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다시 ‘위성’ 발사 계획을 내놨다. 이번이 네 번째다(북쪽은 2006년 7월에도 로켓을 발사했지만 그땐 위성이 아닌 장거리미사일이라고 밝혔다). 북쪽 내부 사정만 놓고 보면, 앞선 세 차례 발사는 일종의 ‘상징의식’이었다. 이번엔 어떨까?
‘광명성 1호’는 1998년 8월31일 발사됐다. 그 며칠 뒤 북쪽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4년여 동안 이어진 ‘유훈통치’ 시대를 마감하고, 국방위원회를 최고권력기구로 삼는 제8차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2009년 4월5일 ‘광명성 2호’ 발사를 전후로 북쪽에선 제9차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운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함께 최고의 통치이념 반열에 올린 게다.
4월 발사처럼 미국에 미리 통보
‘광명성 3호’는 지난 4월13일 발사됐다. 당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발표문은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맞으며’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 무렵 북쪽에선 군권과 당권, 국가권력까지 확실하게 틀어쥔 ‘김정은 제1비서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발사를 이틀 앞둔 4월11일 은 “김정일 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모실 데 대해 ‘사회주의헌법’에 수정 보충하고,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했음을 내외에 엄숙히 선언했다”고 전했다. 세 차례 모두 북쪽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제도화했다. ‘위성’ 발사는, 말하자면 ‘자축포’였다.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나라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12월10일부터 22일 사이에 발사하게 된다.”
12월1일 북쪽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내놓은 발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앞선 세 차례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엔 최고인민회의나 당 대표자회가 미리 소집되지 않은 상태다. 김정일 위원장 1주기(12월17일)에 발사 시점을 맞춘 것을 빼고는 딱히 특별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내부적 ‘상징성’은 충분할 터다.
“북한의 이른바 ‘위성’ 발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적인 행동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체 실험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과 빈곤을 부추길 뿐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쪽의 발표가 나온 직후 내놓은 짤막한 성명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지난 4월 발사 때와 엇비슷한 반응이다.
달라진 건 뭔가? 8개월여가 흘렀다는 점이 우선 중요하다. 미 군축협회(ACA)는 지난 11월 초 내놓은 자료에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탄두 1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핵물질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8월 내놓은 ‘북한의 플루토늄·무기급 우라늄 보유량 평가 보고서’에서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북한은 2016년까지 많게는 50개의 탄두를 생산할 만큼의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북아 새판짜기에 맞춰 움직이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고 있고, 언제든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할 수도 있다. 공사가 한창인 새 경수로가 완공되면 플루토늄 생산량이 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사일(위성) 발사나 핵실험까지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SSRC)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은 지난 10월11일 격월간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을 ‘짖지 않는 개’라고 표현했다. ‘위성’ 발사 계획이 발표됐으니, 북쪽이 ‘짖어대기’ 시작한 꼴인가?
3차 ‘위성’ 발사 이후 8개월 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등장했다. 일본과 남한도 ‘정권 교체기’로 접어들었다. 동북아에 새 판이 짜이고 있다는 얘기다. 때맞춰 북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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