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밝혀야 할 주요 의혹 가운데 하나가 ‘권영세-김용판-박원동’ 3각 구도의 실체다. 국정원 댓글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한 경찰의 ‘배후’가 누구냐는 것이다. 8월16일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에서는 이런 의혹과 관련한 두 가지 정황이 제기됐다.
<font size="4"><font color="#006699">당일 오전 댓글 작업 ID·닉네임 40건 발견</font></font>
하나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상한 점심 식사’다. 그는 경찰이 ‘한밤중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15일 청와대 인근 ‘백송’이라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서울청 직원들과 28만원어치 식사를 했다. 참석자로 기록된 이들은 김 전 청장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신용카드 결제 시각은 오후 5시였다. 누구와 먹었느냐”고 물었다. 김 전 청장은 점심 식사 뒤 사우나에 갔다가 손을 다쳤다. 저녁은 구로경찰서 직원들과 먹었다. 다음날 오전은 손톱 치료를 하러 병원에 들렀다. 그는 이를 모두 기억했지만, 유독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서울청 분석관들은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메모장 문서 파일을 복구했다. 댓글 작업에 사용된 ID와 닉네임 40건 등이 발견됐다. 김 전 청장이 이를 보고받은 뒤 ‘수상한 점심’ 자리에서 누군가와 대책 회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점심이 오후 5시까지 이어진 건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 축소·은폐 발표 등 정치 공작이 기획된 모임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전 청장은 “선거와 관련된 사람과 식사를 했다면 기억이 날 것이다. (자신의) 재판에도 관련이 되므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그가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이들과 식사를 했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대선을 앞두고 경찰에 비상근무령이 발령된 상황이었고, 그는 증거 분석이 진행된 12월14~16일 주말 근무를 하면서 분석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으며 상황을 챙겼다. ‘5시간짜리 점심’을 할 여유가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박 전 국장은 대선 때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상황실장(현 주중대사)과 여러 차례 통화하는 등 박근혜 캠프와 경찰의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박 전 국장은 경찰이 ‘한밤중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하기 몇 시간 전인 12월16일 오후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전 청장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전화 통화에서 “참 조심스럽지만 주변 이야기를 전한다. 경찰이 (댓글을) 분석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얘기가 있다. 전문가들 말로는 2~3일이면 충분한데, 경찰이 (분석을) 다 끝내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고 발표 안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의 간부가 이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속히 발표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font color="#006699"><font size="4">“(권 대사와) 만나본 적도 없고 통화도 안 했다”</font></font>
김 전 청장은 “압력이라기보다는…”이라고 말을 흐렸고, 권영세 대사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만나본 적도 없고 통화도 전혀 안 했다”고 부인했다. 민주당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김무성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등이 경찰 발표 이전부터 발표 내용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근거로, ‘권영세-김용판-박원동’ 3각 구도를 계속 의심해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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