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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정책서 갈리는 세 후보

등록 2012-11-20 22:25 수정 2020-05-03 04:27

돌이켜보면 그날이다. 2009년 4월8일. 그날 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당선이 확정됐다. 제1호 진보교육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상곤의 당선은 경기도의 교육 수장이 진보 인사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것은 이 사회의 정치적 흐름이 어떤 변곡점을 통과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정부·여당이 압도하던 정치적 역학관계가 김상곤의 당선을 계기로 팽팽한 힘의 균형 상태로 복귀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김상곤이 내건 무상급식 공약은 2010년 6·2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다. 무상급식을 공약한 야권 단체장 후보들이 곳곳에서 당선됐다. 2011년 오세훈의 중도 낙마를 만들어낸 것도 무상급식이었다. 무상급식 조례안을 둘러싼 시의회와의 대립이 결국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라는 오세훈의 도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원순의 당선과 안철수의 등장, 박근혜 대세론의 소멸을 불러온 것이 따지고 보면 3년 전, 김상곤의 무상급식 공약이었던 셈이다.

937호 이슈추적

937호 이슈추적

대학 등록금 정책, 세 후보 모두 달라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 김상곤의 무상급식 공약처럼 판 자체를 뒤흔들 대형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교육정책이다. 외교안보나 경제정책은 지지 정당이나 이념 성향에 따른 선호도가 뚜렷하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유효하지만 부동층에 대한 호소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교육정책은 진영 의식이 확고하지 않은 중도 성향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 영역이다. 2~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대선에서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박근혜(새누리)·문재인(민주통합)·안철수(무소속) 후보의 교육정책 얼개는 이미 나와 있다. 가장 먼저 교육정책을 내놓은 쪽은 박근혜 후보다. 새누리당 후보 확정 직후인 7월17일 대구 안일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책의 뼈대를 공개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11월 초 기자회견 형식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책을 발표했다. 세 후보 모두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지나친 사교육과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 과도하게 높은 대학 등록금 등에 대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세 후보 간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특목고 정책이다. 박 후보는 현행대로 특목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유지하되 일반고 지원을 확대해 학교 간 격차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사교육 경쟁이 초등·유아 교육까지 확대된 원인이 고교 서열화에 있다고 보고,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는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특목고에 주어진 특권을 없앰으로써 일반고와 동등한 기회를 갖고 경쟁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특목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 일반고와 차이가 없어져 사실상 평준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 간소화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이다. 지난 11월8일 서울 숙명여고에 마련된 대입수능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학입시제도 간소화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이다. 지난 11월8일 서울 숙명여고에 마련된 대입수능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책 ‘싱크로율’ 박과 안이 높아

대학 등록금 정책도 시기와 폭, 방법에서 세 후보가 모두 다르다. 박 후보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지 않고 소득에 따라 등록금이 다르게 부과되는 차등등록금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후보는 2013년 국공립대에서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시행한 뒤 이듬해 사립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후보는 2014년 전문대부터 시작해 지방대 이공계, 지방대 전체, 수도권 대학 순서로 2017년까지 반값 등록금 적용 대상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초·중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폐지하되 중·고교는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초·중·고교 모두 폐지하고 표본을 추출해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표집조사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일제고사는 폐지하되 국가 수준의 새로운 평가제를 도입해 최소학력 도달 여부만 가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서열화에 대한 대책은 문재인 후보의 것이 가장 혁신적이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학위제를 추진하고, 국립대끼리 상호 지원을 강화해 영역별 비교우위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은 지난 7월 이용섭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표된 뒤 사실상의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비판까지 들었을 만큼 급진적인 안이다. 반면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정책은 지역에 거점을 둔 명문대를 육성하고, 대학별 특성화를 유도한다는 기본 골격이 같다. 대학입시 제도의 경우엔 세 후보 모두 2~4가지 트랙으로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세 후보의 교육정책을 전반적으로 비교해보면, 문재인 후보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급진적이고, 박근혜·안철수 후보는 중도보수·중도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 특목고·일제고사·사교육 대책 등 7개 분야정책(표 참조)을 비교해보니, 박 후보와 안 후보는 4개 분야(사교육·고교무상교육·대입전형·대학개혁) 정책이 같거나 비슷했던 반면, 박 후보와 문 후보는 2개 분야(고교무상교육·대입전형)만 비슷했다. ‘싱크로율’로 따지면 박 후보와 문 후보가 28%, 박 후보와 안 후보는 57%로 약 2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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