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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정치인 안철수’ ‘정치인 문재인’의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잠시 고민했다. 안 의원은 “낡은 기득권 체제”라고 했고, 문 의원은 “제 자신”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많은 분들이 정치를 바꿔달라고 했고, 나에게는 그 열망을 현실에서 결과로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 의원은 “정치는 아주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고, 의지라는 건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체질·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은 “적성에 맞는다기보다는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체질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통합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첫째, 민주당 기초공천 폐지 결정은 엄청난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치 개혁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제3지대 창당을 하게 됨으로써 정강·정책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 셋째, 정치 변화를 위해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했던 초심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독자신당보다) 더 난관이 많고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 통합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희망을 드렸다. 둘째, 혁신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다. 셋째, 기초공천 폐지라는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통합 합의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놀랐다”며 “(안 의원이) 아무래도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히면서 차선책을 선택한 걸로 본다. 야권이 분열되면 안 된다는 국민의 바람을 존중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다리 불사른 초심 안 변했다”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낙관론’을 경계했다. 안 의원은 “혁신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예전 민주당 지지율로 다시 돌아가고, 당장 석 달 남은 지방선거에서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야권 분열을 피했으니 그만큼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여전한데 기대치는 올라갔다. 웬만큼 잘해도 잘한 걸로 평가받기 어려워진 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답한 반면, 문 의원은 “그렇다. 새로운 시장상을 보여준 것을 시민들이 잘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정당 안에서 활동하게 될 이들에게 이른바 ‘계파’는 갈등의 가능성을 포함한 문제다. 안 의원은 ‘친노’ ‘친노 프레임’과 관련한 질문에 다소 난감해했다. ‘친노라는 계파가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사람들과 사람들의 관계 아니겠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생각이 달라지면 다른 그룹과 모이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프레임’에 대해서는 “만약 그런 프레임을 걸고 그에 따른 피해가 많다면,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문 “친노 프레임? 말하자면 긴데…”반면 문 의원은 “말하자면 긴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은 “나는 확실한 친노다. 나 말고 몇 사람 정도 꼽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친노 패권주의’라고 할 실체가 뭐가 있나? 지금은 심지어 당 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하면 다 친노라고 하는 경향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합신당 창당과 관련해 보수 언론이 제기한 ‘친노 배제론’에 대해 “황당한 이야기이고, ‘친노 프레임’이 얼마나 악용되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 ‘친노 프레임’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지금은 특히 나를 공격해 당에서 고립시키려는 프레임”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잘한 것’으로 두 사람은 모두 대북·통일 문제를 꼽았다. 안 의원은 “어쨌든 이산가족 상봉도 했고, 남북관계가 그리 확 좋아진 건 아니지만 최소한 악화하진 않았고 대화의 물꼬로 가져가려고 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문 의원은 “‘통일 대박’이다. 특히 종북몰이 속에서 통일에 대한 허무주의나 부정적 시각이 많았고, 통일에 대한 노력조차 종북으로 폄하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잘했다. 다만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못한 것’과 관련해서 안 의원은 “소통”이라며 “정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할 대통령이 항상 누군가를 야단치는 듯한 모습만 보이는 게 참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과 ‘세 모녀’ 사건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실패다.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실패는 같은 것이며,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없다”고 말했다.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한참 머뭇거렸다.
안 의원은 “시추에이셔널(situational)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수평적 의사결정에 익숙하다. 경영자, 대학원장 등 내가 맡은 모든 조직에서 그렇게 했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종합적으로 결정했고, 설득이 필요하면 한 사람 한 사람 다 설득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 결국 고독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합신당 합의도 ‘고독한 결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문 의원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당을 지향하고, 지금까지 시민들과 늘 함께하는 정치를 해왔다는 점이 리더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선 고민 안 해” “때 이른 얘기”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은 다르게 던졌다. 안 의원에게는 ‘서울시장 후보, 대선 후보를 양보했고, 차기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는데, 출마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욕심낸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때까지 열심히 해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느냐’라고 재차 묻자, 안 의원은 “그렇다. 그런데 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대선에 대한 고민은 지금 전혀 없다. 지금은 내 능력이 닿는 한 열심히 정치를 바꿔나가는 일을 하는 게 현안이고 목표”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에게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매우 짧게 답했다. “때 이른 질문이다.” ‘출마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 “그것도 때 이른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김외현 기자 o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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