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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지’ 받아 트위트피드로 ‘뉴데일리’ 글 퍼날랐다

국정원 트위터 여론전은 어떻게 수행했는가
등록 2013-12-11 14:22 수정 2020-05-03 04:27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 12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트위터 글 121만여 건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한겨레 이정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 12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트위터 글 121만여 건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한겨레 이정우

국가정보원의 ‘위법 트위터 글 121만여 건’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국정원이 선거·정치 개입 글을 올리는 데 활용한 트위터 계정 수가 모두 2653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인력 부족과 빠듯한 공판 일정으로 2270개 계정에 올라온 글 2천만여 건에 대해선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2653개 계정 대다수가 선거·정치 개입 등 불법 목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121만 건 적었지만

국정원은 ‘트위터 여론전’을 어떻게 수행했을까. 심리전단에서 트위터 활동을 전담한 곳은 안보5팀이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5팀 직원들의 전자우편·첨부파일에서는 트위터 아이디·비밀번호·직원 이름의 두 글자 등이 열거돼 있었다. 일부 팀원이 사용했음을 시인하는 등 업무용이 명확한 트위터 계정은 383개(1차 계정)로, 해당 계정의 대선·정치 개입 글은 12만 건이었다. 검찰은 1차 계정 외에도 트위터 글을 자동 전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량으로 유포시키기 위해 개설된 계정 2270개(2차 계정)를 확인했다. 2차 계정에서 작성된 글은 약 2200만 건으로, 이 가운데 1차 계정 글 12만 건과 내용이 완전히 같은 것으로 확인된 글은 109만 건이었다. 공소장에 어렵사리 적시된 ‘위법 트위터 글 121만여 건(12만+109만 건)’은 이렇게 나온 숫자다.

팀원들의 전자우편 및 첨부파일에서는 ‘트위트덱 요령-트위트덱 사용방법 안내’ ‘팔로어 숫자 늘리는 법’ ‘사용 정지된 트위터 계정 살리는 법’ ‘유료로 팔로어 늘리고 다수 계정 사용하는 서비스’ 등이 기재된 글이 발견됐다. 트위터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트위트덱’은 하나의 계정에 글을 띄우면 미리 연결해둔 여러 계정에 동시에 같은 글이 게시되도록 해준다. 검찰은 국정원이 ‘트위트피드’라는 프로그램도 활용했다고 밝혔다. 트위트피드는 뉴스 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에 새 글이 뜨면 사전에 등록한 트위터 계정에 자동으로 올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국정원이 동일한 시각에 대량 유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글은 “지금 트위터에는 종북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네요. 이번에 우리는 정말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2012년 11월26일), “문재인, SNS 선거법 위반 의혹… 캠프선 ‘회피’”(2012년 12월5일) 등이다.

안보3팀 소속 김하영씨가 매일 상부로부터 ‘금일 이슈·논지’를 받아 인터넷 게시글·댓글을 올린 것처럼, 안보5팀도 상부에서 ‘이슈·논지’를 받아 트위터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압수된 첨부파일 중에는 ‘4·15 지논’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검찰은 해당 글에 대해 “‘4월15일 논지’라는 뜻이라며 “‘선거 앞두고 해시태그(#부호 뒤에 특정 주제의 단어를 넣어 해당 주제를 표현하는 것)를 이용해 대선을 주제로 트위터 이용자에게 대화를 유도하라’는 등의 지시가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파 논객 트위터 계정도 전파 대상에 기재”

국정원은 트위터를 통해 보수 논객의 글, 인터넷 언론 기사를 전파하는 데도 앞장섰다. 검찰은 “우파 논객 트위터 계정도 전파 대상에 기재돼 있었다는 일부 팀원의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트위터 글 분석 결과 등 보수 인터넷 언론 기사 역시 트위트피드 등을 통해 대량 유포했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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