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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고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등록 2012-08-28 17:10 수정 2020-05-03 04:26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가한 시민사회 원로들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가한 시민사회 원로들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의 ‘선택’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는 지난 8월23일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연 뒤 성명을 발표하고 안 원장의 출마를 촉구했다.

“지속성과 열기로 보아 정치적 실체”

이들은 성명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지칭되는 이 흐름은 그 지속성과 열기로 보아 정치적 실체를 지녔음이 분명하다”며 “안철수 원장이 (불출마로)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 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 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원탁회의는 또 “기성정당과 비정당 세력이 각자 나름의 사정으로 대선 승리에 필요한 연합정치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는 선제적으로 지혜를 모으는 데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단일화의 주체인 안 원장과 통합민주당이 그 경로와 시점을 두고 현재 같은 답보 상태를 이어간다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겠다는 말이다. 이들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4·11 총선 등 고비마다 야권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민주당과 시민사회 세력이 모여 출범한 현재의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원탁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백낙청 교수는 성명 발표 전 안 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안 원장 쪽도 만남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백 교수는 기자들에게 “안 원장이 이제 와서 물러서는 것은 민주당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되든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든 일단 나와서 판을 키우고 돕는 것이 맞다”고 안 원장의 선택을 거듭 촉구했다.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도 전날 국회에서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이 대표로 있는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이 있다”며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과 될 수 있는 사람이 서로 협력한다면 어떤 길을 모색할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 원장을,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은 국정 운영 전반과 공직 경험이 많고 정당 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석 연휴가 고비

다만 안 원장 쪽은 현재의 행보를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태도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원장은 다양한 분야·계층·세대·지역 분들과 폭넓게 만나고 있다”며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는 짧고 원론적인 반응만을 내놨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9월 중순부터 추석 연휴 사이의 기간에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어쨌든, 그에게 남은 ‘고민’의 시간은 이제 길지 않아 보인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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