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선언을 했거나 할 예정인 국회의원이 24명(새누리당 16명, 민주당 8명)에 달한다. 선거 주무 부처 장관이 차출되는가 하면, 교육감도 옷을 벗고 뛰어들었다. 정치적 신분 상승을 위해 스스로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으로 6·4 지방선거 구도가 여야 맞대결로 급변하면서, 여야 모두 총동원·총력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현역 단체장은 물론, 도전자 가운데에도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이 꽤 많다. 당은 당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정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시작했다.
관심지로 급부상한 곳은 경기도다. 김문수 도지사가 3선을 포기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에 예상치 못했던 후보들이 등장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아온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3월4일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통합신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은 즉각 5선의 남경필 의원을 차출해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에서는 “경기도는 무조건 수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야권에서는 “경기도에서 겨뤄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현 야권이 이긴 건 딱 한 번이다. 1998년 2회 선거 때 임창열 새정치국민회의 후보(54.3%)가 손학규 한나라당 후보(45.7%)를 꺾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3개월 때 치러진 선거였다. 이후 선거는 2002년 손학규(58.4%), 2006년 김문수(59.7%), 2010년 김문수(52.2%) 등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들의 승리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때도 경기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6%)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 최대 관심지로새누리당은 남 의원의 ‘본선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남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의 가상 대결에서 야권 후보로 누가 나와도 꾸준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경남여객, 를 소유했던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14·15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수원 팔달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정병국·원유철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등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으나, 남 의원이 지도부의 집요한 설득 끝에 차출된 상황이라 당내 경선은 다소 ‘싱거운 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면 야당 경선은 ‘빅매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경기도지사 출마를 별러온 원혜영·김진표 의원과 ‘통합 후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 김상곤 전 교육감이 어떤 방식을 거쳐 후보로 뽑히느냐가 관심사다. ‘경선이 원칙’이라고 강조하는 민주당 쪽 기류와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새정치연합 쪽 기류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 있다. 김 전 교육감은 당내 기반이 별로 없지만, 안철수 의원이 지원하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신당의 경선 방식이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당원 중심 투표를 주장했고, 원 의원은 “당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통합 정신을 살려 100% 시민배심원단 선출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에서는 거꾸로 새누리당 경선이 ‘빅매치’다.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항마 자리를 놓고 겨룰 예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듯하다.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는 물론, 박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박빙 혼전을 벌이고 있다는 조사가 여럿 나왔다. 정 의원은 3월2일 출마 선언 뒤 연일 박 시장 쪽과 서울시정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이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보류하고 텃밭을 만든 것은 실망스럽다”고 공격하면, 박 시장 쪽에서 “막대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보류한 것이니 제발 서울시에 대해 공부 좀 하고 말하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반면 김 전 총리는 지난 2월11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선거판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진 모양새다. 김 전 총리는 3월14일 귀국해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실기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온다.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박심 논란’의 당사자인 김 전 총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경우 파괴력이 나타날 거라는 얘기도 있다.
박 시장이 통합신당의 최대 수혜자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시장 입장에선 자고 일어났더니 ‘세팅’이 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부담도 털어냈다. 그러나 양자 대결에서 지지율이 더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도 “박 시장의 지지율은 이미 만조 상태다.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고, 빠지는 일은 있을 수 있다. 새누리당 후보는 누가 되든 지지율이 오를 일만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야권 경선’이 성사될지가 관심사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 후보로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 전 장관 쪽 관계자는 “3월17~18일께 출마 선언에서 무소속 후보로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부산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안철수 당’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도로 민주당’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가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이 단결해도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2010년 경남도지사 선거의 ‘김두관 모델’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신당 후보와 오 전 장관의 ‘야권 경선’을 통해 무소속 야권 단일 후보가 나서는 그림이다.
7월 재보선 판 커져도 부담광역단체장 선거는 모두 17곳(수도권 3, 영남 5, 호남 3, 충청 4, 강원 1, 제주 1)에서 치러진다.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그동안 선거판에서 야권은 항상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녔다. 통합신당 창당으로 처음 우리가 판을 바꾸었다. 그러나 통합으로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다”라고 말했다. 야권은 3월 안에 신당 창당을 마무리하고, 현역 단체장 등의 ‘인물 경쟁력’과 안철수·문재인·손학규 등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전국 지원 유세를 경쟁 무기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커졌다. 원희룡 전 의원(제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인천) 등 차출된 후보들을 여론조사 100% 경선 등으로 사실상 전략공천하려는 구상이 흘러나오면서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7월 재·보궐 선거판이 커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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