다. 1월20일 경기도 파주의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한 황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행보가 아리송하다. 대선 출마 여부엔 침묵하면서, 행보는 대선 주자를 방불케 한다. 1월20일 경기도 파주의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한 황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

보수의 대안인가, 또 다른 소모품인가.

정치판은 냉혹하다. 유력 주자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열차에서 하차하자마자 기득권 보수층은 곧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눈을 돌렸다. 황 권한대행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 안팎으로 보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대로는 닥쳐온 조기 대선에서 힘 한번 못 써본 채 패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인 보수층이 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거는 모양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1월 중순까지 지지율은 3~4%에 머물렀다. 그러나 설 전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친·인척 비리 의혹을 비롯한 각종 잔실수로 구설에 휘말렸다. 특히 그가 ‘진보적 보수주의’를 내세우며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자 보수층은 황 권한대행 쪽으로 눈을 돌렸다.

황 권한대행은 한국갤럽이 2월1~2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에게 한 여론조사에서 9% 지지율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2%)와 안희정 충남지사(1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1월4~5일 같은 기관 조사에서 지지율이 3%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약진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2월1일 리얼미터와 2일 YTN 조사에서는 각각 12.1%, 11.8%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 상승 뒤엔 강경보수 위기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상승 이유를 강성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로 분석한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올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 황 권한대행을 보수 적통으로 보고 지지를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3월13일 이전으로 제시하며 속도를 내는 상황도 그의 지지를 높이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현재 11~12%인 새누리당 지지율과 정확히 겹친다.

마땅한 당내 대선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에게 러브콜 보내기에 분주하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2일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자꾸 오르니까 당으로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출마를) 결단해 새누리당을 선택한다면 환영이다”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은 오락가락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확실한 보수의 적통이다. 출마한다면 탄핵 국면에서 억눌렸던 보수층의 지지가 그에게 확 쏠릴 수 있고 문재인, 안철수 의원 등과 바로 3각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이 고물상집 아들 출신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나름의 스토리와 지지 기반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이력과 국정 운영 경험을 갖춰 보수층에 충분한 호소력이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바람대로 보수의 대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파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족쇄다. 초대 법무장관을 시작으로 총리까지 최고 요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 정권에서 책임 있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대안? 난관·장애물 수두룩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에서 과연 총리가 뭘 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같은 비판이 터져나온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트위터 글을 올린 정진석 의원은 “그는 늘 박근혜 정부와 함께 했던 사람이다. (그가 나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조차 명분이 궁색한 모습이다. 그는 “오르는 지지율 말고 뭐가 있겠는가. 공동책임론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연 확장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장애물이다. 강경보수 이미지 탓에 극보수, 박근혜 지지층을 빼면 세를 확장할 여지가 마땅치 않은 한계가 분명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큰 틀에서 보면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을 흡수한 것에 불과하다. 억눌려온 강성보수층이 울분을 쏟아낼 배출구로 삼은 정도에 불과하다”며 “정권 심판 여론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지지율이 올라도 15%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새누리당과 갈라진 바른정당에서는 황 권한대행과 정체성이 달라 막판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비상시국에서 국정과 대선을 관리할 직무를 팽개치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나선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에선 병역 면제, 전관예우 의혹이 검증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헌재 탄핵안 인용 여부가 분수령

대선 출마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출마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지만 이후엔 “이미 이야기했다”며 말을 아끼거나 소이부답이다. 그러면서 하루 평균 3~4건의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 주자급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출마에 법적 문제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조기 대선은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에 해당돼 선거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출마가 가늠될 것이라고 본다. 인용된다면 공동책임론이 부각돼 출마 명분이 허약해지고, 기각되면 들끓는 보수 여론을 등에 업고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행보 20일 만에 “보수의 소모품 되라는 요구를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하차했다. 여권이 그 대안으로 허겁지겁 손을 내민 황 권한대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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