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법안이 아니라 대통령령을 선택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5월3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공휴일법)을 처리하지 않는 대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9674호)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무슨 차이일까?
우리나라엔 현재 공휴일을 지정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 관공서의 공휴일만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기업은 노사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휴일을 운영한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이 관행적으로 관공서의 공휴일 기준을 따를 뿐이다. 하지만 유통업이나 철강·석유화학업체는 그렇지 않다. 일요일 출근이 불가피하니까 주중의 하루를 휴일로 정한다. 그러면 일요일에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휴일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어서다.
하지만 공휴일법이 생기면 달라진다. 일요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돼 이날 노동하면 휴일수당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 휴일수당은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이다. 회사 처지에선 인건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연간 휴일수당으로 4조3천억원을 추가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본·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하고는 공휴일을 법으로 규정하는 사례가 없다. 이들 나라도 축일이나 국경일을 휴일로 정할 뿐 일요일을 휴일로 강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론이 거셌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현 안전행정위) 검토보고서에서 “법치주의의 원칙상 공휴일법 제정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헌법적 필요성을 지적했다. “공휴일법이 없이 개별 회사가 휴무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
지난 4월19일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원회도 여야 합의로 공휴일법을 의결했다. 그러나 4월29일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서 뒤집어졌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공휴일법에 반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부 쪽 의견에 동조하면서, 결국 대체휴일제는 법률이 아니라 하위법인 대통령령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법정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다만 설과 추석 연휴의 경우 명절 당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나라도 겹치면 휴일을 하루 더 추가하기로 했다. 시행 시점은 2015년 3월로 정했다.
<font size="3">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font>관공서인 국회는 물론 대체휴일제를 누린다. 하지만 법률이 아니라서 기업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 ‘반쪽짜리’인 셈이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기업이 대체휴일제를) 안 지킬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일요일을 빼면 15일이지만 연평균 4.3일이 토·일요일과 겹쳐 사실상 10.6일에 그친다. 미국(10일), 캐나다(11일), 일본(15일), 싱가포르(11일) 등에서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날 쉬고, 공휴일을 날짜가 아니라 요일로 지정하기도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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